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송원석.정명효 지음 / 책들의정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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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내 또래라면 책을 보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추억에 빠져 눈물을 찔끔거리지 않을 수 없다.

나보다 많이 어린 세대라면 어떤 느낌일까?

무한도전의 토토가를 보며 함께 즐겼던 것을 보면 많이 어린 세대여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테니.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 유독 가슴에 남는 이야기는 어이없게

5시 땡!!! 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것.

이걸 추억이라며 되짚어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 신선(?)했다고 해야하나. ㅎㅎㅎㅎ

5시 국기하강 의식(?)은 1989년에 없어졌다고 하니 오래도 했구나.

동생이랑 신나게 놀다가 텔레비전 보겠다고 켜면 가장 먼저 나오던 애국가.

벽에 동생이랑 둘이 딱 달라붙어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경건히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거 같은데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걸 보면 내게 애국지사의 피가 흘렀던 게 아닐까? ㅡㅡ;;


늙는다는 건 다가올 미래의 희망보다 추억할 거리가 많아진다는 뜻이라지 않는가.

1500% 공감한다.

내일에 대한 꿈을 꿀 때보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더 행복하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에 가슴이 아리고 슬프다.

몇 년 전, 예전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를 간 적이 있었다.

아파트하고 무슨 원수가 졌는지 그곳도 모두 아파트가 들어차면서 학교가 이전해서 옛 모습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정말로 단 하나도.

울컥한 정도가 아니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서 혼났었더랬다.

행복했던 내 어린시절은 이제 내 머릿속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상실감, 허무함, 두려움이 압도해 버린 시간.


이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저자의 기억 속에 남은 사라져 가는 것들과 내 기억 속에 남은 사라져 가는 것들의 공통점이 반갑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앨범을 들여다보는 기분.


두 명의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한 사람은 오래도록 생각한 후 연필을 꾹꾹 눌러 한 자씩 정성들여 글을 쓴 느낌이라면

다른 사람은 떠오르는 즉시 빠른 속도로 워드프로세서를 또각또각 두드려 글을 쓴 느낌이다.

같은 시대를 살며 똑같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전달되는 느낌이 다른 것도 재미있다. ^^


한 번에 호로록 다 읽어버리기 아까운 책.

해지는 가을 오후에 선선한 바람 맞으며 천천히 읽으면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거나

꺼이꺼이 목놓아 울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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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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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철학책을 읽기는 하지만 철학자는 싫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플라톤, 니체, 칸트, 루소 등등등 윤리 시간에 나를 괴롭히던 그들을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성인이 되어 철학책을 읽으며 얻는 기쁨은

예전에 내가 배웠던 철학자가 많이 철학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ㅎㅎㅎ


니체의 인간학도 그렇다.

부제에 쓰인 것처럼 니체가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라지만

니체의 삶은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약하고 비열하고 선량한 철학자"였던 것이다.


작가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일본에서 싸우는 철학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책에서 니체가 싫다고 이야기하는데, 그의 흥분된 상태가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니체의 이야기인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지경.

"약한 사람은 착하다"는 명제 앞에 니체와 혼연일체가 된 것처럼 화가 나있다.


니체의 인간학에서 '약한 사람'과 '착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개념과 조금 다르다.

익명성과 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숨는 사람들,

나와 다름에 대해 배척하고,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사람들,

맞서 싸우는 것이 싫고, 비난 받는 것이 싫은 사람들,

내가 상황을 주도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소수를 비난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이 약하다 말하고, 약하기 때문에 옳고 착하다 여긴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책을 읽은 후 생각하고 정리해서 글로 옮기니 설득력 있게 보이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것들에 대한 '뒤집힘'은 롤러코스터 수준이었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 선입견에 대한 도전.

너무너무너무 좋다.

 


니체의 이야기를 하는 '니체의 인간학'이지만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나도 주변에서 '이상하다', '독특하다' 소리 좀 들었던 사람이라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어찌나 많던지 깔깔대고 소리내서 웃을 정도.

작가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궁금해졌다.

읽다가 덮어두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다시 읽어야겠다.


 

니체의 인간학 덕분에

니체의 철학을 조금 더 이해했고

니체라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작가 나카지마 요시미치를 알게 되는 쾌거를 이루며

유쾌하게 책을 덮었다.


* 책 맨 앞에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의 감수의 말이 나온다.

이 부분은 책을 모두 읽은 후 마지막에 읽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 하셨던지 '니체의 인간학' 한 권이 고스란히 그 안에 들어있는 느낌.

참고해서 마지막에 읽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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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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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폭발적 반응을 얻은 드라마였다.

상위 1%의 세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했던 세계.

멋진 남자 주인공이 보여주는 상위 1%의 세상은 위화감보다는 보는 재미를 선사했었드랬다.

 

"어쩌다 이런 가족"의 가족도 상위 1% 정도의 어마무시한 배경과 부를 가지고 있다.

방 하나가 반평생을 바쳐 장만한 누군가의 집만큼의 크기였고,

2층에서 내려올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였다.

부러울 것 없이 가진 그들에게 찾아온 시련.


갑고 시끌벅적 챙겨야 가족다운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관심 없어보이고 표현하지 않아도 가족은 가족이다.

기본적인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집단.

물고 뜯고 서로를 미워하는 것 같아도 공공의 적이 등장하면 나도 모르게 똘똘 뭉치게 되는 그런 조직.

