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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바보스런 얘기지만 '정말 허니문이네'라며 놀라버렸다. ^^ 나 어릴 적에 신비스런(?) 상상에 들떠 꿈꿨던 옆집 아이와의 결혼과 황당하게 이어지는 결혼생활이 이 책 '허니문' 안에 담겨있다. 그리고 둘이 떠나는 여행, 우리네 절차로 따진다면 결혼식을 올리고 떠나야 하는 허니문을 이네들은 뒤죽박죽 순서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법적인 부부고 공식적(?)으로도 부부로 인정받았고 둘도 서로를 부부로 받아들이고 떠난 여행이니 허니문은 허니문이지.
그러나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다. 기성세대들이 알고있는 - 현실에 찌든 결혼생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피붙이처럼 늘 곁에 있던 사람과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은 당위성까지 느끼며 한 결혼, 결혼은 했으나 전처럼 각자의 집에서 각자 살던대로 살아가는 퓨전식 결혼생활이 이어진다.그 결혼 위에 바나나가 즐겨쓰는 모티브, 죽음이 다시 등장한다. 아끼며 키우던 개의 죽음과 남편의 보호자인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평온하던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할아버지가 죽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던 남편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뒤이어 '나'의 죽음까지 사서 걱정하는 남편. 내가 경험했던 개(올리브)의 죽음에 대한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난 지금까지 그의 아픔, 생각, 취향 등을 모르고 지냈다. 우린 지나치게 서로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사람의 삶이 늘 상처로만 얼룩질 수는 없다. 상처는 아물게 되고 상처입은 자리는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진다. 상처는 상처로 남게 되고. 나는 대부분의 날을 그 상처따윈 잊고 지낸다. 바나나는 유치한 풋내기 부부의 어처구니 없는 결혼생활을 통해 '상처'를 이야기한다. '상처'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거, 아픔에만 빠져서 살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냥 그렇게 견디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더 멋진 세상이 반드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