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무슨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처음엔 제목에 끌려, 그리고 다음은 책소개에 끌려 읽기를 시작한것 같다. 차례를 보고 , 서문을 읽고 본격적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 천천히 첫장을 넘겼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시작하는 느낌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나' 라는 의외감에 첫 몇페이지는 속도가 나질 않았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는데 1부. 나는 누구인가?  2부.지식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3부.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주제 안에서 30권의 책들이 소개됨과 함께 독서법을 소개해준다. 이 책을 읽을수록 처음에는 약간의 낯설음으로 시작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독서방법과 습관이 잘못되었다는걸 느꼈다.늘 베스트셀러에 집중했고, 지은이나, 옮긴이 등, 서문, 저자 후기등은 아예 무시하고 읽지 않았다. 그냥 나에겐 내용만 중요시 되었고, 내가 재미있고, 즐거우면 그뿐이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1장에서는 자투리시간 활용, 같은작가의 다른책, 같은 태마의 책, 같은 번역자의 책,같은 시리즈물, 난해한 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서라는게 이렇게도 이런 방법으로도 읽을수 있는 거구나,라고 새삼 놀랍기까지 했다. 책속에 소개되는 30권의 책들을 간접적으로 알게되고 보게되면서 소개되는 책들중 내가 소장하고있는 책 제목의 발견함에 반가움과, 왠지 궁금해지고 호기심 가득해지는 책들 또한 참 많았다. 그런 관심가는 책들을 포스트잇에 일일히 메모해두고, 표시해두며 얼른 그 책에 대해 좀더 자세한 정보를 검색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책 읽는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생겨났다.

 

책을 좋아하지만 늘 막연함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늘 내 손에 잡히는건 소설분야 말고는 다른 분야의 책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때야 시집을 좋아해 한창 시집에만 미친듯 몰입한적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명시집도 아닌 그냥 사춘기 시절의 사랑에 관한 가벼운 시집들 뿐이었다. 몇년전부터 슬슬 책에 좀더 관심이 가면서 한동안은 수필집에만 , 또 한때는 로맨스 소설에만, 이렇게 여러 분야의 책들을 접하기 보다는 한 분야에 꽂히면 그 분야의 책만 내리 읽어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크게 기억에 남는 것도, 얻은 것도 없이 영양가 없는 독서로 허탈한 시간들을 낭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허무함마져 든다. 아직도 편독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여러분야의 책을 접하기 보단 한 분야의 독서량이 많긴 하지만 아주 조금씩 나의 편독을 바꿔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훌륭한 독서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사람이다. 책을 두루 읽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한 분야에는 박식할지언정 균형 잡힌 사고력은 많이 떨어짐을 대번에 알수있다. -p202 이 글귀를 읽으면서 날 찝어 얘기하는것 같아 왠지 뜨끔한 기분마저 들었다. 진정한 독서가, 훌륭한 독서가란  책을 많이 읽는사람이 책벌레이고 다독하는 독서가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글귀처럼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다해도 한 분야의 책만 다독한다고 해서 진정한 독서가일까? '아, 이걸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난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드니 내 자신이 참 부끄러워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책속의 책 작가들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음악, 미술, 과학,경제, 철학 등 내가 평소 접하지 않는 책들을 짧막하게나마 엿볼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30권의 책들을 모두 읽는다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직의 나의 독서 내공으로는 절대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책 내용에서 처럼 독서법을 제대로알고 그대로 실천한다면 크게 불가능할것 같지도 않다, 내겐 난해하고 어렵게만 생각되던 분야의 책들도 조금씩 접하고 읽어야겠다. 늘 문학, 에세이에서 머무르고 있는 내 독서취향도 성급히 바꾸기 보단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3부. 작가는 누구인가? (독서전략29.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권씩은 시집을 읽는다)에서 소개된 유안진 교수의 <봄비 한 주머니>에서 인용한 '시인의 말'을 읽고 너무나 와 닿았다.

오기나 욕심 같아서는 이 한 편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한 시를, 쓰고 나선 죽어도 좋다 싶은 시 한편을, 다시 더 쓸 필요가 없어 절필하게 되는 시 한편을 써보고 죽고 싶습니다마는.  죽을 때도 그 한 편을 외우면서 행복하게 죽게되는 그런 시를, 죽은 이도 일으키는 밀교의 주문 같은 시를, 독초의 꽃같이 눈길만 마주쳐도 기절하게 되는 시를, 한번 읽고 나면 인생이 바꿔지는 시를, 쓰고 나서도 읽고 나서도 잠 못들게 하는 시 한편을 써보고 싶습니다마는. 사랑과 화평과 정의 자체이신 신을 뜨거운 눈물로 체험시켜주는 시를 써보고 싶습니다마는. 소원과 실체는 갈수록 어긋나기만 하여 소원은 언제나 소원으로 끝나고 말아, 비재박덕한 저로서는 시인이라는 이름만 무겁고 짐지고 헐떡이는 불운과 불행과 형벌을 곱씹을 뿐입니다. 그저 다만 시인이기를 작파해버리지는 않을 만치라도, 정성을 더 바치면 한결 나아지리라는 소망을 갖게 해주는 시를 쓰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쓰는 시로 하여 눈물망울만치라도 저 사는 세상이 맑아지고 밝아지고 따스해지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바라고 바라면서 쓰고 싶습니다. 그러고 싶어서 저 스스로를 뼈가 녹아지는 어디론가 유배 보내고 싶고, 유배살이 하듯 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추사 선생의 세한도 한폭 같은 시 한편을 태어나주도록, 그런 소망으로 정배당하고 싶을 뿐입니다.-p253 이 시인의 말을 읽고 모든 작가들도 이런 애절하고 절절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책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왠지 작가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런 작가분들의 마음이 느껴지니 이제는 진정한 작가분들의 마음으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든다.

 

좋은 책 한권을 만남으로 인해, 또다른 책속의 책들을 발견할수 있었던 내게는 정말 행운같은 <독서의 즐거움>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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