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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잡은 범인
M. 리 고프 지음, 황적준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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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법의학에 대해서는 생소하지 않다. 사회에 충격을 준 여러 사건들에서 법의학자들이 사인 규명이나 사인 시기 등의 수사를 하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검 역시 법의학자들의 분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법곤충학이라는 분야가 있는지는 금시초문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시신에 몰려든 곤충들을 검사하여 이를 실마리로 하여 시신의 사망 추정 시간 등을 밝혀내는 일이다. 곤충들을 통해 사망 시간 내지는 시체 유기 여부, 사인 등을 알아내는 일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추리작가 코난 도일이 살았던 시대에 법곤충학이 있었다면 분명 홈즈의 관심사 하나가 늘었을 것이다. 추리소설 등에 중요한 소재로 쓰일 법하다.

곤충의 생태적 특징과 사건 해결을 관련지어 설명하면서 사건에 대한 묘사를 많이 하였다. 시체에 대한 묘사는 상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세세하고 건조하게 해놓았다. 시신에 어느 정도 심리적 거리를 둔다는 저자의 말처럼 글에서도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묘사는 상상을 불러일으켰고, 역겨움이 약간 생기기도 한다. 보기로 든 사건의 묘사는 처음에는 흥미로웠으나, 나 역시 익숙해져 거리를 둔 것인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사건들인지라 책의 후반부는 지루한 감이 있다.1판 1쇄를 봐서 그런가, 오탈자가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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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뭐예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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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군침을 자아내곤 했다. 크게 과장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잠도 없이 끝까지 듣곤 했다. 세상에 호랑이가 무슨 담배를 피고, 하늘에서 줄이 내려오질 않나, 똥을 쌌더니 마을이 잠기질 않나......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집채만한 수박이 굴러서 집을 박살내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뚝딱 새 집을 짓는단다. 아이만한 참외가 사방에 널려 있고, 아이들은 참외 꼭지부터 먹으면서 그 속으로 들어간단다. 그리고 바나나 때문에 온 마을이 난리가 났단다. 바나나를 찌지를 않나, 거름더미 속에 넣어두지를 않나, 방부제를 바나나 익히는 약으로 생각하지를 않나. 바나나 가져간 범인을 잡으러 온 경찰을 피하려고 나무 위로 갔더니 동네 사람들이 죄다 올라가 있고, 저마다 뻔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지오 마을 사람들도 밉지가 않다. 마음 푹 놓고 뜨신 방바닥에 배 깔고 옛날 이야기 듣듯 읽어가는데, 이거 거짓말이잖아 따지고 들 필요도 없다.

하루에도 대여섯 군데나 학원을 다니면서 현실적인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수박이 집채만하면 어떨까? 바나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곧이 곧대로가 아니라 뻥튀기도 시켜보고, 뒤틀어도 보는 사고의 자유로움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여유가 필요하다.글만큼이나 익살맞고 정겹게 그린 그림도 재미를 더해준다. 꼭 옛날 전래 동화에나 나올 인물 그림이다. 선한 눈을 껌뻑거리면서 충청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키득키득 마른 웃음이 난다. 이야기꾼 김기정, 그는 역시나 김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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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삼시랑 글로바다 어린이문고 18
이상배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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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삼시랑? 삼시랑이 무슨 뜻일까?

이 책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삼시랑이란 가족이란 뜻이더군요. 우리 어렸을 적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그 구수한 도깨비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우선 내가 먼저 아주 깨끗이 표가 안나도록 읽고 6학년짜리 조카애를 주었습니다. 도시에서 나 도시에서 자란 조카애가 도깨비를 흥미있어 할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빨리 읽었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듣듯 술술 읽혔다고 하더군요.

도시의 답답함 속에서 시간에 갇혀 사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여유로움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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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구역
이영수(듀나)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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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나 나나 도대체 여기 저기 쓸데없이 걸린 게 너무 많아. 인다라의 구슬처럼 얽키고 설켜 있어, 제 몸을 도려내지 않으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지. 어차피 이상향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면, 낯선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로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면세구역>은 도피처다. 어설프게 건설되어 있는 도피처. 당신이 단지 하나의 현실이라고 믿는 이 곳과는 다른 낯선 인과가 지배하고, 대개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고, 믿기지 않을 일들이 발생하고, 개체들은 다른 형태고 얽어매여 있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하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세계의 숨겨진 명,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한 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찾기 힘든 곳일 수도 있지. 예전에 인기 있었던 환상특급이라는 텔레비젼 프로가 생각나는가? 몽환적이고 신비롭고 그리고 지극히 교훈적인 내용을 보면서 장자의 나비를 연관시켜 본 적이 있다. 장자는 당시의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형태의 화두였다. 그리고 이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화두 중 하나가 '면세구역'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어설픈 모방자라고 일컬은 저자의 말대로, 면세구역의 질서는 어설프고 부분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이상향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판에 박힌 현실에 대한 대안을 낼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익숙한 질서에 식상해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거나, 몽상을 도와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런데 책에서는 왜 모방을 자랑삼아 발했을까? 당신은 곳곳에 나타난 징조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솔직히 힌트를 얻은 경로를 밝힌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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