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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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기대 없이 집어든 책, 진작 할 걸 그랬어.

읽는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토록 성실한 에세이라니.

페이지를 꽉 채운 글과, 정성을 다해 써내려간 문장.

인기에 편승해 책을 낸 것이 아니라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느낌이 전해진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편견 어린 호감이 생긴다는 그녀의 말에 100% 동의하는 나는,

김소영이라는 사람에게 편견 어린 호감을 갖고 만다.

일본 여행기면서, 김소영이라는 사람의 일상 수필이면서, 일본의 책방 기행문이기도 한 복잡다단한(?) 글.

그 복잡다단함 속에 그녀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왜 서점을 하려고 하는지 주제가 명확히 드러난다.

알콩달콩 신혼의 모습은 물론 사람 됨됨이까지 드러나는 순간,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건 덤일까?

오래간만에 실한 에세이를 만난 것 같아 무지막지하게 좋았다. ㅎㅎㅎ

읽는 내내 성실한 글쓰기에 감동을 받았는데 마지막에 감동의 실체를 본다.

"예전에는 어떤 주제든 작가가 350쪽은 넘게 써줘서 책등이 두툼해야 책같았는데,

요즘은 텍스트가 빽빽한 책보다는 여백을 여유 있게 주고 두께도 얆아진 책들이 더 많이 보인다." (294쪽)

실제로 글자가 적은 책이 더 잘 팔린다고도 한다.

다양한 출판물의 시도와 책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범주가 달라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두툼하고 글자 빼곡한 종이 책이 좋다.

전자책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나와 비스무레한 감성의 그녀도 텍스트 빽빽한 뚱뚱이 책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토록 성실한 글을 오타도 하나 없이 써내려갔구나.

책방 주인 김소영은 이제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바라보겠다지만 독자인 나는 당분간은 고집불통 뚱뚱이 책을 좋아하련다.


진작 할 걸 그랬어.

약간의 후회와 아쉬움을 담은 제목.

정작 내용은 후회나 아쉬움따윈 없다.

밝고 씩씩하고 잘 해낼 것이란 믿음이 생기다 못해 나도 뭔가를 해내야 할 것만 같은 용기를 북돋아준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면 해봐야지.

그리고 우아하게 한 마디 뱉어보자.

"진작 할 걸 그랬어".


가독성이 끝내준다.

저자가 방송인이기에 글을 읽으면 자연스레 영상이 그려진다는 이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사진이 없는데도 영상미가 더해지는 에세이를 경험할 수도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 진작 할 걸 그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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