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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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주체할 수가 없다. ㅎㅎㅎㅎㅎ



신간을 관심갖고 읽지 않을 땐 전혀 몰랐다.

책에도 유행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출판계 흐름은 글쓰기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 페미니즘인 모양.

문장의 온도는 최근 흐름인 글쓰기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직접적으로 글쓰기를 언급하지 않으니 정체성이 모호하다.

(나는 이덕무를 좋아해서 선택했지만) 이 책을 무어라 요약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이덕무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불린다.

그의 문장은 참신하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대에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랬다고 하는데, 한글로 옮겨진 글을 읽는 우리에겐 '참신하다' 는 문장이 무엇인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 ^^;;

이 때 역사적 배경지식이 살짝 필요하다.


책만 보는 바보 - 간서치로 불리는 이덕무는 서얼 출신으로 뛰어난 문장가임에도 불구하고 출세(?)하지 못하다가 정조의 눈에 든다.

정조가 이덕무를 아낀 것은 확실하나 문체반정으로 참신한 문장에 대한 탄압을 했던 왕 아니겠는가.

나라가 문장가들이 글을 쓰는 형식이나 내용까지 정해주던 시대에

게다가 벼슬길도 막히고 업신여김받기 일쑤인 서얼 출신의 비애를 안고 살던 이가 글을 썼다.

박학다식이라 표현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수많은 글을.


문장의 온도는 그런 글 중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벌과 벌집을 보며, 노을을 보며, 봄비와 서양의 인체해부도를 보며 생각나는대로, 느낌 가는대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삶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도 적었다.

이덕무의 삶이 만만치 않았기에 누구보다 괴로워하고 번뇌했을 흔적이라 생각하며 읽으면 저절로 경건해진다.

그런 중에 주변 사물과 자연을 보며 이토록 따뜻한 감성을 드러낼 수 있음에 감동하게 된다.


길지 않은 글을 하나씩 소개하는 형식이다.

한자를 그대로 옮겨 적어놨으며 한정주 님이 글 밑에 본인의 생각과 역사적 사실 등 여러 코멘트를 달았다.

재미를 위해 읽을 책은 아니다.

문장이 갖는 힘, 문장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서늘하고 포근한 온도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문장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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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앤 포터 -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0
캐서린 앤 포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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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캐서린 앤 포터다. ㅎㅎㅎ

현대문학 출판사 세계문학단편선 30.

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작가 이름이 캐서린 앤 포터.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


약 2주에 걸쳐 하루에 1-3편의 글을 야금야금 읽었다.

두 편을 동시에 연달아 읽지 않았는데 가슴에 남는 여운을 즐기고 싶어서 일부러 띄엄띄엄 봤음.

아마도.......

2018년에 알게 된 가장 좋은 작가가 캐서린 앤 포터가 될 것만 같음.


책을 받는 순간부터 입이 째진다.

예쁜 꽃 껍데기도 좋지만 책의 두께가 어마무시하거든. ㅎㅎㅎ

출판계를 살리는 도서정가제지만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한테는 후덜덜한 책값.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두꺼운 책이 좋아진다. ^^;;

캐서린 앤 포터는 무려 862쪽에 달하는 책이 19,000원.

거기에 20편의 소설이 들었으니 이건 뭐...... 땡 잡은 거다. ㅋ


캐서린 앤 포터는 1890년에 태어나 1920년대에 데뷔해서 1966년에 퓰리처 상을 수상.

고전이 인간의 본성을 다루기 때문에 시대에 상관없이 읽힌다고는 하지만 작품이 쓰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어수선하던 시대를 살아낸 여성이면서 작가 - 그녀의 소설이 깊은 울림을 남기는 까닭 중 하나는 분명 그 시대이리라.


캐서린 앤 포터의 작품은 그녀가 본 모든 인간군상과 세상을 담아낸다.

분명 혁명가지만 부를 축적한 부정부패의 표상인 그 (꽃피는 유다 나무) 가 등장하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름 아래 학대 아닌 학대하는 (그 애) 엄마도 그려진다.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 (웨더롤 할머니가 버림받다)의 마지막 인생을 가슴 찡하게 썼다가,

작고 사소한 문제로 죽일 듯이 싸우고 어처구니 없이 화해하는 (밧줄) 부부의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을 담아내니,

소재나 주제 어떤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다.

