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앤 포터 -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0
캐서린 앤 포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캐서린 앤 포터다. ㅎㅎㅎ

현대문학 출판사 세계문학단편선 30.

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작가 이름이 캐서린 앤 포터.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


약 2주에 걸쳐 하루에 1-3편의 글을 야금야금 읽었다.

두 편을 동시에 연달아 읽지 않았는데 가슴에 남는 여운을 즐기고 싶어서 일부러 띄엄띄엄 봤음.

아마도.......

2018년에 알게 된 가장 좋은 작가가 캐서린 앤 포터가 될 것만 같음.


책을 받는 순간부터 입이 째진다.

예쁜 꽃 껍데기도 좋지만 책의 두께가 어마무시하거든. ㅎㅎㅎ

출판계를 살리는 도서정가제지만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한테는 후덜덜한 책값.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두꺼운 책이 좋아진다. ^^;;

캐서린 앤 포터는 무려 862쪽에 달하는 책이 19,000원.

거기에 20편의 소설이 들었으니 이건 뭐...... 땡 잡은 거다. ㅋ


캐서린 앤 포터는 1890년에 태어나 1920년대에 데뷔해서 1966년에 퓰리처 상을 수상.

고전이 인간의 본성을 다루기 때문에 시대에 상관없이 읽힌다고는 하지만 작품이 쓰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어수선하던 시대를 살아낸 여성이면서 작가 - 그녀의 소설이 깊은 울림을 남기는 까닭 중 하나는 분명 그 시대이리라.


캐서린 앤 포터의 작품은 그녀가 본 모든 인간군상과 세상을 담아낸다.

분명 혁명가지만 부를 축적한 부정부패의 표상인 그 (꽃피는 유다 나무) 가 등장하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름 아래 학대 아닌 학대하는 (그 애) 엄마도 그려진다.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 (웨더롤 할머니가 버림받다)의 마지막 인생을 가슴 찡하게 썼다가,

작고 사소한 문제로 죽일 듯이 싸우고 어처구니 없이 화해하는 (밧줄) 부부의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을 담아내니,

소재나 주제 어떤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다.

이걸 전부 한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뻔함이라곤 찾을 수 없는 놀라운 소설집.


단편집을 읽게 되면 가장 좋은 소설과 가장 별로인 소설을 자연스레 나누기 마련.

캐서린 앤 포터의 작품은 가장 좋은 소설 꼽기가 너무 어렵다.

'너~어무 좋다' 라고 호들갑 떨기가 미안할 만큼 좋은 작품 투성이.


깜둥이라 표현되는 흑인 노예, 자신의 땅에서 업신여김 당하는 남미의 인디오, 외적 아름다움으로만 평가받는 여성,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하자, 저러하자 방향을 제시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억압받고 있는지 과하지 않게 표현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어렵지 않으면서 가슴을 울리는 놀라운 소설들.


가성비만으로도 추천받아 마땅한데 내용마저 훌륭하니 어찌 추천하지 않을쏘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