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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레인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11월
평점 :
11월 19일. 그녀에게서 이 소설을 선물 받은지 딱 한달 만에, 나는 이제야 리뷰를 쓰려고 합니다. 사실, 책을 집어든지 2주, 그리고 한 페이지도 들춰보지 못한 채, 2주가 지난 어느 휴일, 가벼운 열감기와 함께, 침대속에서 잉여스럽게 이 책을 집어든채, 꼼짝없이 모든 텍스트를 읽어 내려 갔습니다. 마냥 이재익 이라는 이름이 반가웠을뿐, <압구정 소년들>이후, 두번째 내게 읽힌 소설, 그 뿐입니다. 단지 '몰입이 강한 그의 문체에 반했을 뿐이다.' 라고 하면 .. 이유가 되는지요. 어찌보면 도톰해 보이지만, 책 속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사진들이 , 어쩌면 이 소설을 읽는동안 속도를 배가 시켜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첫 장을 넘기기 전 , 표지 뒷면에 적혀 있는 카피글이 강한 유혹과 의문을 만들어 냅니다. "한 여자와 두 남자, 그리고 작은 방에 관한 이야기 . - 사진이 있는 연애소설" 이 카피글을 보면서, 오롯이 저만의 상상만으로, 책 속을 빼곡히 채우는 이야기를 만들어 봅니다. 그렇지만 한 여자, 그리고 두 남자, 작은방... 이란 단어들의 부조합스러움에 결국, 짧은 단상은 사라져 갑니다. 첫 페이지의 프롤로그 . 그녀가 단지 '프롤로그'만을 쓴채 더이상 채우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들을 이재익 작가는 , 고스란히 그녀의 기억과 추억을 대신해 한권의 책으로 전해 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이렇듯 텍스트로 써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요?)그 미련이, 그 추억이 그렇게, 미친듯 그리웠는지요.
서른살의 그녀(준희)는 한번도 자신의 애인에게서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단 한순간도 설레임이 그녀에겐 없었습니다. 단 한순간도 말입니다. 준희는 우연히 혼자 하게 되었던 싱가포르 여행에서의 또다른 인연. 4살 연하의 희준에게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속 북소리를 듣지요, 둥둥둥.... 어찌해야 할까요... 준희, 그녀 말입니다. 준희, 희준 . 두 사람의 사랑은 짧은 인연으로 스치듯 끝날줄만 알았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불륜을 이야기 하고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단 한번도 '불륜'이란 단어를 끄집어 내지 않습니다. 오롯이 준희와 희준의 사랑을 , 맑은듯, 순수한듯 , 그렇게 포장하고 표현하고, 이야기 하고 있을 뿐입니다.
소설속 이야기라고만 치부 하기에는(실화라는 이야기에 더더욱 그럴지도요) 제 마음의 그릇이 아직 텍스트를 그대로 고스란히 흡수하지 못함에 , 그리고 그 두사람의 사랑에 공감 하기에도, 제 마음은 그리 녹록지 못함에 더욱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하면서도 , 꼭 소설속 이야기만이 아닌, 어쩌면 또다른 그녀들, 또는 그들이 자신의 반려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에서, 비난과 비판이 아닌, 왠지모를 그들만의 사랑에 마음이 동요 되기도 합니다.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수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그 뿐입니다. 단지 그뿐! 저의 생각와 심장은 두 갈림길에서 각기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나의 머리속 생각은 이해는 하지만 , 마음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벽을 쌓고 있으니 말이지요.
문득 이 소설을 읽으며 영화 <사물의비밀>에서의 자신의 불륜을 지독했던 사랑이라 이야기 하던 어느 한 여인과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의 수애와 김래원의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저는 과연.. 그러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을까.. 하는 의심의 마음은 늘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말입니다.) 그 이유가 이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기억 속 한 사람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책을 읽다 멈칫 떠오른 한 사람의 흐릿한 그림자는 다시금 조용히 저 깊은 어둠속 깊은 유리 파편 같은 조각이 된채 사라져 버립니다. 결국 심장 깊게 새겨진 생채기는, 기나긴 시간과 함께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 더욱 차갑고 단단한 심장을 갖도록 만들어 버렸는지도요.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 느끼지 못했던 , 결국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그들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이해 하지 못함에 있어, 망상이였고, 모순이라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그들에게는 애틋하고 , 순백같은 사랑이였을지라도, 저에겐 단지 , 받아 들일수 없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더이상은 흡수하지 못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만약, 실화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오롯이 소설속 그들이였다면, 조금 더 있는 그대로 , 그들만의 사랑 방식을 이해 할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답게 꾸며졌으나, 결국은 두 사람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였고, 두 사람만의 애절한 마음이였을 뿐입니다. 분명히 가독성은 있지만, 책을 덮은후 무언가 모를 공허함이 찾아오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메마른 가을날의 낙엽처럼, 더이상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하는 저의 심장이 문제 였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