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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밀레니엄 북스 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권응호 옮김 / 신원문화사 / 2002년 12월
평점 :
베르테르 로테 그리고 알베르트. 이 세 인물간의 갈등과 결국 자살을 통한 그 갈등의 해소를 통해, 자살의 의미를 재차 떠올려 본다. 독일 문학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이 소설이지만, 정말 지독한 사랑의 최후가 결국 자살로서만 마무리 되어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진다. 사실 처음부터 이 소설은 자살을 암시하는 많은 복선을 깔아 놓고 있었다. 특히 알베르트와의 자살에 대한 토론에 있어서는 그의 자살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베르테르의 유서에는 로테에게 보내는 부분이 있다. 그 중 “로테! 나는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싶었으며, 당신을 위해 이 몸을 바치는 행복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피를 흘리고 죽음으로써, 친구들의 마음속에 백배의 새로운 삶을 북돋아줄 수 있는 것은 몇 안 되는 고귀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부분은 자살을 너무 미화하고,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살은 비겁하고 무기력한 자의 최후의 도피처 밖에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버리기 힘들다. 물론 죽음의 의미나 자살의 가치를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나 갈등의 해결 요소가 될 수는 있을까? 완전한 의미에서의 문제 해결은 아니라고 본다. 갈등 자체가 해소 된 것이 아니라, 부재를 통해 간접적인 해결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승의 삶을 거론한다는 것이나, 죽음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행동 자체에 미묘한 미련과 함께, 무책임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베르테르라는 인물은 참 흥미로운 사람이다. 스스로를 무척 존귀하다고 생각하며, 생각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그럼으로 해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해 준다. 감수성이 매우 예민하며, 제도에 구속당하기를 싫어한다. 그의 이런 구별적인 성격이 그의 최후의 결정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숭고한 사랑에 대한 못 미쳤던 기대치와 그 좌절감에 따른 절망 그리고 죽음 따위로 일반화 시키고 단정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사랑을 객관적인 척도로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랑이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며,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라는 전제하에서는 이런 식의 마무리는 왜곡된 형태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 당사자들에게 그의 마음을 표시 한다기 보다는 상처를 주는 행위가 되어 버린다. 자살이야말로 그런 비겁한 도망일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아픔을 주는 죄악이다.
한때 이 소설에 열광했던 독일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자살이 유행했다고 한다. 얼마나 이 책에서 그런 하찮고, 비참한 최후의 모습인 자살을 미화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최고의 문학가 괴테라 하겠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자살이 얼마나 달콤한 매력을 풍기는 가는 생각해 볼만한 일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