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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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의 뒤를 잇는 마음 속 짐, 장식용 책의 거장이었던 유시민의 경제학카페.

드디어 완독. ㅠㅠ

내가 그간 읽었던 책 중에 가장 힘들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1등은 "유시민의 경제학카페".

총균쇠는 페이지의 압박이 있어서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것이지 읽기 시작하면 엄청난 가속도가 붙었었드랬다.

그러나 얘는 아님.


책을 보며 최근에 깨달은 게 있는데, 대개의 경우 책 제목과 부제가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것.

유시민의 경제학카페도 부제 비스무레한 문장 하나를 달고 있다, "경제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곳".

유시민은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 말한다.

경제학카페도 카페에 모여 앉아 소매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곳이라는 의미.

눈여겨 보지 않았던 그 문장 - 카페에 앉아 경제학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어려움이 시작된다.

편독하지 않기 위해 책을 골라서 읽는다고 자부하는 나도 힘든 분야가 어디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경제와 철학이라 말한다.

큰맘 먹고 읽으면 경제학 입문서 정도 수준이거나 그보다 쉽게 풀어서 쓴 책을 고르고,

청소년을 위한 경제서, 철학자로 접근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봤더랬다.

이렇게 얕은 지식, 걸음마 단계의 수준으로 마주앉은 유시민의 경제학카페.

경제학 하나도 따라잡기 어려운데 그것을 통해 세상을 봐야 하니 쉽게 읽히는 것이 이상한 거다.


그림이나 사진은 거의 없다.

최소한의 여백을 둔 페이지는 빼곡하게 글자로 채워져 있다.

방송 알쓸신잡에서 보여줬듯 작가 유시민은 차고 넘치는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글자로 풀어낸다.


중반까지는 아주 재미나게 잘 읽힌다.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경제 이야기는 귀에 쏙쏙 박힌다.

특히나 "경제학의 많은 이론이 그런 것처럼 현실에서는 별 쓸 모가 없다" (211쪽)는 작가의 견해는 내 맘에 쏙 든다.

삐딱하게 할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시민다운 화법이 경제학에서도 드러나니 은근한 통쾌함도 있다. ㅎㅎㅎㅎ


후반부 경제학이 정치와 만나는 지점 어딘가부터 '재미' 실종.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재미,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경제학을 까는 재미가 없다.

정치란 것이 그런 걸까, 내가 정치를 싫어해서일까.

이런 질문이 꼬리를 물며 유시민의 경제학카페는 끝.


처음 읽은 유시민의 책.

그의 방대한 지식과 그것을 풀어내는 힘 인정.

무엇보다 그의 시각이 나와 꼭 맞는데 그가 좋은 취지의 말씀이라 소개한 부분이 압권.


"경제학자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단히 많이 알고 있지만 ....... 치료할 수 없는 게 많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 경제성장의 마법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을 회복하는 법도 모른다." (폴 크루그먼. 248쪽)

경제학자도 모르는 일, 우리가 경제학을 어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자의적 결론을 내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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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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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기서 립맨은 RIP 의 줄임말.

Rest In Peace.

그는 "Rest In Peace" 라 인사를 남기며 전화를 끊는다.

편히 잠들라 말하며.......


 

이야기의 중심 축은 세 명이다.

립맨과 건실하지만 삶에 대한 애착이나 적극성은 부족했던 청년, 그리고 장발의 형사.

셋은 삼각형의 구도가 아니라 수직선의 구도로 움직인다.

악의 축 립맨과 악을 소탕하려는 장발 형사를 연결한 수직선  중간쯤에 청년이 있다.


립맨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악(惡)' 이란 것이 그러하듯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존재감은 없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면 벗어날 수가 없는 것처럼,

립맨은 연기처럼 나타나 빠져나갈 수 없는 유혹의 손길을 뻗은 후 홀연히 사라진다.


건실하지만 인생의 축복이나 평범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청년.

동생과 나눠야 할 유산마저 본인이 사용할 정도로 개인적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공공의 이익을 파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나왔으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맘은 없었던 그의 인생이 꼬이는 순간,

돈을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의 길에 들어선다.


범죄는 날 때부터 특별한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악(惡)' 에 물들게 되는지, 어떻게 양심을 누르며 타협하게 되는지, 그 과정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립맨.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진다거나 가독성이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차근차근 한 장씩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어 500쪽이 넘는 책임에도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되는 세 명 누구의 편에도 설 수 없고, 누구도 죽일 놈이라 욕할 수 없게 만드는 객관적 시각의 힘이 아닐까?


올해는 유괴사업 원년의 해라고 외치는 돌아이.

완벽한 범죄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도 10% 만 자기 몫으로 챙기는 립맨은 차도남인가 싶구나.

장발머리 형사님의 역할이 미미하여 당황할 수 있음에 주의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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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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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일단 감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으로 시작해 희망, 걱정, 증오, 혐오와 멸시에 이르르는데

광신주의, 인종주의, 민족주의를 넘나들며 이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를 밝혀낸다.

유난히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된 집단과 환경은 광신과 인종주의로 기울기 쉽고 그러한 집단을 결속하는 것은 사회적 현실에 대한 무력감이라는 견해 (54쪽) 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본인이 지성인임을 드러내며 도무지 못알아먹겠는 단어들의 나열로 가득 채운 글은 질색.

혐오사회는 사회현상을 깊게 파고들면서 질색할 일이 없도록 써내려간다.

