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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고장 났다고? -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ㅣ 푸른 동시놀이터 104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스트레스로 찌든 맘을 무장해제시킨 동시집, 매미가 고장났다고?
어렵지 않은데 4학년, 5학년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이라, 저학년은 뭔 소린지 모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방탄소년단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는 펭수가 좋아하는 과자가 빠다코코넛이고,
좋아하는 노래가 거북이의 '비행기'라지 않은가.
10살이라며 이상하게 취향이 내 또래인 펭수와 비슷한 동시집이라고 보면 맞겠다. ㅎㅎㅎㅎㅎ
동시가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최고는 그냥 쭈욱 읽으면 된다는 거.
가감없이 글자 그대로 드러나는 마음을 편히 읽다보면
그 안에서 저절로 인간사, 세상사가 보이고 사소한 깨달음으로 마음이 찡~ 해진다.
말장난같은 언어 유희도 좋지만 '매미가 고장났다고?' 는 '말' 이 아닌 내용 자체로 승부를 본다.
< 등급 >
내신 6등급이래요
큰언니
아빠가 말했어요
- 정육점 고기도 1등급인데, 너는 6등급이 뭐냐? (후략)
이게 웃을 일이 아닌데
보자마자 웃음이 빵 터진다.
우리 아버님 센스가 어마무시하셔서 웃었지만
6등급 받은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의 시선이 참 이쁘고
공부 못해 눈치보는 큰언니가 안쓰러운 마음에 웃어도 되나 덩달아 눈치가 보인다.
어른이 쓴 시가 어떻게 이리도 애들 맘 같은가 놀랍기도 하고.
'하느님은 통화 중인가 봐요' 라는 동시는 친구를 시기 질투하는 맘으로 기도하는 친구 얘기다.
도통 응답이 없는 기도에 결국 수화기를 든 주인공.
하느님과 통화를 원해 전화를 했으나 역시나 맞닥뜨린 자동응답 메세지.
0번을 꾹 눌렀다.
-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통화 중?
아무 대답이 없는 하느님.
전화 연결 되는 그 날까지 화이팅을 빌어줘야 하나?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야, 라고 비관적인 가르침을 줘야 하나?
부정적인 마음을 갖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줘야 하나?
혼자 키득키득 웃으며 즐겁다. ㅎㅎㅎㅎㅎㅎㅎ
꽤 두꺼운 책이지만 모두 동시는 아니다.
뒷부분엔 시인 인터뷰, 리뷰, 신인 추천 소감같은 글이 함께 실렸다.
여러 시인이 함께 만든 시집이라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어투, 비슷한 시각으로 쓰이지 않아 읽는 맛이 있었는데,
끝부분이 시가 아니어서 아쉬웠음.
시를 더 많이 보고 싶었단 말이다. ^^;;
여러 시인의 시를 함께 묶으니 훨씬 재미나서 요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매미가 고장났다고?
펭수 감성 어른들도 읽기 좋을 동시집으로 추천한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