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무척이나 덥습니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어느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게으른 나날들을 보내고있어요. 더위에 지쳐 점점 나태해지니 큰일입니다. 덕분에 집중력도 , 제 주의 어느 것에도 제대로 관심과 정성을 쏟지 못하고 있네요. 여튼 우리 이웃님들은 이런 살인 더위 잘 이겨내고 계시는지요? 하하 그런 나태해진 마음으로 책 한권 읽은건 꽤나 고통이 따릅니다. 이번 책 역시 일주일 이상을 부여잡고 있었네요. 늘 별다를것 없는 거북이 속도에 게으른 책 읽기라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 요즘은 참으로 버겁고 힘겹네요.

 

이번 소설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이라는 소설 입니다.  기리노 나쓰오님의 소설은 처음이에요. 이 소설은 '무라노 미로 시리즈' 2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1탄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 그리고 2탄이 이번의 이 책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그리고 마지막 편인 <다크>라고 하네요, 뭐 저는 1탄인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읽지 못하고 우연히 2탄부터 집어들게 된 셈이네요. 얼굴에 흩날리는 비 또한 꽤 많은 호평을 받은 걸로 아는데, 제가 그 소설을 소장하고 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것이 조만간 여유가 생기면 한번 찾아 봐야겠습니다.  가끔 소설을 읽기전 책 제목에 의문이 많이 생길때가 있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 그런 느낌이에요 ,  이야기의 스토리 자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느낌 이라고 할까요? (책 제목만으로는) 대부분 다른 소설들은 제목만으로도 책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지례짐작 되기 마련인데, 이번 소설은 그냥 고개만 쉼없이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표지 또한 노오란 배경에 강렬한 색상의 붉은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뒷모습이 조금은 매치되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탐정으로 활동하는 무라노 미로는  어느 날 "성인비디오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의 활동가 와타나베로부터 AV(성인비디오)배우 '잇시키 리나'의 실종사건을  접수 받습니다. 리나가 출연한 성인비디오물의 레이프 장면이 연출이 아닌 실제로 배우의 인권을 유린한 결과물이었다는 증언을 얻고자  합니다. 무라노는 2주간동안 그녀의 행방을 찾아가며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소설의 스토리는 단순한듯 보이지만 실종된 '리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둡고, 놀랄만한 사실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지요.이번 소설은 다른 스릴러, 추리물과는 다르게 참 지지부진하게 진행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트릭이나 긴박감, 흡입력이 뛰어 나다고도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소설은 참 눈을 뗄수 없수 없게 만드는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뭐라할까요, 잠시 한눈을 팔고 슬슬 읽다보면 불쑥 의외의 사건이 터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조급함이나 조잡스러움 없이  느릿한 거북이 마냥 더딘 느낌이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나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점이 되는 탐정 무라노 미로 또한 다른 소설속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탐정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왠지 탐정이라 하면 만능 재능인, 뛰어난 두뇌, 또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뛰어난 솜씨등, 모든 수식어를 다 붙여가며, 결국은 탐정은 "뛰어나다"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저였지만, 이 소설의 무라노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자 입니다 (사실 탐정이라는 직업과, 이름만 봤을때는 의심없이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탐정이 여자일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읽은터라 , 무라노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잠시 멈칫 하기도 했네요. 그녀는 전직 탐정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탐정활동을 갓 시작한 초보 새내기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보니 잇시키 리나 사건을 맡아 풀어나가는 그녀만의 방식이 참 더디게 느껴지기도 서투르게 느껴지기도 하는건 당연한듯 하네요. 어쩌면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읽고나니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사실 책을 읽은지 이틀정도 지났지만,  현실이었는지 소설이었는지, 잠시 착각과 혼란이 왔거든요. 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문득 문득 이 소설의 내용이 떠오를때면 티비에서 보았던 내용인가? 하며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기리노 나쓰오의 이번 소설은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소설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 즉, (책소개에서도 볼수 있듯이) 성인비디오, 매춘, 야쿠자, 가정폭력, 미혼모, 동성애 등, 어두운 현실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처음 접했지만, 소설을 다 읽고보니  꽤 인상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비록 우연히 1탄이 아닌 2탄부터 읽게 되었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 씨리즈인 1탄과 3탄까지 읽은 다른 독자분들은 1,3탄 또한 뛰어나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이번 2탄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은  1,3탄에 비해 조금은 약하다는 평도 있더군요. 저는 이번 책이 처음으로 접한 첫번째 소설이여서인지는 몰라도, 타 소설에 비해 강렬하거나 엄청난 흡입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꽤 현실적인, 현실감있는,  탄탄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왠지 문득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전혀 다른 내용의 다른 느낌의 소설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무언가 묘하게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기리노 나쓰오 역시 참 매력적인 작가임은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무라노 미로 시리즈' 외에도 이번에 기리노 나쓰오의 또다른 소설 - 미로 시리즈의 외전 - <물의 잠 재의 꿈>도 꽤 궁금하네요. 표지만 보았을때는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이번 소설을 읽은 후 그녀의  <물의잠 재의꿈> 역시 기대감이 커지네요. 조만간 읽기를 시작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을 계기로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섭렵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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