오히려 이해하기 쉽게

난민이 타고 있는 버스를 가로막고 2시간이 넘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촬영한 동영상을 예로 들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경찰들의 폭력에 의해 사망했던 사건을 파헤친다.


난민 버스 동영상엔 구경꾼이 존재한다.

그들 개인이 왜 그곳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을 '참여하고 있는 비참여자들' 이라 부른다.

난민 버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바깥의 화난 무리가 커보이는 역할을,

증오를 발산하고 있는 무리에게는 관객이 되어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백인 경찰들에 의해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의 동영상은 구경꾼이 촬영한다.

경찰이 자리를 떠나라고 요구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촬영하며 항의한다.


남성호르몬을 섭취하는 여자사람이 갖는 내적 외적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미세한 호르몬의 변화에도 반응하는 우리 몸에 전혀 다른 호르몬이 미칠 영향에 대한 두려움,

내 몸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개인의 고통.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개인의 고뇌에

나 역시 혐오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참여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음에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의 무리를 혐오하는 사회.

그것을 용인하고 묵인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독일의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역감정은 물론 세대간의 갈등을 넘어선 혐오, 이데올로기로 맞서는 무리들, 정치인에 대한 혐오에 이르기까지

우리도 혐오사회로써 빠지지 않는 모양새다.


구경꾼으로 내 역할에 대한 고민,

나와 관계 없다고 무심코 넘겼던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게 만들었던 혐오사회.


우리는 누구도 혐오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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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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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최갑수, 이 냥반 사진이 역시 내 취향.

지나치게 예술적이지 않으면서 아마추어도 아닌 중용의 미덕을 갖췄다.

그러면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할까?


이번 책,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에서 고른 사진은 아래.

가장 맘에 들었던 사진은 아닌데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와서 잡아들 수 밖에 없었음. ^^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이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라니.

아이러니한 천진함에 웃음이 피식.

봉다리 잡고 있는 - 상대적 젊은이의 뚱한 표정까지 아주 완벽하다. ㅋㅋㅋㅋ




 

최갑수 님 글은 공감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나와 동년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인가보다라고 혼자 확신에 사로잡힐 정도.

 

누군가를 두고 혼자 떠난 여행.

여행지의 다른 공기, 이국적인 풍경, 생소한 사람들, 눈이 동그래질 경험 앞에 언제나 생각나는 그 사람.

함께하지 못함이 아쉬워 다음엔 같이 떠나자고 말해야겠다 결심한다.

이 순간,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그건 "함께 떠나자" 겠지.


여행지에서 혼자만의 호텔방.

고독 속의 고독.

그래서 잠자고 있는 그 사람의 등에 뺨을 댈 수 있는 일상의 아침 시간이 소중하다.

떠남이 주는 기쁨은 머물러 있을 때의 기쁨을 동반하는 것.

이 순간,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그건 "존재" 자체겠지.

돌아갈 곳으로 존재하는 당신,

등 돌려 쳐다보면 거기에 누워있는 당신의 존재. 

 

최갑수 님은 사랑이라 쓰고 나는 그리움이라 읽는다.

곁에 없으면 더욱 간절하게 생각나는 사랑,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그건 그리움.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사랑이 간절하진 않지만 혁명이 먼 것은 확실하고, 혁명보단 사랑이 쉬우니까.

나도 그냥 사랑을 하기로 한다. ㅎㅎㅎㅎㅎ


어마무시한 위로와 따끔한 충고를 동시에 받는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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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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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여자를 위한 독서.

여자에게 추천하는 독서.

여자인 나는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었으나

남자들이 읽어서도 나처럼 공감할 수 있을까는 잘 모르겠다.


 

책은 여자 형제가 많았던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던 시절,

바람피는 큰아버지보다 참고 사는 큰어머니가 대접받지 못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여자' 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여자의 독서는 시작된다.


여자의 독서 이야기는

박경리, 버지니아 울프같은 고전적 여성 작가에서 시작해

작은 아씨들의 둘째 딸 "조", 제인 에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과 같은 작품 속 여주인공을 훑고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에게로 넘어가

정유정, 아멜리 노통브와 같은 현재의 작가들로 마무리된다.


등장하는 작가도 작품 속 인물도 전부 여성이다.

"여성" 이라는 점을 빼면 그들에게 남는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

부제에서 보여주듯 "완벽히 홀로 선 사람" 들이다.

투사도 전사도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오롯이 혼자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나간 사람들,

여자가 '하나의 인간'으로 살기 힘든 세상을 흔들림없이 잘도 견뎌낸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남는다.


재미있다.

몰랐던 작가의 삶도 재미있고 작품속 인물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아는 얘기가 나오면 알아서 재미있고 모르는 이야기는 몰라서 재미나다.

제목이 '여자의 독서'라고 해서 페미니즘적 뭔가가 잔뜩 들었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시라.


최고의 책은 매번 바뀌는 것이 맞지만,

내가 읽은 '독서' 관련 서적들 중 최고는 '여자의 독서'라 말하련다.

소장용 책 등극.

< 덧붙임 >

- 오래 두고 찬찬히 읽는 책이지, 한 번에 ​술술술 잘 읽히는 책으로 추천하진 않는다.

- '여자의 독서' 덕분(?)에 1권만 읽고 포기했던 '토지'를 다시 시작한다. 잘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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