이걸 전부 한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뻔함이라곤 찾을 수 없는 놀라운 소설집.


단편집을 읽게 되면 가장 좋은 소설과 가장 별로인 소설을 자연스레 나누기 마련.

캐서린 앤 포터의 작품은 가장 좋은 소설 꼽기가 너무 어렵다.

'너~어무 좋다' 라고 호들갑 떨기가 미안할 만큼 좋은 작품 투성이.


깜둥이라 표현되는 흑인 노예, 자신의 땅에서 업신여김 당하는 남미의 인디오, 외적 아름다움으로만 평가받는 여성,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하자, 저러하자 방향을 제시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억압받고 있는지 과하지 않게 표현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어렵지 않으면서 가슴을 울리는 놀라운 소설들.


가성비만으로도 추천받아 마땅한데 내용마저 훌륭하니 어찌 추천하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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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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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나의 모든 책  선물은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로 결정.

맘 같아선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고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읽히고 싶구나.



 

우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천지인 세상에 살고 있다.

내 재산 내 맘대로 쓰는 게 뭐가 문제냐고 따지는 사람,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

너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는 어른들,

집안일 하는 게 뭐 그리 억울하냐 평생 밖에서 일하는 나보다 낫다고 쉽게 말하는 남편.........  의 이야기.

이렇게 말하면 개개인을 지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였다.

무엇이 왜 문제인가를 알기 전에 몸으로 배우고 익힌 자연스러운 태도였으므로,

그리고 그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사회 안에서 더 강화되고 곤고히 자리잡아 대를 잇는다.

그 태도가 어떤 정치와 맞물렸을 때 파급력이 어마무시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한때'는 여전히 지금을 지배한다.

참고로 나는 1988년 시험문제 답을 지금도 기억한다.

한국이 금메달 12개로 종합 순위 4위를 했다는 사실은 잊으려고 해도 안 된다.

내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270쪽)

사회학자로 사회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저자 역시 자연스럽게(?) 익힌 태도를 지닌 사람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저자만 그렇겠는가.

책을 읽는 내내 얼굴이 후끈거려  혼났다.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도 알고보니 편견과 선입견 덩어리였던 것이다.

그나마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라 여기며 면피. ㅡㅡ;;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모두가 환영할 책은 아니다.

선혈이 낭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감정적인 글이다.

그러나 읽는 내내 내가 더 흥분하고 내가 더 게거품을 물게 되니 큰 문제는 없다.


노키즌 존이 왜 문제인지,

군대 다녀와서 억울(?)한 남성들이 군대로 인해 어떻게 사회에서 보다 높은 자리에 서게 되는지,

왜 여성이 낮은 연봉과 경력 단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지,

왜 우리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소수를 바라보며 달려선 안되는지 알고 싶다면.

당장 읽어보시라.


내가 맨날 입에 달고 사는 말, 나는 안 괜찮거든!!!!!

정말로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ㅠㅠ

그래도 괜찮다고 넘기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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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6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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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페미니즘과 더불어 한창 뜨고(?) 있는 책의 소재, 고양이.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는 고양이가 왜 갑자기 뜨는 것인지 이해 불가능.

이해 불가능은 불가능이고 시대 흐름은 시대 흐름이니 편승한다.

뭔 고양이 얘기들을 그리 하는 것인지 읽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는

실제 수의사였던 헤리엇이 쓴 여러 책 중에서 고양이 이야기만 묶은 것이라고 한다.

책 선택할 때 책 소개를 꼼꼼하게 읽는 편이 아니라 (책 읽기에 방해가 되서 가급적 읽지 않는다) 기본 정보는 요기까지.

그리고 책을 받아들며 놀란다.

얇고 작은 책 사이즈에 한 번,

수의사 헤리엇이 1916년 출생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알고보니 헤리엇은 수의사이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였던 것.

작가 본인의 글쓰기 역량은 이미 검증된 것이겠는데 번역가가 김석희님.

로마인 이야기 광팬인 나는 그 책을 번역했던 김석희님이라면 무조건 믿어버렸으니.......

번역서지만 매끄럽고 실한 문장을 읽겠다는 기대감을 이미 깔고 시작한다.


