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전집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스 테그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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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 벌어진 고전 출판사 3파전.

아직까지 압도적인 건 민음사, 그 뒤를 바짝 쫓는 현대지성, 드문드문 등장하고 있는 열린 책들.

요즘 아끼는 출판사는 현대지성 되시겠다.

이건 진짜 미친 가성비를 자랑하니 아끼지 않으려고 해도 아끼게 되더라는 감동의 이야기.


그 중 안데르센 동화집은 가성비 중의 가성비를 자랑하니 놀라지 마시라.

동화만 168개, 1254쪽인데 이걸 단 한 권에 모두 담았다.

판형을 작고 예쁘게 해서 여러 권 책꽂에서 담는 맛도 있겠으나

책 소장보단 읽는 맛을 즐기는 나같은 사람에겐 안성맞춤이었던 책.

중간중간 아는 이야기가 나올 때 쾌감은 서비스. ㅎㅎㅎ


이 추위에도 엘사의 파란 드레스 입고 가는 꼬마를 만들어낸 영화, 겨울왕국의 모티브도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이다.

인어 공주나 성냥팔이 소녀 역시 만화 영화나 실사 영화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다양한 매체로 우리 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동화가 한가득.


 

이렇게 몰아서 보니 낱권으로 하나씩 봤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인다.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경우도 있고,

얘가 왜 이런 복을 누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그게 그냥 재미나게 읽히니 참 희한하다.

공동체나 절대 선(善)보다는 개인의 안녕과 이익이 중요하니 우리의 전래동화와 다른 점도 도드라진다.

자신을 우습게 여긴 공주에게 똑같이 복수하는 왕자 얘기가 어인 일이냐 말이다. ㅎㅎㅎㅎㅎㅎ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

동화로 쉽게 보아 넘기기엔 주제가 묵직한 것,

소재의 다양함으로 여러 편을 줄지어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까지

한 권으로 묶어 읽으니 제대로 보인다.


흉기에 가까운 두께를 자랑하지만 동화여서, 아는 이야기가 줄지어 나와서 쉽게 읽힌다.

소설이었다면 허술하다고 지적질하고도 남을 부분이 흐흐흐 웃으며 넘기게 되는 동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 내가 아는 이야기만 기억이 더욱 강화되는 현실에 좌절하고 만다. ^^;;

처음 읽는 동화는 처음이니까 상관없는데 아는 이야기는 잘못된 기억에 깜짝 놀라 뇌리에 박히는 것.

엄지공주가 두더지한테 시달림받은 후 엄마한테 돌아갔다고 믿고 있었는데

아니 이 녀석이 왕자하고 결혼을 하지 뭔가!!!!!!

어릴 땐 공주 입장이어서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엄마 입장이 된 지금은 은근 부아가 치밀며(엄지공주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결국 안데르센 동화전집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엄지공주가 되었다는 슬픈 사실.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너무 많은 동화가 있다.

다양한 소재, 주제, 분량, 인지도가 골고루 섞여 부러 찾아 읽어도 큰 손해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안데르센 동화전집.

들고다니면서 읽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 ㅋ

대신 베개 대용으로 사용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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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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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없이 시작하는 책이 있다.

나같은 경우는 에세이를 기대 없이 읽는다.

혹시 모르는 한 방을 기대하는 맘으로 기대없이 읽는 그것.

이번에 기대 없이 한 방을 기대하며 읽은 책은,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뜨뜨미지근한 서평이 태반이라 평타겠구나...... 로 시작했는데.

불행히도(?) 내 취향 저격. ㅎㅎㅎㅎ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 관련 하버드대 가장 인기 있는 강의를 담당했던 교수다.

인기 교수님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동네 이발소를 드나들며 동네 사람들과 이발사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적었다.

적어나간 글마다 이발사 아비가 생활속 철학자라 말하지만

이발사의 말 행간을 읽어내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저자야말로 실천하는 학자요 진정한 철학자로 보인다.


짧고 간략한 챕터는 읽기 편하다.

긴 대화도 거의 없다.

몇 마디 주고받은 이야기 끝에 이야기 주제와 관련된 학자의 주장과 연구 결과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것이 아니라 이론, 연구 결과를 들이밀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

내 맘에 꼭 든다.


