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비밀 - Secrets, Objects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리뷰 ::

 

가끔은 , 평점보다는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 끌릴 때가 있습니다. 비록 큰 호평을, 흥행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 이 영화는 한번쯤 꼭 보고 싶다' 라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지요, 제게는 <사물의 비밀> 이 그랬던것 같습니다. 영화의 평도 호불호가 강한평이라 어느 분의 평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주관적인 평일뿐, 그들이 느낀 것들을 고스란히 제 것으로 만들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그래요, 그렇게 저는 이 영화를 아무런 생각없이 단지 '끌림'만으로 선택했습니다. 날씨가 급격히 추운 월요일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극장도 한산하고, 휑한 상암CGV의 밤거리는 더욱 마음을 시리게 만들더군요.

 

아무래도 꼴라쥬관에서 상영하는 영화이다 보니, 관객은 10명 남짓 이였습니다. 늘 , 맨 끝줄의 사이드에 자리는 저의 지정석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저와 같은 줄에 앉은 몇분의 50대 전후반의 중년 아주머니와 아저씨 3~4분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러 오셨더군요, 하지만 그분들은 마냥 자신들의 집에서 티비를 보듯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깔깔대고 스크린을 가리키며 내내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끊임없이 수다를 하십니다. 참으로 미간에 내천(川)자가 생기지 않을수 없습니다. 집중은 이미 흐트러질 때로 흐트러진채, 말이지요.웃어야할 포인트가 아님에도 그분들은 끊임없이 깔깔대며 추임새 넣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 정말 해드폰을 쓰고 싶을 정도였어요) 여튼 영화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채 스크린에 시선을 묻어버렸습니다.

 

 

혼외정사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는 사회학과 교수인 마흔살의 혜정, 그녀는 남편과 별거중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타인의 시선들, 즉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해, 가식적인, 가면을 쓴 행복한 모습을 한 부부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하지요, 그러던 어느날 스물한살의 청년(우상)이 나타나게 되지요,우상은 그녀의 논문을 돕는 보조 학생일 뿐입니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진행됩니다. 1부는 '복사기'의 시각으로 혜정을 관찰하는 , 대변하는 역할이지요, 그리고 2부는 '디카'의 시각으로 '우상'의 마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혜정은 자신도 모르게 20살이나 어린 우상에게 끌리지요, 하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라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다독이고, 그리고 결국 포기하려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자신이 짊어질 '상처'가 스며듦이 무서웠고 두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괴롭습니다. 자신의 나이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도 했고요, 그런 혜정과, 감정을 알수없는 우상,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오롯이 바른 이미지에, 늘 곧은 모습을 보이기만 합니다 그런 우상을 디카의 시각으로 비추어 주는 것이지요. '사물들만이 아는 그들의 비밀' 이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관객들은 말합니다. 이 영화는 3~40대 여성들이 보면 꽤 공감할수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30대 이긴 하지만, 아직 미혼이기도 하고, 과연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중년의 여성들이 일탈, 방황? 꿈꿀수 있는지도요, 문득 어느 한 장면에서 15세 어린 연하의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래서 외도를 하는 한 여인이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상하리 만치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오롯이 결혼 유무를 떠나서,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는 거에요! 아!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외도가 그래서 부정스럽게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도요. (그렇다고 외도가 정당화 될수는 없습니다)

 

 

 

영화에선 말합니다. 마흔살의 나이이지만 그녀도 여자이고 사랑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요, 나이를 먹어도 역시 '여자'인건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어쩌면 현실적으로는 , 그들의 사랑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타인에게는 손가락질 당하는 '사랑'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은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우상과 혜정의 이야기를 각기 사물이 대변해 나레이션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꽤나 심도깊게 그려진 영화라 생각했는데 , 그건 아니였던 것 같네요. 내면이나 심리를 깊이 다룬다기 보다는, 꽤나 가볍게(?) 느껴짐이 많은 영화입니다. 어쩌면 그들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사물에 비추어 끌어가고자 함이 제게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였을까 ..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쩌면 감독의 심오한 뜻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게 느껴졌던건, 뚝뚝 끊기는 알수없는 이야기의 흐름과 겉으로만 보여지는것 같은 두사람의 감정의 표현이였습니다. 왠지 그들의 사랑이 진실하고 애절하게 보인다기 보다는, 자꾸만 강요스럽게 관객에게 주입시키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웃음 포인트도 중간중간 가볍게 들어가 있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그 웃음포인트가 적절치 못한 부분에 배치되어 있음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는듯 합니다. 영화를 보는내내 , 이 영화의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봐야하는지 갈팡질팡 서성거린 기분이 드네요.  진중함인지 가벼움인지 말입니다. 비록 저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던 영화의 흐름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지만, 꽤나 그녀들(혜정만이 아닌, 그 외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습니다. 아마 그것이 저도 같은 여인이기도 하겠지만, 푸릇푸릇한 20대가 아닌 또다른 세대를 살아가고 나이를 먹어감에 메말라 버린듯한 감정과 감성을 이 영화가 대변해 주는듯 하기도 했으니까요. 영화의 절반 이상은 제대로 제 것으로 흡수하지 못했지만, 알수없는 뭉클함에 서러움이 느껴지는건 왜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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