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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케빈 -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리뷰 ::
보고 싶은 영화들이 꽤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래저래 스케줄이 맞지 않은 탓에, 시간이 맞는 몇 편만 보기로 했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리는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발>의 기간이 12월 7일까지이니 서둘러야 했지요, 일을 일찍 끝내고 , 조금 여유있게 광화문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교보문고를 둘러보곤, 독립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연말을 알리는지 거리 곳곳에는 이쁘게 불빛을 반짝이며 빛을 한껏 뽐내는 옷 벗은 나무들이 어두운 거리를 조금 더 화려하게 만들어 주네요. 늘 가까이에 있는 예술영화관만 찾다보니 광화문쪽 영화관은 처음이네요. 잠시 근처에서 입구를 찾지못해 헤매기도 했지만 .. 그래도 영화 티켓을 받아들고 잠시 카페에 앉아 , 숨을 돌립니다.
역시 조급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심리 때문인지, 2012년 예술(독립)영화 기대작들을 보기 위해 꽤나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으셨네요.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말입니다). 상영관을 들어서서 자리에 앉고 보니, 하나둘씩 빼곡히 좌석이 만석이 되어버렸습니다(헐. 매번, 썰렁한 예술영화관이, 페스티벌 덕분에 후끈하네요). 영화는 어떠한 광고, 예고편도 없이 바로 시작을 합니다.
우선, 이 영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흥미, 재미를 떠나서, 단 한순간도 시선을 뗄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케빈에 대하여>는 에바(틸타 스윈톤)의 시선을 따라, 그녀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녀의 기억 , 즉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오가며, 과거의 기억을 되집어 가지요. 그녀는 어떠한 해답을 찾으려는듯 수없이 케빈과의 모든 추억과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녀는 어느날 원치않은, 생각치도 못했던 임신으로 케빈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케빈은 유아기 때부터 에바에게 강한 반항과, 적개심을 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영화를 보는내내 제 머릿속에서도 쉼없이 물음표가 생겨납니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이 모자 관계가 틀어진 것이였을까...? (주관적인 제 생각에는 에바가 원치않은 임신을 함으로써 , 모성애를 느끼지 않았음인지...) 여튼, 케빈은 성장해 16세가 되어서도 여전히 에바에게는 반항심과 적개심이 꽤나 깊어 보입니다.(케빈역을 맡은 '이즈라 밀러'의 눈빛, 심리 연기가 대단하더군요)
케빈의 행동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일 정도로, 에바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은 극에 달하는듯 합니다. 무엇이 케빈을 에바에 대한 애증과 집착을 만들었는지요. 케빈이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보이며, 결국은 되돌릴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 합니다. 케빈이 에바에게 애정결핍이 생긴 자세한 이유는 저 또한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생적인 문제인지, 성장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에바나, 프랭클린(남편)의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케빈의 성장에 좀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 신경을 썼다면 ,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지,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시 잠깐도 눈을 떼지 못한채, 이 영화의 결말이 궁금해 졌습니다. '도대체 왜?' 라는 끊임없이 의문에 추리하고 생각하며 , 영화를 보는 저 또한, 에바의 시선에서, 기억을 따라 함께 ,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케빈에 대하여>는 오프닝 부터, 강렬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의 붉은 빛으로 화면을 꽉 채우며 강렬하게 시작합니다. 그 이후 심심치 않게 붉은 색상은 자주 영화 속에서 등장을 합니다, 꽤나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상인 붉은색은, 왠지 적개감과, 반항감을 표시하는듯 보입니다. 또한 영화는 많은 부분 크로즈업 기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들의 표정에서 , 폭발하지 않고 절제된 감정을 그대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숨죽이고 느낄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신체의 한부분을 크로즈업 하면서, 그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섬세히 표현하며, 긴장감을 더욱 증가 시키기도 합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그 어떤 영화보다 연출과 구성이 정말 흠잡을 곳이 탄탄하고 훌륭합니다. 각본, 연출, 연기력, 삼 박자가 고루 잘 갖춰진 영화라고 볼수 있습니다. 단 한순간도 관객의 시야를 놓치지 않으려는듯,소소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꽤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했습니다.
영화속 배경음악이 상황에 따라 부조화스런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조화스러운 음악을 넣음으로써, 그들의 심리 상태를 더욱 이해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어울리면서 어울리는, 묘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요. 여튼, <케빈에 대하여>는 관객들에게 마지막 답을 스스로 찾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해답을 찾았다면, 이 영화를 80%는 이해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 100% 이해를 하지 못했다 생각함은,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모두 흡수하지 못함이기도,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온후, 알수없는 풀리지 않은 의문 몇가지가 계속 내 머릿속을 뒤죽박죽 만들어 놓았으니, 무언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름이 있기 때문이지요, 격한 감정의 표출이 아닌, 절제되고 억제된 감정 연기가 참으로 인상 깊은 영화였습니다. 저에겐 올해에 본 영화들중 강한 느낌으로 남게 될 몇 편의 영화중 한 편이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