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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ㅣ 클래식 클라우드 2
이진우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평점 :
니체.
차마 좋아한다고 말은 못하겠다. (교과서에 등장했던 철학자에 대한 무조건적 반감. 암기식 학교 교육의 폐해. ㅡㅡ;;)
그러나 가장 관심을 끄는 철학자고 내 가치관과 맞아떨어지는 철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니체라고 말한다.
그 니체를 이진우 석좌교수가 이야기한다.
'니체의 인간학' 이란 책에서 감수의 말로 만났던 바로 그 이진우 교수.
일목요연하게 글을 너무 잘 써서 책의 저자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그 분.
여기에 하나 더.
니체와 이진우 교수도 모자라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글을 쓴 일종의 여행기!!!
니체가 머물렀던 길을 따라 글이 펼쳐지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위스 풍경이 중간중간 등장.
이 책은 마치 나를 위해 쓴 것처럼 모든 것이 내 취향이다.
아르테 출판사에 전화해서 감사의 말씀이라도 전하고픈 심정.
천재라 불리던 니체.
청년 시절에 교수 자리에 앉았으나 몸이 아파 그만두면서 깊은 사색과 자신만의 철학의 길을 만들어간다.
바로 그 시기의 니체를 따라 요양과 사색의 여행을 함께 떠나며 니체를 알아가는 길.
그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탁월하니 니체를 몰랐던 사람도 니체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읽는 내내 내가 니체한테 빠져드는 것인지 이진우라는 사람한테 빠져드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유고", "즐거운 학문", "니체 서간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과 같은 니체의 작품을 인용해서 설명하는데, 이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기에 여러 번 실패한 나는 니체가 술술 이해되는 이 상황이 오히려 당황스럽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제대로 설명을 들어서 그렇다고 받아들이면 좋으련만,
나도 알 만큼은 안다고 믿었던 아집을 버리지 못했던 것일까?
니체 본인이든, 이진우가 이해한 니체든, 알아들었으면 그만이지 무엇인 문제란 말이냐.
혼자 깨우치지 못했던 것들을 쉽게 알려주는 좋은 스승(이진우)을 만나며 나의 무지를 깨닫는다.
그렇게 나는 니체가 말한 "초인"이 되어간다. ㅎㅎㅎ
니체의 '초인'은 결코 고급인간이 아니다. (181쪽)
부끄러움을 알고 내가 극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 그 사람이 바로 초인이다.
안전하고 평온한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삶에 뛰어드는 사람,
뛰어들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깨지고 다듬어져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려는 사람이 초인인가보다,
라고 이해한다.
"다시 살길 소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렇게 사는 것, 그것이 과제다" (170쪽)
니체가 가르치고 저자가 묻는다.
'나는 정말 나의 삶을 원하는가?'
'나의 삶에 최고의 감정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감정을 얻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는가?'
니체는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만 살라 하지 않는다.
나를 가두고 있는 답답한 도덕, 규범, 규칙에 얽매이지 말라고 말한다.
니체가 살던 시대와는 다른 모습의 사회지만 현대인을 옭아매는 또 다른 규범이나 규칙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삶" 과 삶에 임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소중한 시간.
이 책은 이미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칭찬따위 소용 없겠구나.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