예를 들어 인간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너무 뻔해서 신물이 날 것만 같은) 이야기 끝에

리서치 회사 갤럽은 기업의 성공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는 깊은 동료애라는 사실을 밝혀냈다(66쪽)고 말해주는 방식이다.


20세기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콧은 엄마를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 안에서 노는 아이들이

엄마와 멀리 떨어져서 노는 아이들보다 더 높은 창의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연구 결과)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준 안정감의 영향.

어른도 누구나 자신을 밝혀주고 돌아갈 등대를 만들면 마음의 안정을 찾지 않을까? (우리도 해보자)

그 등대는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명상이나 정원 가꾸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발소의 깨끗한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빛에서 안정을 찾을 수도 있고. (구체적 예, 방법 제시)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이발사 아비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매일매일 겪는 자잘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

그 평범하고 자잘한 것 안에서 나를 온전히 지탱해 줄 철학을 발견하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이 주는 평온함도 기대하시라.


붙임딱지도 붙이지 않았다.

후다닥 읽히니 이건 재독하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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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고장 났다고? -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푸른 동시놀이터 104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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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찌든 맘을 무장해제시킨 동시집, 매미가 고장났다고?


어렵지 않은데 4학년, 5학년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이라, 저학년은 뭔 소린지 모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방탄소년단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는 펭수가 좋아하는 과자가 빠다코코넛이고,

좋아하는 노래가 거북이의 '비행기'라지 않은가.

10살이라며 이상하게 취향이 내 또래인 펭수와 비슷한 동시집이라고 보면 맞겠다. ㅎㅎㅎㅎㅎ



 

동시가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최고는 그냥 쭈욱 읽으면 된다는 거.

가감없이 글자 그대로 드러나는 마음을 편히 읽다보면

그 안에서 저절로 인간사, 세상사가 보이고 사소한 깨달음으로 마음이 찡~ 해진다.

말장난같은 언어 유희도 좋지만 '매미가 고장났다고?' 는 '말' 이 아닌 내용 자체로 승부를 본다.



< 등급 >


내신 6등급이래요

큰언니


아빠가 말했어요

- 정육점 고기도 1등급인데, 너는 6등급이 뭐냐? (후략)



이게 웃을 일이 아닌데

보자마자 웃음이 빵 터진다.

우리 아버님 센스가 어마무시하셔서 웃었지만

6등급 받은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의 시선이 참 이쁘고

공부 못해 눈치보는 큰언니가 안쓰러운 마음에 웃어도 되나 덩달아 눈치가 보인다.

어른이 쓴 시가 어떻게 이리도 애들 맘 같은가 놀랍기도 하고.


'하느님은 통화 중인가 봐요' 라는 동시는 친구를 시기 질투하는 맘으로 기도하는 친구 얘기다.

도통 응답이 없는 기도에 결국 수화기를 든 주인공.

하느님과 통화를 원해 전화를 했으나 역시나 맞닥뜨린 자동응답 메세지. 



0번을 꾹 눌렀다.

-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통화 중?

아무 대답이 없는 하느님.


전화 연결 되는 그 날까지 화이팅을 빌어줘야 하나?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야, 라고 비관적인 가르침을 줘야 하나?

부정적인 마음을 갖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줘야 하나?

혼자 키득키득 웃으며 즐겁다. ㅎㅎㅎㅎㅎㅎㅎ


꽤 두꺼운 책이지만 모두 동시는 아니다.

뒷부분엔 시인 인터뷰, 리뷰, 신인 추천 소감같은 글이 함께 실렸다.

여러 시인이 함께 만든 시집이라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어투, 비슷한 시각으로 쓰이지 않아 읽는 맛이 있었는데,

끝부분이 시가 아니어서 아쉬웠음.

시를 더 많이 보고 싶었단 말이다. ^^;;


여러 시인의 시를 함께 묶으니 훨씬 재미나서 요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매미가 고장났다고?

펭수 감성 어른들도 읽기 좋을 동시집으로 추천한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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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I LOVE 그림책
트로이 커밍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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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보는 그림책은 더 이상 숙제가 아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 책임감, 의무감에 떠밀려 숙제처럼 봤다면

지금은 선명하고 이쁜 그림과 짧고 따듯한 이야기에 내가 위로받기 위해 본다.

