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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곰탕.
구수한 제목과 달리 SF 추리소설이다.
재미있다는 평을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곰탕이라는 제목이 주는 토속적인 냄새에 무겁고 칙칙한 이야기라 짐작했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이 책!!!!
완전히 내 스타일.
급기야 재독을 결정하고야 만다.
곰탕은 두 권짜리 책이다.
1권 초반은 살짝 어수선하다.
등장인물이 쏟아져 나오니 당연한 일.
그래도 좋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다.
할 말만 하고 너저분한 설명은 생략한다.
등장인물이 쏟아져 나오면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미래에서 현재(책에선 2019년쯤으로 본다)로 곰탕 비법을 찾으러 온 이우환.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나를 흥분시킨다.
가독성이 좋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친 속도전.
1줄에 2-3문장이 들어가는 짧디 짧은 글과 저속한(?) 표현은 나를 위한 것인가 싶다.
미래에서 온 이우환의 개인사가 미친 속도전으로 마무리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각각의 인물에 따른 어투와 문장과 분위기의 변화.
작가양반, 글 좀 쓸 줄 아시는 분이구나.
2권으로 넘어가면 짧게 치고 빠지는 미친 속도전은 없다.
이제부턴 주제가 드러난다.
결정적인 순간에 바다에 빠진 순희,
행복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나 "왜 이렇게까지 애를 썼을까" (320쪽) 스스로에게 묻고 마는 우환,
난리 북새통을 뒤로 하고 돌아간 미래는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대를 품게 되는 나, 춘자.
나이 어린 아버지를 바라보는 우환은 아버지이기도 했고 아들이기도 했다.
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반가운 존재.
원했던 건 가족 셋이서 도란도란 소박하게 사는 것이었지만 인생이란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인생 하나가 지 혼자 망쳐지나." (362쪽)
인생은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또라이 캐릭터,
상상초월 사건,
치밀한 구성,
가슴을 울리는 주제.
다시 읽어야겠다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