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서 립맨은 RIP 의 줄임말.

Rest In Peace.

그는 "Rest In Peace" 라 인사를 남기며 전화를 끊는다.

편히 잠들라 말하며.......


 

이야기의 중심 축은 세 명이다.

립맨과 건실하지만 삶에 대한 애착이나 적극성은 부족했던 청년, 그리고 장발의 형사.

셋은 삼각형의 구도가 아니라 수직선의 구도로 움직인다.

악의 축 립맨과 악을 소탕하려는 장발 형사를 연결한 수직선  중간쯤에 청년이 있다.


립맨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악(惡)' 이란 것이 그러하듯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존재감은 없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면 벗어날 수가 없는 것처럼,

립맨은 연기처럼 나타나 빠져나갈 수 없는 유혹의 손길을 뻗은 후 홀연히 사라진다.


건실하지만 인생의 축복이나 평범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청년.

동생과 나눠야 할 유산마저 본인이 사용할 정도로 개인적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공공의 이익을 파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나왔으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맘은 없었던 그의 인생이 꼬이는 순간,

돈을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의 길에 들어선다.


범죄는 날 때부터 특별한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악(惡)' 에 물들게 되는지, 어떻게 양심을 누르며 타협하게 되는지, 그 과정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립맨.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진다거나 가독성이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차근차근 한 장씩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어 500쪽이 넘는 책임에도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되는 세 명 누구의 편에도 설 수 없고, 누구도 죽일 놈이라 욕할 수 없게 만드는 객관적 시각의 힘이 아닐까?


올해는 유괴사업 원년의 해라고 외치는 돌아이.

완벽한 범죄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도 10% 만 자기 몫으로 챙기는 립맨은 차도남인가 싶구나.

장발머리 형사님의 역할이 미미하여 당황할 수 있음에 주의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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