내가 내 동생은 때려도 남은 내 동생을 때릴 수 없다는 그 마음.

"어쩌다 이런 가족" 도 가족에게 닥쳐온 시련을 극복하며 전보다 나은 가족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


놀랍도록 후다닥 읽힌다.

작가의 생각이 담긴 문장이 상당히 좋다.

소설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포스트잍 붙이기는 그리스인 조르바 이후로 처음인 듯.

특히 마지막 작가의 말은 가슴을 후빈다.

그러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선 아이쇼핑을 하듯 부자들의 삶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면,

'어쩌다 이런 가족'의 부자는 '책'이라는 특성상 내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머리에 그려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몰입이 잘 되지 않기 마련.

큰딸과 사랑에 빠지는 그는 고아였고.........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한 나는 차갑고 냉정하게 '책'을 읽게 되더라는 것.

재미나 감정이입보다 자꾸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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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무한 지배자 : 중등편 영어총알정복 시리즈
Jeremy Rhee(제레미 리)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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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자식놈을 위한 책 "영단어 무한 지배자, 중등편".

60일 후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현재 영단어 무한 지배자, 초등편을 읽고 계시는 바.

후속책으로 미리 대기 중인 것이다.

이 말인즉,

나의 초4 자식놈이 영단어 무한 지배자, 초등편을

나의 잔소리 없이 읽고 있다는 말씀.

단어를 얼만큼 외웠는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잔소리 없이, 나의 도움 없이 혼자서 책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몹시 감격스럽다. ㅠㅠ

 

영단어 무한 지배자, 중등편은 초등편보다 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눈에 익은 구성 덕분인 듯. ^^;;

30일간 공부할 30개의 주제 문장이 나온다.
주제 문장에서 단어 출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단어가 연결된다.
 
double - doubt 처럼 스펠링이 비슷한 단어가 연결이 되기도 하고
fashion - passion 처럼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연결되기도 한다.
일명 마인드맵, 생각그물 형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구성.
​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 무리를 묶어주기도 한다.
내 눈에 익은 구성이 바로 이것.
무식하게(?) 단어를 외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리라.
어원에 묶여 곶감처럼 줄줄이 매달려 다니는 단어 암기가 그나마  낫더라는 것을.

 

함께 익히면 좋은 단어도 등장한다.
destiny 만 운명이냐 destination 도 운명이다.
그러나 둘의 차이 따위 설명하지 않는다.
예문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우리 저자는 단어 외우기로 했으니 단어만 외우라 하신다.
깔끔하다.
이러니 엄마가 아니라 공부하는 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처음 영단어 무한 지배자 초등편을 받아들고는 예문 없는 것이 가장 맘에 들지 않았다.
단어만 알면 뭐하겠냐,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지...... 싶은 마음.

​그렇게 공부해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또 얼만큼 효과가 없었는지 직접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ㅡㅡ;;

지금도 여전히 예문 없는 것이 맘에 걸리지만!!!!

아이가 부담없이 혼자서 책을 보고 읽는 것을 보니 흡족하다.

단어를 외우기로 맘 먹었으면 단어만 외우는 걸로.

괜히 다른 데까지 손을 뻗어 진 빼지 말고.

영단어 무한 지배자의 효과는 당장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에 드러날테니.


어젯밤에 가족이 모두 모여 중등편 MP3 파일 듣고 따라했다.

외우거나 말거나 듣고 따라하기만 하니까 엄청 재미있던 걸.

쓰지 않고 읽기만 하니 누리도 나도 부담없는 것이 제일 좋구나. ^^

몹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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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나이트 레베카 시리즈
오사 라르손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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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잡하고 치밀한 거 좋아한다.

범인 하나, 사건 하나만을 찾아가는 추리소설보다 화이트 나이트처럼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소설이 더 좋다.

그 실타래가 개인사를 넘어서 사회를 이야기하고 부조리한 면을 건드린다면 더더 좋다.

두 가지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간다.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던 변호사가 또 다시 연루되는 살인사건.

두 번째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안에 첫 번째 살인사건 이야기가 등장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니 술술술 읽히지 않는다.

잠깐 정신줄 놓고 편하게(?) 읽으면 이야기 한토막이 사라지니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살인의 배경 또한 간단하지 않다.

개인적 복수인지, 남성 중심 사회가 빚어낸 참극인지, 변화를 두려워한 집단의 방어인지 알 수 없다.

마을 주민의 절반이 용의자지만 등장하는 살인 배경의 묵직함을 보면 모두가 용의자가 아니다.


말 그대로 묵직하다.

깊이가 있다.

흥미 위주의 추리소설을 즐기는 분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책 내용을 담기에 '화이트 나이트'라는 제목이 가볍다 느껴질 지경이므로.

뒤통수 세게 얻어맞았다.


상처받은 이에겐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고

옳다고 믿는 일엔 굽힘이 없었던 여자 목사.

그녀가 살아서는 골칫거리였을지 모르나 그 작은 움직임은 죽음 후, 결국 변화를 가져온다.

범인을 찾아내는 일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죽음은 대의명분이나 사회적 위치, 삶의 뱡향, 역사적 의미 따위와 상관없이 그냥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니까.

밑도 끝도 없이, 당황스럽게, 어이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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