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종의 요리책
카를로스 발마세다 지음, 김수진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의 디자인이 왠지 언바런스한 느낌의 장르소설 이에요, 제목만 보면 왠지 섬뜩한 느낌이 가득하지만, 표지 디자인은 그렇지 않네요, 그래서 인지,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아마 제목에서 보여주듯 어느정도 눈치를 챌수 있을 듯해요, 하지만 생각없이 덥썩 읽기 시작한 첫 문장의 시작은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추리, 스릴러, 공포물을 좋아하지만 활자로 표현되어 머릿속으로 상상되는 공포와 끔찍함은 더욱 크거든요.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사르 롬브로소가 처음으로 인육 맛, 그러니까 제 어머니의 살코기 맛을 본 건 태어난 지 7개월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11쪽)." 이 정도의 수위는 어느정도 감수할수 있지요, 하지만 그 뒤부터 시작되는 표현들이 얼마나 끔찍한지 잠시 책을 덮어 버렸습니다. 꽤 강하게 시작되는 첫 문장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감정을 안겨주었어요. 하지만 이 소설은 저에게는 처음 접하게 되는 아르헨티나 작가의 소설입니다. 낯설음이 가득한  소설 속에 낯선 지명과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소설의 초반을 읽기 시작하면서 꽤나 방해요인이 되기 시작하네요, 이야기는 이렇게 첫 페이지에 등장한 '세사르 롬브로소'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고 그가 태어나기 아주 오래전의 과거, 그러니까 100여 전부터 시작한다고 해야 하는게 맞을듯 합니다.

 

이야기는 1911년 레스토랑 '알마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은  루치아노 카글리오스트로와 루도비코 카글리오스트라는 쌍둥이 형제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쌍둥이 형제가 세운 '알마센' 레스토랑은 그들의 훌륭하고 뛰어난 요리 솜씨로 꽤 많은 유명세를 타게 되지요, 그 형제들은 이탈리아에서 이민온 '마시모 롬브로소'와 함께 일을 하면서 <남부 해안지역 요리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알마센은 마시모 롬브로소의 후손들에게 대대로 상속되며, 19세기와 20세기 중반의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의 정치적, 역사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에서 풍파와 혼란과 많은 시련을 겪게 되지요. 그러면서 <남부 해안지역 요리책>또한 레스토랑 '알마센'과 함께  끊임없이 대대로, 그들의 후손에게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알마센을 거쳐간 주인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게 요리책은 여러 주인들을 거치면서 또다른 상상의 요리책으로 재탄생 되며 결국엔 초반에 등장한 세사르 롬브로소의 손에 <남부 해안지역 요리책>이 쥐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요리책을 손에 쥔 세사르는 완전히 <남부 해안지역 요리책>에 매료되어 오로지 요리만을 세상의 전부로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광적으로 요리에만 미친 세사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는걸까요?

 

이렇게 소설은 카글리오스트 쌍둥이 형제에서부터 세사르 롬브로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수없이 오고가며 레스토랑 '알마센'의 히스토리를 풀어내듯 써 내려 갑니다. 그렇게 수순에 따르지 않은 탓에 단순한 저의 머리로 이야기를 빠르게 따라가고 이해하기에는 큰 방해요소가 되었던 듯 하네요, 등장인물이 조금 많은듯 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를 들락이는 탓에 인물들 또한 어느 시대에 등장 했었는지, 헷갈리기도 해 앞 페이지를 다시 뒤적이기도 했습니다. 오롯이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싶었지만 이런 두가지 요소(크게 말해서 두가지)는  책의 감흥이나 흥미, 몰입, 이야기의 집중도를 모두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이 소설에는 많은 요리 레시피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꽤 많이 등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작가의  요리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박식함에 놀랍기도 하지만, 눈으로 읽는 음식들은 세세함이 과하다고만 생각될 뿐이네요.그래서인지 살짝 지루함을 얹어 주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의 주인공인 세사르 롬브로소는 언제 등장하는거야?  하며 조급함이 들기도 했습니다.무언가 갑작스럽게 폭발하듯 사건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중, 후반부가 넘어가도록 어떠한 사건의 발생의 조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후반부로 넘어가서야 세사르 롬브로소가 등장하며 이야기에 점점 흥미롭게 진행되는듯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조금은 허탈하고, 허전한 느낌은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네요. 그 이유가 어쩌면 제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니였을수도 있고, 무언가 잔뜩 기대를 하고 책에 집중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추리물이라 생각하며 어떠한 반전에 대한 과한 상상이 부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독자인 제가 이 소설을 읽고 느낀건, 결말에 비해 과하게 풍선처럼 이야기를 부풀려 기대치를 잔뜩 올려놓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주인공인 세사르 보다는 레스토랑 '알마센'에 맞춰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느릿하고 지루하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만, 결과적으로는 허탈함이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는듯 하네요. 여튼 조금은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였음은 분명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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