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구역
이영수(듀나)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나 나나 도대체 여기 저기 쓸데없이 걸린 게 너무 많아. 인다라의 구슬처럼 얽키고 설켜 있어, 제 몸을 도려내지 않으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지. 어차피 이상향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면, 낯선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로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면세구역>은 도피처다. 어설프게 건설되어 있는 도피처. 당신이 단지 하나의 현실이라고 믿는 이 곳과는 다른 낯선 인과가 지배하고, 대개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고, 믿기지 않을 일들이 발생하고, 개체들은 다른 형태고 얽어매여 있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하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세계의 숨겨진 명,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한 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찾기 힘든 곳일 수도 있지. 예전에 인기 있었던 환상특급이라는 텔레비젼 프로가 생각나는가? 몽환적이고 신비롭고 그리고 지극히 교훈적인 내용을 보면서 장자의 나비를 연관시켜 본 적이 있다. 장자는 당시의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형태의 화두였다. 그리고 이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화두 중 하나가 '면세구역'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어설픈 모방자라고 일컬은 저자의 말대로, 면세구역의 질서는 어설프고 부분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이상향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판에 박힌 현실에 대한 대안을 낼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익숙한 질서에 식상해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거나, 몽상을 도와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런데 책에서는 왜 모방을 자랑삼아 발했을까? 당신은 곳곳에 나타난 징조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솔직히 힌트를 얻은 경로를 밝힌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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