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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 르네상스 : 대전환시대 교육의 본질을 탐하다 - OECD 교수·학습 나침반 / 교사정체성 / 비효율의 숙달 / 성찰적 실천 / 공동주도성 / IB교육 / 생성형AI / 사회정서학습(SEL)
지미정 외 지음 / 앤써북 / 2026년 1월
평점 :
무려 15명의 공동 저자가 집필한 이 도서는, '대한민국 교육르네상스'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단 채 출판되었다. 이 책은 ‘교육에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보다 ‘교육이, 교사가 왜 흔들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한국 교육 현장이 직면한 위기를 단순히 제도나 정책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교사의 정체성, 교육의 본질, 그리고 교실이라는 가장 미시적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교육 개혁서라기보다, 교육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성찰의 기록에 가깝다.
책은 크게 세 갈래의 탐구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먼저 ‘학교 현장의 문제 발견과 극복’에서는 교사가 반복되는 비효율과 행정, 민원, 평가 압박 속에서 어떻게 주체성을 잃어가는지를 다소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OECD 교수 나침반의 ‘내면의 닻’ 개념을 통해,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교사가 스스로의 가치와 철학을 붙들고 서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교사를 헌신과 희생의 존재로 미화하지 않고, 전문성과 웰빙을 함께 지켜야 할 교육의 핵심 주체로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개인적 주도성에서 공동·집단적 주도성으로 확장되는 서술은 교사를 고립된 실천자가 아니라 학습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실제로 이 책을 쓴 공동저자들은 다른 저자가 쓴 글을 읽고 <동행노트>에서 그들의 생각을 덧붙이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인 ‘AI 교육의 미래’는 기술 담론에 매몰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생성형 AI, 포용적 맞춤형 학습, 질문 문해력, AI 윤리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매개이며, 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교사와 학생이라는 점이다. 생성형 AI가 사고의 외주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 질문 없는 교실의 위험성, 그리고 P.R.O.M.P.T 기반 질문 중심 수업 설계는 현장 교사에게 즉각적인 실천의 언어로 다가온다. 특히 AI를 ‘통제의 대상’이나 ‘만능 해결사’가 아닌, 학생의 사고를 확장하는 동료로 바라보는 관점은 AI 시대 교육이 지향해야 할 균형점을 잘 보여준다.
세 번째 ‘교육 본질의 탐색’에서는 IB 교육, 예술 교육, 영어 교육, 공개수업, 교사 정체성 등 서로 다른 영역의 논의가 ‘교육은 학생의 삶을 얼마나 준비시키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지식 전달을 넘어 존재의 성장으로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 예술다움과 자기표현의 회복, 교과를 넘어선 융합 프로젝트, 학부모를 ‘관객’이 아닌 ‘배움의 주체’로 초대하는 공개수업의 재구성은 교육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다. 특히 ‘정책 패러독스’에 대한 논의는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은 문화와 구조의 동시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이점은 현장의 교사들이 직접 써 내려간 목소리다. 이론과 사례, 성찰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이상적인 교육 담론’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교실’을 마주하게 된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흔들림을 부정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질문하고 실천하는 교사의 모습은 깊은 공감과 신뢰를 만든다. 특히, 경력교사인 윤여옥 선생님이 학부모로부터 받은 전화로 인해 생각하고 작성하게 된 글의 사례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정을 이입하며 읽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동행노트를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교육 르네상스』가 말하는 르네상스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유행의 수용이 아니다. 그것은 교사가 자신의 내면에 닻을 내리고, 학생과 함께 질문하며, 동료와 연대 속에서 작은 변화를 축적해 가는 과정이다. 변화의 속도 앞에서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교사라면, 이 책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방향을 찾고 있는 중’임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동료 교사들의 지지와 힘을 주는 메시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