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여우 발자국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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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 단정짓고 읽는 고전동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 <모던 팥쥐전>은 제가 조선희님의 소설을 처음 접한 첫번째 이야기 였습니다. 그 단정이라는 것이, 가끔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하고, 뜻밖의 이야기의 흐름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아마 <모던 팥쥐전>이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고전동화를 현대 소설의, 현대물로 조금의 변화를 주었을 뿐일 거라며, 책을 펼치기도 전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의 소설은 정말 때로는 섬뜩함과, 때로는 뒷골이 땡기는 전율을 제게 주었지요, 극도의 공포심도, 흥분의 스릴감도 아니였지만,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찌릿한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수 없어, 조선희님의 두번째 소설을 집어 들었습니다. 유난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 조선희님의 판타지는 또다른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줍니다. 그녀만의 매력적인 오묘한 소설의 이야기가 제 눈을 즐겁게 해주니 말이지요. 이번 소설 역시 판타지의 느낌이 다분이 들어가 있지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음에, 아주 재료들이 잘 섞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 대로 믿을래? 들은 대로 믿을래?  소설이 시작되기 전, 첫 페이지에 적혀있는 이 문구는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야, 어떠한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수 있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30년차를 둔 과거와 현재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반복되듯 교차되며 보여지고 있습니다. 바로  현실이 아닌 환상속 이야기를 현실로 불러내는 묘한 목소리를 가진 여인 우필과, 실체를 환상으로 , 환상을 실체로 보는 태주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발자국'이란 공통된 의문을 가지고 있지요.

 

발자국은 다른 발자국을 끌어들이지. 뒤따르는 발자국이 오면 이야기는 앞으로 나가는 법이야. 발자국을 따라와, 그럼 다음 이야기를 들려 줄게.(304쪽) / 자기가 남긴 발자국을 돌아보는 사람은 드물어. 아마 다들 자기가 발자국을 남긴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을걸.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남긴 발자국이 이상하다고 여길 필요 없단 거야. 어쩌면 그건 발자국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는 손자국일수도 있지. 우리 눈은 언제나 합리성에 근거해 착각을 일으키니까. 땅바닥에 있어야 하는 건 손자국이 아니라 발자국이어야 하거든 (314쪽) /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너의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끌어 들이지 (315쪽)

 

두 사람의 각기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 다다라, 모호한 경계선에서 교차되면서 소설을 읽는 저에게까지 혼란을 안겨 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허구와 현실을 가려내려고, 이야기속에 스며들어, 판가름을 하려 부단히 신경을 곤두 세우고 읽어내려 갔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의 마지막쯔음 다다르기 시작하면서, 결국 그러한 노력과 생각들이 허무감으로 변해 버립니다.

 

소설은 어떠한 해답을 명백히 드러내기 보다는, 독자에게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그것은 역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생각으로 이 소설을 읽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결말은 달라지기 떄문이지요. 현실과 허구의 판가름의 중요함보다는 , 어쩌면 지금 자신의 삶 또한 어느 한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문득 이 소설을 읽으면서 며칠전 보았던 영화 <래빗 홀>이 생각 났습니다. 평행우주란 세계에서 현실의 나 처럼, 또다른 내 자신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던 그 한 장면이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도, 각자의 삶에서 , 스스로가 세상에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그렇듯 세상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니 말이지요.

 

마지막의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소설 속, 때로는 영화 속 등장 인물에게, 배우들에게 자신을 살며시 대입해 보며, 어쩌면 소설과 영화속의 이야기들을 환상으로, 상상으로 만들어가며 이야기 자체 속으로 자신을 개입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나의 또다른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지요. 책을 덮으면서 잠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 어떻게, 어떤 평범하고, 루즈하고, 단순한, 어쩌면 보편적인 스토리로 마침표를 찍을지 말입니다. (웃음).

 

<거기 여우 발자국> 이 소설은 참, 잘 읽힙니다. 물 흐르듯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 몽환적인 판타지 요소를 담고있으면서도 독자들의 시선을 오묘히, 은근히 놓치지 않으려는 매력적인 끌림이 있습니다. 때로는 가벼운 소름을 느낄수도 있고, 때로는 기묘한 목소리 , 어쩌면 모호한 음성을 가진 우필의 음성이 실제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 발자국을 따라가면 그 끝은 어디일지, 궁금증이 과하게 증폭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결국 이야기의 마침표는 독자의 몫일 뿐입니다. 저 또한 이렇듯 확실한 결말을 내리지 못했지만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 졌는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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