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철학책을 읽기는 하지만 철학자는
싫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플라톤, 니체,
칸트, 루소 등등등 윤리 시간에 나를 괴롭히던 그들을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성인이 되어 철학책을 읽으며 얻는 기쁨은
예전에 내가 배웠던 철학자가 많이
철학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ㅎㅎㅎ
니체의 인간학도
그렇다.
부제에 쓰인 것처럼 니체가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라지만
니체의 삶은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약하고 비열하고 선량한 철학자"였던 것이다.
작가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일본에서 싸우는 철학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책에서 니체가 싫다고
이야기하는데, 그의 흥분된 상태가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니체의 이야기인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지경.
"약한 사람은 착하다"는 명제 앞에
니체와 혼연일체가 된 것처럼 화가 나있다.
니체의 인간학에서 '약한 사람'과
'착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개념과 조금 다르다.
익명성과 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숨는
사람들,
나와 다름에 대해 배척하고,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사람들,
맞서 싸우는 것이 싫고, 비난 받는
것이 싫은 사람들,
내가 상황을 주도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소수를 비난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이 약하다 말하고,
약하기 때문에 옳고 착하다 여긴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책을 읽은 후 생각하고
정리해서 글로 옮기니 설득력 있게 보이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것들에 대한 '뒤집힘'은 롤러코스터 수준이었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 선입견에
대한 도전.
너무너무너무
좋다.
니체의 이야기를 하는 '니체의 인간학'이지만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나도 주변에서 '이상하다',
'독특하다' 소리 좀 들었던 사람이라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어찌나 많던지 깔깔대고 소리내서 웃을
정도.
작가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궁금해졌다.
읽다가 덮어두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다시 읽어야겠다.
니체의 인간학
덕분에
니체의 철학을 조금 더
이해했고
니체라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작가 나카지마 요시미치를 알게 되는
쾌거를 이루며
유쾌하게 책을
덮었다.
* 책 맨 앞에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의 감수의 말이 나온다.
이 부분은 책을 모두 읽은 후 마지막에 읽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
하셨던지 '니체의 인간학' 한 권이 고스란히 그 안에 들어있는 느낌.
참고해서 마지막에 읽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