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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ㅣ I LOVE 그림책
트로이 커밍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평점 :
지금 내가 보는 그림책은 더 이상 숙제가 아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 책임감, 의무감에 떠밀려 숙제처럼 봤다면
지금은 선명하고 이쁜 그림과 짧고 따듯한 이야기에 내가 위로받기 위해 본다.
게다가 얼마나 후다닥 읽히는지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10분이 지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쓰윽........ ^^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등 따시게 보고 또 보고 미소 지은 책은,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길에 버려진 강아지 이야기다.
우리 주인공 강아지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다.
자기 앞의 생을 스스로 개척할 줄 아는 똘똘한 녀석.
스스로 동네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을 입양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받아드는 거부의 답장들.
거부의 내용은 마음 아프지만 그림은 탄성을 자아내니,
편지를 받은 이들의 성격에 따라 글씨체도 말투도 다르다.
이런 방식, 좋아한다.
소방서는 공공기관이라 형식을 갖춰서 제대로 답했고...........
라는 식의 직접 설명 없이 느낌, 분위기, 태도, 말투를 통해 스스로 느끼며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것.
성격 급한 엄마라면 구구절절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점을
그림책은 하염없이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니 가능하다.
내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볼 땐 글자 읽어주기 바빴고, 내용 이해시키기 바빴는데
혼자 편안히 앉아서 보니 그림도 보이고 글자도 보이는 것처럼
아이에게 온전히 맡기고 기다린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버려진 유기견의 절박한 마음과 외로움,
그리고 또 다른 외로움의 발견까지.
온 동네서 딱지맞은 적극적인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시다면 직접 확인하세요. ㅎㅎㅎㅎㅎㅎ
소장용 그림책으로 책꽂이에 숨길까 말까 고민하게 만든,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