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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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얼핏 대형 서점에서 스치듯 표지만 힐끗 보곤 고개를 돌렸던 책이였고, 또 한번 찾은 서점에서는 유심히 스르륵, 넘겨 보았던 책입니다. 결국 , 잠시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 끝에, 제 손에 쥐어지게 된 에세이 집이지요. 익숙한듯, 낯설은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의 에세이. 그렇게 첫번째 책인 <밤은 책이다>로 질긴 인연의 끈을 단단히 잡았습니다.  처음엔 그닥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선뜻 손이 가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이상하게 책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언가 참 마음에 듭니다. 캄캄한 밤하늘에 촘촘히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책으로 둘러싸인 벽에 기대어 가만히 사색에 잠기듯, 혼자만의 그 시간을 보내는 한 남자의 모습이요. 참 무언지 모른 따스함이 몸안으로 스며드는 기분이랄까.

 

느린 책읽기의 습관이 몸에 베인 제게 , 잠시 토끼처럼 빠른 뜀박질을 보여주듯, 이동진님의 에세이는 손에 잡은지 단 이틀만에 제 손에서 다시 벗어났습니다. 오랫만이네요, 최소 일주일, 최대 한달 가까이를 늘 한권의 책을 읽기까지 지지부진하게 참 오래 품에 안고 지냈는데 이런 제게 이런 현상은 '기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하루가 끝나가는 저녁 무렵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열이가 메일로 잔뜩 보내 주었던 애정스러운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플레이 하고선 말이지요.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합니다 반드시요. (웃음)

 

 

 

아,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덕지덕지 플래그잇을 붙이기도 오랫만이고요, 왠지 모를 찡함에 코끝이 시려 오기도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이 에세이는 76권의 적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책 이야기들이 짧막하게 담겨 있습니다. 인문, 교양, 예술, 문학, 과학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말이지요. 저와는 벽을 만든채, 친해지지 못한 분야들에게선 살짝 거부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책 소개가 아닌, 책 속의 일부분을 이야기 하면서 그 속에서 또다시 얽힌 저자 자신의 이야기, 또는 우리들의 일상, 삶, 어쩌면 익숙한 지금의 시간 속에서 잠시 그 존재들을 잊고 사는 소소함의 어떠한 것들로부터 소중함에 있어 깨우침(깨달음)을 주고 있어요.

 

  제게 밤은 한 권의 거대한 책입니다. 곧 밝아올 새벽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짙은 어둠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것 같은 오전 세시. 고요한 한밤의 서재에서 여러 권의 책을 뒤적이며 읽다가, 계속 미루기만 했던 이 서문을 씁니다.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장 내밀하게 이어지는 통로이겠지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투영된 책들은 보다가 멈추어 고개를 드는 순간 제게로 변형된 채 틈입해 들어오던 그 깊은 밤의 상념들을 이제 당신에게 보냅니다.   이 책을 읽다가 당신도, 문득, 수시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프롤로그)

 

소근소근, 자장가를 들려주듯 참 조용하고 , 속삭임 같은 같은 책입니다. 나른하게 또는 , 부드럽게 곁에서 이야기를 해주듯, <밤은 책이다>는 그런 느낌의 텍스트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위의 프롤로그 에서처럼,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잠시 고개를 한 번, 두 번, 세 번, 어쩌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 번 들기를 반복하며 단상에, 상념에 몽상에 빠져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잠이 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유독 새벽이 길었던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잠들지 못한채 라디오를 켜고 책에 고개를 파묻혔습니다. 문득 라디오에서는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 (am 02:00 - am 03 : 00)"이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웃음이 나기도 하네요, 이동진님의 목소리가 왠지 참,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뒤, 결국 마음에 남는 것은 마지막 모습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했던 행동,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나누었던 말들이 긴 시간 동안 마음의 우물에서 계속 울려대는 것이지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마지막을 통과하고 있는 그때, 우리는 그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감사와 사랑의 말이 있다면, 가능한한 매순간 하고 살아가야 하는게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게 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존재니까요. (60쪽)

 

눈으로 음미하듯, 마음으로 다시 되새김질 하며 아주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중, <세월/ 마이클 커닝햄 지음>이란 소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이동진님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 부분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려옴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텍스트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또다시 상념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진짜의 나 아닌 다른 나를 만들어 보인다는 점에서 그것이 위선이나 가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꾸며 보이고 거짓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나를 두 개로 분리시키는 일은 나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작위'라는 말을 알게 된 뒤부터 그런 의혹은 사라졌다. 나의 분리법은 위선이 아니라 작위였으며 작위는 위선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부도덕한 일은 아니었다. (302쪽. 책 속의 책 '새의선물/은희경')

 

<밤은 책이다> 이 에세이는 많은 분야의 책들을 소개하고 이야기 하지만, 전혀 지루함이나, 지겨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힘이 되었고 비타민이 되었던 것 같아요.  편향 되어있는 저의 책읽기에 작은 기틀을 만들어준 셈이죠. 참으로 세상에 다양한 책이 있음을 새삼 느끼기도 했고요, 살며시 책 속의 책들을 가만히 메모해 놓기도 합니다. 영화평론가 이면서도 책에 관한한 이동진님의 박학다식함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진정으로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깨알만큼 알수 있었고요.

 

이 책은 잠이 오지 않는 늦은 새벽의 시간과,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음악을 함께 , 살며시 천천히 읽으시길 권해 드리고 싶답니다. 그래야 책 속의 오묘한 그 맛을 느낄수가 있거든요. 시끄러운, 혼잡한 곳에서 읽는다면, 오롯이 텍스트를 눈으로 훑어 내리는 행위 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러면 또한 감흥도 당연히 느낄수 없는 것이겠지요. 참으로 오랫만에 두고두고 , 가끔씩 들춰보고 싶은 에세이가 한권 생겼습니다. 덕분에 저의 Wish List는 조금 더 풍성하게 빵빵해 졌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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