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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2012의 첫 번째 소설로 <변호 측 증인>을 집어 들었습니다. 1월 1일의 시작과 함께한 책이지요. 하지만 이제서야, 열흘이 가까워지는 지금에서야, 책의 마지막장을 겨우 덮고,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보다 발빠르게 읽으신 분들의 단평들을 보면 하나같이 "대단하다" 라는 호평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완벽하고 철저하게 속을 수밖에 없는 '반전' 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심심치 않게(하지만 제겐 가끔) 일본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즐기는 저이기에, 매번 이렇게 서술트릭으로 오묘하게 독자를 속이는 소설들을 제대로 한번도 통쾌하게 이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번 소설에서도 크게, 꼭 반전을 확실히 맞추겠다는 강한 의욕 보다는, 그냥 물 흐르듯이 소설 속 이야기에 파묻혀 읽어나가야지, 하며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위해, 그리고 남편의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며느리이자 가족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합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하면서 지극히, 소소한 그녀의 꿈은 시아버지가 살해되면서 철저히 짓 밟히고 말지요. 시아버지가 살해 되던 그날 밤,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에게 남편은 폭언을 내뱉고. 남편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 어쩌면 용의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위증을 하게 됩니다.《
늘 그렇지만, 트릭이 있는 소설을 읽을때면 다른 책을 읽을때와는 다르게 2배는 더 집중하며, 텍스트 하나하나를 세심히 , 집요하게 읽어가는것 같습니다. 가볍게 읽어야지 마음을 비웠으면서도, 읽은 독자인 저에게는 내심, 약간의 승리욕구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소설 역시, 늘 그랬듯, 책의 내용 보다는 우선 "서술 트릭"이란 점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물 흐르듯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이하게 흘러가는 소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어찌보면 타 추리 ,미스터리물에서 볼수있는 복잡하고, 각종 장치, 또는 화려한 스토리로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 반면, 이 소설은 그에 비해 참으로 단순함이 느껴지지요, 살인이 일어났고, 범인들이 지목되고, 취조를 하고, 아주 고전적인 형식으로 하나씩 범인을 추스려 갑니다.
그렇게 이야기의 전개는 어찌보면 진부하고 식상한듯 하지만, 묘하게 끌림이 있습니다. 자꾸만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고 싶은 은근한 충동이라고 해야 할지요, 쉽게 읽히기에 그리고 이 평이한 이야기를 가지고 어떠한 결말을 안겨줄지에 대한 오묘한 기대감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책의 텍스트를 따라, 시선도 함께 그 뒤를 쫓다보니, 어느덧 결말 부분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지요, 하지만 오히려 저는 , 도대체 어느 부분이 반전이라는 말인지, 이해하질 못했습니다. 그냥 책을 읽었을뿐, 옳곧은 방향으로 결말이 된 이 소설이 어디서 반전인건가요? 다른 독자분들의 호평속에서 "속을수 밖에 없다"라는 단평들을 보며 , 잠시 제가 이 소설의 반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당황스러움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저의 당황스러움은 다른 분들의 서평을 잠시 읽어보면서, 뒤늦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독자들이 착각 할수 있는 트릭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부분에서 있는그대로 보았나 봅니다. 그래서였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소설의 결말을 보고도 무덤덤히 책 장을 덮었던 이유도, 이 소설을 읽은 다른 독자분들처럼 앞 페이지를 다시 뒤적여 보지 않았던 것 또한, 텍스트들이 그려주고 있는 그림을 그대로 보았던 때문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하~! 저에게 이런 경우도 있네요, 이 소설 뒷부분에 있는 소설가 미치오 슈스케의 해설을 읽다보니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그 그림은 당신 자신이 그린게 아닌가요?" 라는 질문에서도 알수있듯, 소설을 읽다보면, 그 상황들을 머릿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로 그림을 그려 나갑니다. 밑그림을 그린후, 점점 또렷한 색채를 넣고, 그리고 완성해 갑니다. 결국 어떻게 그림의 기초를 잡느냐에 따라 독자는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거지요.
결국 <변호 측 증인>은 저에게 단순히 법정 스릴러, 추리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지지부진 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흥미롭게 읽히는 가벼운 추리소설임에는 분명한듯 하네요. 1963년 이란 50여년전에 출간된 고전 추리라는 점을 고려해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이 얼마나 디테일 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잘 쓰였는지를 알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많은 양의 책을 읽은 것도, 더욱이 추리 분야를 많이 접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서술 트릭면에서 가장 감탄했던 소설은 아마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 ,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이 아니였나 생각이 듭니다. 그에비해 <변호 측 증인>은 어떠한 대단한 반전이나 감탄을 느낄 정도로 쾌감을 느낄 수 없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소설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