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치여자 NFF (New Face of Fiction)
사비나 베르만 지음, 엄지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참 독특한 제목인것 같습니다. <나, 참치여자>는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불완전한 사람들>에 이은 NFF(NEW FACE OF FICTION) 세번째 소설입니다. 사실 NFF 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 것입니다. 독특한 제목만큼, 이번 세번째 소설은 어떤 이야기 일지 내심 궁금해 지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세상의 중심으로 잠수해 들어간 여자" 라 합니다. 사실 왠지 <나, 참치여자> 보다는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의 원제인것 같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제목을 곰곰히 되집어 생각해보면 , 왜 이렇게 제목을 지었는지, 깊은 의미를 약간은 이해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유산으로 받게된 참치회사를 맡아 운영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모(이사벨)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사벨(이모)은 어느날 지하실에서 짐승과 같은 삶을 살아오던 어린 카렌을 발견하게 됩니다. 육체에 깊은 상처를 새긴채 세상과 단절되고 어두운 지하에서 살아온 카렌을 위해 이사벨은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가르치며 조금씩, 세상을 살아갈수 있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비록 자폐증이 있지만, 카렌은 몇몇 지능 분야에서 다른 일반인들과는 달리 천재적인 두각을 보입니다. 카렌이 성인이 되면서, 이사벨과 함께 참치회사를 경영하며 좀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겪게 되지만, 또한 참치 회사의 경영난과, 많은 고난, 힘든 역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스탠더드한 인간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이 소설은 카렌의 시선을,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것들의 표현들을 따라 읽다보면, 비록 완벽하게 자폐증에 대해 모든것을 흡수하듯 다 알수는 없지만, 일부분(어쩌면 저에게는 아주 조금의..)은 그들의 행동 패턴과 삶을 느낄수도 있었던것 같기도 하네요. 소설 속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카렌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 대해 반감적인 의사를 표현 합니다. 꽤나 유명한 명제이지만 저는 단 한번도 그 명제에 대해 깊이 생각히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 소설을 읽으면서 뜨문뜨문 등장하는(아니,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존재'라는 단어에 저도 모르게 골똘히 생각에 잠시 잠겼습니다. 생각을 하므로써 존재한다는 그 의미가 당연한듯 받아들여지지만, 카렌에게 있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것들은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늘 이렇게 되풀이 하지요 "나는 존재한다, 고로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라고 말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이 의당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라면 그런 것들을 애써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 바다는 바다고, 태양은 태양이다. 그리고 나는 나일 뿐이다. 이 세상에 기적이 존재한다면 바로 그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411쪽)

 

카렌은 비유와 완곡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짓말과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오롯이 보이는것 "존재"하는 것만이 그녀에게는 가장 중요함일 뿐이지요. 그녀는 "스탠더드한" 인간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지상에서 우월한 존재로 생각하며 그 여타 다른 존재들에 대해선 "정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을 현재의 우리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세계와 그 외부의 다른 자연적인 세계의 단절된 벽과 같은 단단한 선명한 경계선을 카렌은 허물고 싶었던 것일지도요. 카렌이 끊임없이 자연과 소통하려 하며, 스탠더드한 인간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해 동물을 학대하고 고통을 주며, 언어적 비유와, 폭력, 고통을 주며 인간들만의 가질수 있는 특권(?)을 누리려 함을 비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스탠더드한 인간들로 부터 언어로 인해, 모든것들이 지배 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돈, 폭력, 기계, 비유, 생각,거짓,상상 등 , 말이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이야기들이 딱히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의 현 자본주의 사회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말이지요.  그녀는 우리에게 이러한 "존재"와"언어"라는 올가미에 씌여, 거만해질 대로 거만해진 "스탠더드한 인간들"에게 충고를 하는 것일지도요.

 

<나, 참치여자>는  책장이 잘 넘어가는듯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심심치 않게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흥미와 재미를 떠나서, 조금은 쉽게 읽히기도 ,때로는 읽히지 않을수도 있기도 하고요, 어쩌면 조금은 난해하다(?)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다양하게 느낄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은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완벽히 100% 이 소설의 이야기(의미)를 흡수하진 못한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카렌의 시선에서, 그녀가 모든 감각으로 느끼며 풀어나간 이야기가 독특했습니다. 자폐증이라는 세상속 편견과 난관을 이겨내며 '그녀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저도 느꼈으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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