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열흘쯤... 아마 그 정도의 기간이 걸린것 같습니다. 이 한권의 책을 부여잡고 끈질기게 지지부진하게 느릿한 손놀림으로 책 페이지를 넘기며 결국은 마지막 장을 덮은게 말이지요. 350페이지가 채 안되는 많은 분량의 소설도 아니지만, 뭐 저야 늘 그렇지 않습니까? 200페이지든 300페이지든 평소 일주일은 기본으로 잡고있는 느릿하고 나태한 책읽기 말입니다. 여튼, 뭐 그렇네요. 느닷없는 국지성 폭우에, 정신산란한 요즘, 그리고 구태여 얘기 하지않아도 늘 머릿속을 마구 흔들어 놓는 여러가지 저의 잡스러운 복잡한 일들로 책이든, 영화든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더이상의 방황(?)은 하지 않으려 어느것 하나에도 소원해지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 복잡스러운 생각들과 고민들과, 불안함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서 영화든 책이든 집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방향이든, 어느 길이든, 어느 쪽이든, 언젠가는 이럼 막막함과 답답함의 결과물이 딜레마에 빠진 저를 구해주겠지요.  음, 여튼 뭐 그렇습니다.

 

글쎄요, 이번 소설은 저자 <손미나>라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끌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역시 선입관이 문제 겠지요, 본업이 작가가 아닌 방송인(아나운서)이였던 그녀가 작가로써 소설을 출간했다는건, 왠지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게 합니다. 거기에 한창 여행작가로 꽤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그녀가 이번에는 소설가로써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보니, 더욱 그런 비호감적인, 생각과 마음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그녀의 책을 접해보지도  못했지만, (어쩌면 그런 선입견으로 인해 그녀의 책들은 저의 무관심속에 한몫 자리하고 있었겠지요) 차라리 그냥 계속 여행작가로 활동 했다면 그래도 괜찮을텐데.. 생각이 그녀의 소설을 읽는데 부정적이게 작용하더군요. 여튼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나른하게 책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합니다.

 

 


'미모자'는 노란색으로 눈부시게 피어나 누구나 한 번 보면 반할 수 밖에 없는 미모자 꽃, 그 미모자꽃이 주위를 온통 둘러싸서 꽃을 밟지 않고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는 프로방스의 봄레미모자 마을, 그리고 두 쌍의 연인이 사랑을 키워 나가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그림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 손미나


이야기는 두 쌍의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독특한 건  단순히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됨이 아니라 , 두 인물 즉, 장미와 테오의 스토리를 번갈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그 장미와 로베르, 테오와 레아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필작가로 활동중인 장미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선배의 권유로  레아의 러브 스토리를 쓰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레아가 체류했던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지요. 가난한 연극배우인 프랑스인 테오, 그리고 K그룹 회장의 딸 레아의 사랑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듯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 또한 그 연인의 러브 스토리를 쓰기 위해 프랑스에 체류하게 되면서 장미 또한  프랑스인 의사 '로베르'의 우연한 만남부터 사랑까지 두 연인의 각기 다른듯 비슷한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보여주지요.  사실 각기 두 커플의 사랑을 보면서 조금은 건조하게 느껴지는 장미와 로베르의 사랑보다는 뜨겁고 정열적이고 열정적인 레아와 테오의 사랑이 참으로 아름답고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두 커플의 상반된듯 비슷한 느낌의 사랑 표현 중 특히 테오와 레아의 사랑이 더욱 돋보였던 것은, 그만큼 그들의 사랑이 더욱 절절히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흔해빠진 사랑방식일 뿐이지만 말이지요.

 

늘 연애소설(사랑소설?)이 그렇듯 어느 큰 틀 하나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에는 무한한 의미가 담겨있지만, 남녀간의 사랑에 관해서는 더욱 한정된 틀 안에 갇혀있기 마련이지요. 이번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역시 저에게는 그러했습니다. 그러함에도 왠지 그 두 쌍의 사랑 이야기에 제 가슴도 말랑말랑해지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속에 폭 빠져 들어 있었다는 얘기도 될듯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생각을 합니다. 과연 '인연과 우연'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 하는 것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말이지요. 과연 이들처럼 오롯이 변하지 않는 '사랑' 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음, 과연요! 오랫만에 달달한 소설을 읽어서인지 , 오랫만에 방긋 웃어주는 햇살만큼이나 쓸모없는 몽상질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장미와 테오의 이야기를 교차해 들려주는 것 외에도 이 소설은 표지에도 나와있듯이 로드무비 픽션입니다. 프랑스 여러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잠시나마 느낄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또하나 다른 연애 소설과 다른 점은, 단지 '사랑'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만 꽉 채움이 아닌 소설가 김탁환님의 말처럼 연애, 예술, 여행,추리 요소를 골고루 잘 버무려 섞어놓은 묘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손미나,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잠시 엿보았습니다. 저의 섣부른 선입견으로 그녀의 진정성을 보지 못했던 듯 싶네요. 그녀는 이제 소설가로써도 충분히 , 아니 훌륭한 작가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괜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미워하지 않을께요 ;). 여튼 오랫만에 활짝 개인 날씨 덕분에, 그리고 기대 하지 않았던 한 권의 소설의 즐거움으로 인해, 잠깐이나마 제 심장도 두근 거렸습니다. 주말에는 달달한 로맨스 영화나 한편 봐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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