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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뭐예유?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군침을 자아내곤 했다. 크게 과장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잠도 없이 끝까지 듣곤 했다. 세상에 호랑이가 무슨 담배를 피고, 하늘에서 줄이 내려오질 않나, 똥을 쌌더니 마을이 잠기질 않나......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집채만한 수박이 굴러서 집을 박살내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뚝딱 새 집을 짓는단다. 아이만한 참외가 사방에 널려 있고, 아이들은 참외 꼭지부터 먹으면서 그 속으로 들어간단다. 그리고 바나나 때문에 온 마을이 난리가 났단다. 바나나를 찌지를 않나, 거름더미 속에 넣어두지를 않나, 방부제를 바나나 익히는 약으로 생각하지를 않나. 바나나 가져간 범인을 잡으러 온 경찰을 피하려고 나무 위로 갔더니 동네 사람들이 죄다 올라가 있고, 저마다 뻔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지오 마을 사람들도 밉지가 않다. 마음 푹 놓고 뜨신 방바닥에 배 깔고 옛날 이야기 듣듯 읽어가는데, 이거 거짓말이잖아 따지고 들 필요도 없다.
하루에도 대여섯 군데나 학원을 다니면서 현실적인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수박이 집채만하면 어떨까? 바나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곧이 곧대로가 아니라 뻥튀기도 시켜보고, 뒤틀어도 보는 사고의 자유로움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여유가 필요하다.글만큼이나 익살맞고 정겹게 그린 그림도 재미를 더해준다. 꼭 옛날 전래 동화에나 나올 인물 그림이다. 선한 눈을 껌뻑거리면서 충청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키득키득 마른 웃음이 난다. 이야기꾼 김기정, 그는 역시나 김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