실제 수의사였던 사람이 썼다고 하니 당연히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는 자전적 소설이라는군. (정말로 책 소개를 읽지 않는다. ㅎㅎㅎㅎ)

여러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과 그 곁을 지키는 고양이,

야생 고양이라 절대 집안에 들어오지 않지만 먹이를 주고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사랑하는 사람과 고양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좋아해서 밤마다 집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지만 살아난 고양이,

고양이가 아프자 생기를 잃고 모습마저 달라지는 주인의 이야기까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사랑하는 - 사람과 고양이가 등장한다.


아주 따뜻하다.

처음엔 경계하지만 호의를 가지고 다가가고,

받아들일 시간을 충분히 주면 마음을 여는 고양이들.

모든 관계가 그러하지 않을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한다면 따뜻하지 않을 사이가 있을까?


교훈적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굉장히 교훈적이고 훈훈했던,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아주 좋았어.

고양이라면.......  키울 수 있을 것 같음. ㅎㅎㅎ

고양이보다 헤리엇 아저씨가 2800 만 배 더 좋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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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귀신들 -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
구맹회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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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는다.

느슨하게 슬렁슬렁 살 때는 자극이 필요해서 일부터 찾아 읽었지만

지금은 내가 자기계발서를 써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고 있어서 감동도 자극도 받을 수 없으니까.

대신 방향이 조금 달라져 부러 찾아서 읽는 건 '공부귀신들' 같은 공부 관련 수기나 공부법에 관한 책들.

내가 이제와서 공부를 할 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방법도 있다더라 알려주려고 읽고 있다.


그런데 이게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엔 공부 관련해서 조언할 말이 하나도 없었는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 나도 이렇게 했는데' , '이런 방법으로 공부 안하는 사람이 어딨어?' , '그런 방법으로 공부했으면 당연히 나도 서울대 갔지.' .........

하면서 구시렁대고 눈을 흘기게 된다.

마치 내가 경쟁관계에 있는 수험생인 것처럼.

삐딱한 아줌마 시선. ㅡㅡ;;


내가 필요해서 찾아 있는 책, 요번엔 다르게 읽어본다.

현재의 내가 아닌 내 아들의 입장에서.

아들의 입장에서 책을 보니 말도 못하게 새롭고 놀라운 사실 발견.


선생님께서 색 분필을 이용해 칠판에 호화찬란하게 써주는 걸 고대로 옮겨적으며 자연스레 노트 필기법을 배운 나는,

요새 아이들도 당연히 노트 필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사선생님은 필기구의 색도 정해주고 노트를 반 접어서 쓰라며 필기법을 통일(?)까지 시켜주셨더랬다.

나는 누군가 정해준대로, 시키는대로 배워놓고,

'공부귀신들' 처럼 공부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에 요약 정리하는 법이라며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뭐 이런 것까지 비법이라며 알려주느냐고 비웃었다. ㅡㅡ;;


그리고 돌아본 내 자식놈.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얘들은 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뭔가를 쓰고 받아적는 시스템이 아니니 공책에 필기하는 방법을 모르고 설명을 듣고 요약정리하는 법도 모른다.

문제도 연습장이 아니라 책에 직접 풀어도 상관없다.

평가도 서술형으로 하니 암기를 위해 핵심만 잡아 정리하는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아뿔싸!!!!!

이거였구나, 요새 아이들은 옛날 우리처럼 공부하지 않는구나.


학생의 입장에서 읽으니 눈이 번쩍 뜨인다.

괜히 공부귀신들이겠나.

어렵고 복잡한 이론을 공부한 과정, 노트필기법, 문제풀이법에 대한 충고는 물론 사교육 선생님 선택 방법까지 알려준다. ㅎㅎㅎ

공부귀신들이라 불렸던 학생들의 경험담에 저자가 인용하는 TED 강연 내용이 어우러져 신뢰도 급상승.

그리하여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담겨 있지만) 초등학생 아이에게 권해서 읽고 있는 중.

형, 누나는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어떤 자세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내가 공부를 싫어하면 공부도 나를 싫어한다고,

내가 수업시간이 싫으면 수업시간도 나를 싫어한다는 진리.

공부는 1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을 배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을 듯.


공부귀신들.

은근 좋았음.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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