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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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일단 감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으로 시작해 희망, 걱정, 증오, 혐오와 멸시에 이르르는데

광신주의, 인종주의, 민족주의를 넘나들며 이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를 밝혀낸다.

유난히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된 집단과 환경은 광신과 인종주의로 기울기 쉽고 그러한 집단을 결속하는 것은 사회적 현실에 대한 무력감이라는 견해 (54쪽) 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본인이 지성인임을 드러내며 도무지 못알아먹겠는 단어들의 나열로 가득 채운 글은 질색.

혐오사회는 사회현상을 깊게 파고들면서 질색할 일이 없도록 써내려간다.

오히려 이해하기 쉽게

난민이 타고 있는 버스를 가로막고 2시간이 넘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촬영한 동영상을 예로 들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경찰들의 폭력에 의해 사망했던 사건을 파헤친다.


난민 버스 동영상엔 구경꾼이 존재한다.

그들 개인이 왜 그곳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을 '참여하고 있는 비참여자들' 이라 부른다.

난민 버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바깥의 화난 무리가 커보이는 역할을,

증오를 발산하고 있는 무리에게는 관객이 되어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백인 경찰들에 의해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의 동영상은 구경꾼이 촬영한다.

경찰이 자리를 떠나라고 요구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촬영하며 항의한다.


남성호르몬을 섭취하는 여자사람이 갖는 내적 외적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미세한 호르몬의 변화에도 반응하는 우리 몸에 전혀 다른 호르몬이 미칠 영향에 대한 두려움,

내 몸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개인의 고통.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개인의 고뇌에

나 역시 혐오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참여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음에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의 무리를 혐오하는 사회.

그것을 용인하고 묵인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독일의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역감정은 물론 세대간의 갈등을 넘어선 혐오, 이데올로기로 맞서는 무리들, 정치인에 대한 혐오에 이르기까지

우리도 혐오사회로써 빠지지 않는 모양새다.


구경꾼으로 내 역할에 대한 고민,

나와 관계 없다고 무심코 넘겼던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게 만들었던 혐오사회.


우리는 누구도 혐오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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