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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선생님 365 -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세상의 모든 것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참, 글씨체가 이쁘고 귀여운 책이에요, 왠지 학교 종이 땡땡땡.. 하며 노래를 불러야 할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노오란 표지에 어린 아이 글씨같은 그런 폰트가 왠지 말 그대로 어떠한 초등학생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정철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뭐 그동안 귓등으로 정철님의 이름을 많이 듣고 , 봐왔던지라 꽤 유명한 카피라이터 라는 것만 어슴프레 알고 있어요. 뭐 책읽기 좋아한다는 저이지만 다른 분들의 책 읽기에 비하면 비루함 마저 드니 말입니다.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 속속들이 귀엽고 아기자기한 삽화들과 정말 공감할수 있는 글귀들이 샘솟듯 많이 등장해요, 사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 후루루룩 빠른 넘김으로 보았을땐 짧막한 글귀들이 무슨 공감을 주고 무슨 이야기들을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짐짓 들기도 했어요, 저는 사실 그래요, 책을 읽어보기 전 제목으로 그 책속 이야기를 제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나고 이상한 성격을 지녔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번 책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봐요, 장난스런 책표지의 폰트와 디자인에 왠지 유치하고 쓸모없는 이야기들로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답니다. 앉은 자리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한, 두시간내에 끝낼수 있을듯한 부담없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끌리지 않음에 차일피일 다른 책들을 들었다 놨다하며 읽기를 외면했었나봐요,
하지만 이런 저의 모난 성격 때문에 읽기를 미루었던게 아마 큰 착각과 실수를 낳은듯하네요. 정철님이 왜 이렇게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짧지만 강렬한 문구,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누구나 생각하고 고민할수 있는 이야기들을 얘기해 주고 있거든요, 짧지않은 삶속에 한번도 주변의 사물,보이지 않는 어떠한 표현의 단어들을 한번도 마음깊게 생각해 않았어요. 그냥 이 물건에는 이 단어가 어울리는것이라고 생각했고, 부르기 편한 명칭이라 생각했을 뿐이지요, 이 책 속에는 그렇게 우리들의 무심히, 무관심히 지나칠수 있는 수많은 여러가지의 단어들을 정철님은 하나하나 과하지 않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 풀어 놓았어요. Opening 에서 정철님이 말하듯이 이 책은 말 그대로 사물을 관찰하여 그것에서 가르침을 발견한 책 이랍니다.
365가지의 많은 단어들과 사물들의 이야기 속에는 저의 추억, 사랑, 시간, 아픔, 슬픔, 미소, 아련함 들의 복잡 오묘한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때로는 머나먼 , 그리고 아련한 기억속의 지인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했고, 늘 곁에 있음에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가족들의 애틋함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고, 그리고 이제는 잊혀져버린 첫사랑 같은 풋풋한 설레임도 느끼게 해주네요. 화려하지 않아도, 인위적이지 않아도, 무언가 돋보이려 표현하지 않아도, 짧은 하나의 표현만으로 충분히 그 사물과 단어의 가치를 느낄수 있답니다.
책 표지에도 말했듯 가르치지 않고 가르친다, 야단치지 않고 야단친다. 충고하지 않고 충고한다. 격려하지 않고 격려한다. 이 문구를 책을 읽기전 읽었을때는 크게 생각하지도 않고 대충 흘려 보았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문득 책표지를 보았는데 유난히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와, 몇번이고 되뇌이며 찬찬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이 책은 소리없이 읽음으로써 많은 것을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네요. 이 수많은 사물들과 단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입을 통해 가르치고, 야단치고,충고하고, 격려하지 않지만, 그 뜻을 스스로 깨달음으로 인해 모두 느낄수 있답니다.
말 그대로 365개의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즐거운 인생철학 입니다. 무작정 읽으며 책 페이지를 넘기는 것보다. 차례에 나와있는 1교시~6교시 그리고 강의 주제를 마음에 새겨두고 그 단어들의 의미들을 읽어 내려간다면 더욱 와 닿게 되고 또한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질꺼에요, 무작정 읽다보면 '왜 이 단어에 이런 의미를 붙여 놓았을까, 너무 억지스러운것 아닐까?'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이 책의 Closing 부분에 보면 정철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세상을 위해. 이 책에 실린 글 365개를 커다란 그릇에 넣고 비빔밥 비비듯 잘 섞으면 그릇 안에 딱 두 글자가 남을 것입니다.사람. 아 정말 이 글을 읽으며 절로 감탄사가 나오네요. 어떻게 이런 기발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생각을 했는지 말입니다. 이 책으로 부터 인생을 배웠고, 삶을 배웠고, 교훈을 얻었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이제껏 사람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은 인내를 갖고 내 이야기를 들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메뉴를 내놓습니다 비빔밥. 잘 생긴 놈 못생긴 놈 다 섞이는 비빔밥. 전라도 나물이 경상도 나물을 껴안는 비빔밥. 더 큰 맛을 위해 내 맛을 양보하는 비빔밥. 우리 사람도 비볐으면 좋겠습니다. 잘 섞였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내 맛만 고집한다면 전주비빔밥 같은 세상은 또 한걸음 멀어집니다. (Closing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