게다가 얼마나 후다닥 읽히는지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10분이 지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쓰윽........ ^^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등 따시게 보고 또 보고 미소 지은 책은,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길에 버려진 강아지 이야기다.



 

우리 주인공 강아지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다.

자기 앞의 생을 스스로 개척할 줄 아는 똘똘한 녀석.


스스로 동네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을 입양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받아드는 거부의 답장들.

거부의 내용은 마음 아프지만 그림은 탄성을 자아내니,

편지를 받은 이들의 성격에 따라 글씨체도 말투도 다르다. 



이런 방식, 좋아한다.

소방서는 공공기관이라 형식을 갖춰서 제대로 답했고...........

라는 식의 직접 설명 없이 느낌, 분위기, 태도, 말투를 통해 스스로 느끼며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것.

성격 급한 엄마라면 구구절절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점을

그림책은 하염없이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니 가능하다.


내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볼 땐 글자 읽어주기 바빴고, 내용 이해시키기 바빴는데

혼자 편안히 앉아서 보니 그림도 보이고 글자도 보이는 것처럼

아이에게 온전히 맡기고 기다린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버려진 유기견의 절박한 마음과 외로움,

그리고 또 다른 외로움의 발견까지.


온 동네서 딱지맞은 적극적인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시다면 직접 확인하세요. ㅎㅎㅎㅎㅎㅎ


소장용 그림책으로 책꽂이에 숨길까 말까 고민하게 만든,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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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난제
고김주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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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필기하며 읽은 책, 민주주의라는 난제.

민주주의는 심오하고 예민한 난제가 맞다.


얇은 책이다.

글자도 크다.

초반 니체와 맑스를 인용해 민주주의의 본질과 철학적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만 넘기면 어렵지 않게 읽힌다.

대중문화, 스포츠, 경제 구조, 양당체제, 사기꾼같은 정치가,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까지

우리가 일상으로 접했었고 접하고 있는 문제를 통해 여러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와 대립 구조로 버텨온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살짝 흥분 상태로 거침없이 퍼붓는다. ㅎㅎㅎ



 

지금의 민주주의는 모순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를 주된 가치로 하지만 다수의 의견을 수렴한다.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기 쉽고 옳지 않음으로 매도될 수 있다.

개개인의 소중한 의견을 '한 표'씩 모아 대표를 선출해 모두가 함께 나라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표로 뽑은 정치가들에 의해 오히려 개개인이 다스려지는(?) 행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덧입어 권력과 자본가가 만나게 되면서 민(民, 저자의 표현)의 위치는 더욱 애매해진다.

군사정권 시절, 재벌은 국민의 세금과 권력의 비호로 지금의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은 우리 노동의 댓가로 이뤄낸 결과를 가로챈 그들에 대한 분노 대신 

지금의 한국 경제는 재벌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논리와 재벌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대중문화와 스포츠에 압도되어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를 왜 온 국민이 함께 보아야 하는가' 의문조차 갖지 못하는 상태에 놓였다.


나의 신체를 내가 돈 주고 팔고,

본인이 원해서 파는 신체를 돈 주고 사는 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 성매매 문제 앞에

여성이 자기 몸과 직결되는 아기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자율적인 결정권은 왜 박탈하냐 물으면

둘은 별개의 문제라고 답하는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논리,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난무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라 하면 정치 체제를 생각한다.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한다고 교과서처럼 알고 있지만 그 자유와 권리가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정치가나 국가 권력이 이를 이뤄낼 것이라 여기는 것이겠지.

그러나 민주주의가 최고의 정체가 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민중이 고귀한 가치를 지닌 고귀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17쪽)

참된 민주주의 사회란 CC TV가 아니라 신뢰와 연대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므로

서로를 신뢰하고 연대할 수있는 인간들의 집합체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교육 목표는 민주주의 시민 양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민주주의라는 난제는 커다란 권력이 풀어낼 숙제가 아니라

고귀한 가치를 지닌 고귀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선진국이라 불리는 그들은 이미 그 본질을 꿰뚫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권리가 존중되는 것을 경험하는 일,

그리하여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나아가 그러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의식 또한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124쪽)

이 민주주의라는 난제 앞에 놓은 우리 '민(民)'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나는 곧 민주주의의 시작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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