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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미래 보고서 - 빚으로 산 성장의 덫, 그 너머 희망을 찾아서
마루야마 슌이치.NHK 다큐멘터리 제작팀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맨 처음, 추천의 말을 읽다가 덮는다.
이거 슬렁슬렁 넘겨보곤 끝날 책이 아니다.
날 잡아 시간을 비우고 필기구와 붙임딱지, 노트와 이면지 연습장까지 준비해서 앉는다.
뒷부분에 오타가 연이어 발견되며 흥이 깨진 거 말곤 맘에 쏙 드는 책.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는 최초의 경제관련 서적의 등장인데, 오타가 아주 그냥 맘에 걸린다. ㅡㅡ;;
일본 NHK 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겼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빛나는 경제학자 스타글리츠,
24살 나이에 대통령 경제 자문을 맡았던 세들라체크,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투자자 스탠퍼드의 인터뷰를 엮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형식의 글은 절대 읽지 않는다.
방송도 인터뷰 형식은 보지 않는다.
나는 궁금하지 않은 질문, 뻔하고 형식적인 질문을 하면
문제라도 일으킬까 조심조심 틀에 박힌 답변을 내놓는 것이 재미도 없고 집중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재미도 없고 뻔해 보이는 형식이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득이 된다.
어렵고 정신 사나운 경제 이론과 경제 상황이 질문자의 질문 범주 안에서만 움직이니 이해가 쉬워지는 현상이 일어난 것.
내가 질문자의 질문만 제대로 이해하면 답변은 학교 강의처럼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덕분에 필기하면서 강의 듣는 기분을 만끽하며 오래간만에 문학이 아닌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는 기염을 토한다. ㅎㅎㅎ
스타글리츠는 익숙한 이름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부를 일부가 독점하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니라며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은 사회적 비용을 회사가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회사가 지불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되고
이는 회사가 보조금을 받는 것과 같기 때문에 진정한 시장경제가 아니라는 그의 말에 소름이 돋는다.
환경운동가나 사회학자가 아닌 경제학자가 뱉어내는 놀라운 이야기들.
세들라체크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처음 들었으나 홀딱 반해서 이 사람 책을 바로 구입, 다 읽어버리기로 결심한다.
경제를 영화, 심리학, 신화 등의 이야기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너무 쉽게 이해되서 당황스러울 지경.
반지의 제왕을 빗댄 GDP 와 행복에 관한 설명은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 사람, 천잰가봐.
마지막은 경제학자가 아닌 투자자 스탠퍼드.
앞의 경제학자와는 대조적인 입장이다.
스타글리츠가 인플레이션 수치를 감안하여 분석한 자료를 통해 풀타임 노동자의 수입이 40년 전보다 낮아졌다고 한 것에 반해,
스탠퍼드는 현재 노동자의 삶이 예전보다 나아졌고, 질 좋은 삶을 영위한다고 주장한다.
부의 쏠림현상이 있기는 하나 그들이 전진하는 길에 장애물을 만드는 것은 기술혁신과 진화를 막는 것과 같다 하니 살짝 씁쓸해진다.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는 이렇게 잘 나가는 경제 분야의 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자본주의의 미래를 내다본다.
경제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란 말은 못하겠다.
신문 경제면 좀 보고 세상 어떻게 돌아가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며 읽을 수 있겠으니 추천.
나는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 문제점을 지적한 스타글리츠와 세들라체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책을 덮는다.
좋은 선생님 만나서 새로운 분야를 배운 것같은 흥분과 행복이 교차했던 시간.
너무 좋았다 -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