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진부진하게  한권의 책 읽기가 참으로 어렵고, 더디고,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나날들입니다.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며 방황하던 저의 손끝들에서, 이 에세이 또한 한참 긴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읽히지 않음에, 재미없음에, 흥미없음이 아니였어요. 단지 책이란 자체가 제게는 요즘 이상하리만치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뿐입니다. 우연히 SNS 이벤트 응모에서 당첨된 책이기도 해요, '위로'라는 책 제목이 왠지 삶에 지쳐있는 제게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신청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서른살을 넘어서면서 헛헛해진 마음에 그리고 점점 위축되어가는 제 스스로의 삶에 한번쯤 돌아볼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에도, 뒷걸음질 치기에도 고민스럽고 갈피를 못잡는 방황하는 내 발걸음에 용기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내 스스로 뿐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어쩌면 제가 이 에세이를 읽음으로 해서 조금은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참으로 얇고, 얇은 책이네요, 활자들도 많지 않지만, 그림으로 온통 책 한 페이지를 빼곡히 장식하기도 합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니, 집중만 한다면 한시간내에 몽땅 읽을수 있는 분량 입니다.<연탄길>로 유명한 작가 이철환님이 직접 그림까지 그리셨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잘 그린 그림이 아니지만, 참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강한 색채감, 그리고 알록달록 무지개빛 느낌의 그림들이 단순한 그림이 아닌 어떠한 메세지를 전해주기 위함으로 비쳐 집니다. 이야기는 반쪽 붉은 나비가 되기 위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마음속에 핀 꽃을 따 먹은 파란나비 '피터'의 여정을 그린 것입니다. 파란나비 피터는 그토록 원하던 '붉은나비'가 되지만, 그의 생각만큼 그를 대하는 모든 식물과 동물들은 , 그리고 친구들은 그를 비난하고 그를 멀리 하지요, 그는 그래서 더욱 외롭고 , 우울했고, 괴롭습니다. 그는 그런 괴로움의 고통을 떨쳐 버리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많은 생명들을 만나지요. 사마귀, 판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키 큰 나무, 분홍나비 등, 말이에요. 피터는 그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순간순간 겪으면서 조금씩 세상을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건 '비교'야. 나를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 하거든... , 네가 무엇을 하든, 네 모습이 어떻든, 너를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마. 네가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다 해도, 너는 더 아름다운 날개를 갈망하게 될 거야. 비교는 아래쪽을 바라보지 않고 항상 위쪽만 바라보려고 하니까... 너의 아픈 그늘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성장을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거야. (76쪽)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 너도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욕심 많은 나비라고 생각하니? 착각 하지 마. 너희들 모두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존재의 욕망을 이해할수 없다면, 존재를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존재의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다면, 존재를 이해할수 없는 거라고.(표범나비)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피터)/우리의 욕망이나 이중성을 함부로 깔보지 말라는 뜻이야. 욕망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니까. 우리의 이중성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불편해질지도 몰라. 욕망이나 이중성을 깔보는 것들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야. 자신에게도 욕망이 있고 이중성이 있는데, 남의 욕망이나 이중성을 깔본다는 건 말도 되지 않잖아... 내 말 이해할 수 있겠니?(피터, 96쪽)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가 많대.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그렇게 변덕스러울 리 없잖아..(144쪽)

 

사실, <위로>에 이런 동화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조금더 내면 깊숙히 감성적인, 조금은 어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읽혀지길 , 그리고 좀더 짙은 감성의 표현들을 원했던 것인지도요. 첫 페이지를 넘기며, 동화책의 삽화들을 보면서 저는 단정을 지었던 겁니다.'아, 유치하고 재미없는 짧막한 메세지들이구나' 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것 또한 저의 고정관념 그리고 '생각의 차이'가 아니였을까요? 슬슬 가볍게 읽어내려 가려던 저의 시선이 조금씩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꽤나 더딤을 느꼈습니다. 문장 , 문구, 피터와 대화하는 모든 생명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글귀의 의미가 무엇인가 곱씹어 보고 또 곱씹어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어떠한 부분에선 아찔할 정도로 마음에 콕 와닿는 메세지도 있었고요,

 

네, 저에겐 단지 모든 사물과 모든 생각과 모든 판단, 그리고 마음의 잣대가 모두 저의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롯이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것들을 판단했으며, 보이는 것만을 믿으려 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는 것".. 이 차이가 꽤나 크다는걸 말이지요.그래서 어쩌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지도 모르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피터도 자신이 소유하지 못함에 그들을 우러러 보며 부러워했겠지요, 하지만 화려함으로 보여지던 붉은 나비는 그만의 고통와 시련과 아픔이 있기 마련입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였던 것이지요.

 

동화스럽게 파란 나비 피터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긴 하지만, 현실의 삶에서 생각과 마음은 자라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피터의 여정을 따라 말입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그렇지 않다는게, 눈으로만 읽는다면 쉽게 읽히긴 하겠지만, 결국은 그렇게 읽혀진 <위로>는 어느 독자에겐 여느 평범함으로 치부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에세이는 꽤 가볍게 보이지만 , 여러번 곱씹어 읽어야 마음에 담을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기도 해요. 갑작스런 추위에, 더욱 몸은 움츠려 들고,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겨울날, 여러분에게 조금더 따스하게 다가갈수 있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