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카멘친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3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서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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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시 찬찬히 읽으니 참 좋다.

예전엔 페터 카멘친트가 나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이젠 내가 그 나이를 지나왔기 때문인가.

그때랑 읽어지는 느낌이 다르다. 좋은 부분도 다르고 그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달까.

시골 고향을 떠나 뭔가가 되려나...도시, 세상을 탐험하고 자유롭게 인생 경험들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었구나...

인생이란 ...이게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였구나. 

많은 것을 겪은 후에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는 일 그게 인생인가.

어릴 땐 떠나서 살아가는 쪽에 방점이 찍히더니, 반백살에 읽으니 돌아와서 살아내는 쪽에 방점이 찍히는구나.


1. 스위스 산골. 카멘친트 집성촌.

어릴 때 읽을 때 안보이던 것들이 막 보인다.

그리고 묘사가 참 따뜻하고 이쁘다.

2.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

3. 취리히 생활, 청춘. 포부, 희망, 대학생활, 리하르트, 우정.

에르미니아 아리에티. 돌려받을 수 없는 사랑.

4. 사랑 때문에 술꾼이 되어 보고. 직업문필가. 리하르트와의 우정. 북부이탈리아 여행

일주일 동안 움브리아 지방을 걸어다녔구나.

이건 반백살이 되어도 부럽네...해보고 싶다.

5. 방탕한 생활, 파리. 방황, 죽음에 대한 생각.

파리에서 바젤로의 두 달 여행.

아름다운 자연ㅇ네 대한 강하고 애달픈 욕망.

성프란체스코, 아시시의 서인. 술마시기. 술에 대한 사랑.

한참 전에 헤세가 쓴 아시시의 성인 성 프란체스코 를 읽은 적이 있었네...대개 담담했는데...

6. 시인, 방랑자, 술꾼, 독신자. 

사교생활, 사랑, 인간관계. 엘리자베트에 대한 사랑 깨달았는데 약혼 소식 알게되어 아버지에게 돌아감. 

고향의 넋, 청춘 시절의 넋. 

페루지아와 아시시에서 생활. 소박한 사람들과의 소통. 

움브리아에서의 명랑하고 소박한 생활. 성숙이 이런 건가? 나이가 드나?

7. 문필생활

메모장. 기억, 자연, 인간.

흥미있는 인물 말고 인간의 전형찾기.

다섯 살 아그네스의 죽음. 불구자 보피와의 만남.

8. 보피의 죽음

아버지의 건강 때문에 니미콘으로 돌아감. 술집 인수 계획.

페터의 청춘.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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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  

..."국제적인 우량주에 해당되는 주식을 몇 종목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는 것이다. 이 조언을 십분 명심한다면 그의 예언대로 편안한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p11

 "내 심장은 왼쪽에서 뛰고 있소. 그런데 내 머리는 오른쪽에 있고, 내 지갑은 오래 전부터 미국에 있다오."

 그는 수십 년간의 주식시장 경험을 통해 경제 영역에서는 현실과 이론이 따로 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p27

 나는 백만장자를, 자기 자본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행하는데 있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는 애써 일할 필요가 없으며 사장이나 고객에게 굽실거릴 필요도 없다. 또한 자기와 맞지 않는 것에 맞추어 가며 살아야 하는 불편함 없이 달리 자신의 호사스러움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진정한 백망장자이다.....이것은 개인적인 성향과 그에게 주어진 의무(예컨대 가족의 부양 의무 등)에 따라 다르다.  

p46

 그렇지 않아도 독일인들만 고지식하게 "돈을 번다"고 말한다. 프랑스인들은 "돈을 얻는다"고 말한다. 또한, 영국인들은 "돈을 수확한다"고 말하고, 미국인들은 "돈을 만든다"고 말하며, 헝가리인들은 "돈을 찾는다"고 말한다.

 물질적인 조건이 충족되었더라도 투자자가 되려면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즉, 주식 투자에 뛰어들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정신적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주식시장은 세상 아무 데도 없다. 만약 그런 곳이 있으면 아무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다.

p61

...발자크는 <우아한 인생>이라는 글에서 인간을 일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아무것도 안 하는 인간의 세 종류로 분류했다. 순종투자자는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투자자란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순종투자자라는 직업은 - 직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약간 우습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자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와 비슷하다. 뉴스를 먹고 사는 기자처럼 투자자는 뉴스를 찾아다니며 모은다. 기자는 그것을 기록하고 비평하는 데 비해, 투자자는 의사처럼 분석하고 진단한다. 진단 없이 의사는 처방할 수가 없으므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가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환자를 알아 가듯이 순종투자자는 금리 정책, 재정 정책, 세계 경제 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상을 구상해 최종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그는 자신의 참여 방식을 결정한다. 만약 의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병이 진단한 것과 달리 진행된다면 그는 다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

 세 직업의 종사자 중 실수를 범해도 그 직업에서 계속 남아날 수 있는 사람은 기자뿐이다. ......

p112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뿐이다. 이것이 증권시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논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p122

 ...경제적 상황과 투표 결과 사이에 긴밀한 상관성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람들의 생존이 심각하게 문제시되면 될수록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p156

 그러면 부화뇌동파와 소신파는 어떻게 다른가? 소신파는 옛날 프로이센의 몰트케 원수가 전쟁의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한 네 가지 요소, 즉 4G를 가지고 있다. 4G란 돈gold, 생각gedanken,인내geduld,그리고 행운giuck이다.

p159

...중요한 것은 생각하고 난 뒤 주식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믿어야 한다. 만약 충분히 생각한끝에 어떤 전략을 세웠다면 친구나 여론, 일상생활 등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의 천재적인 사고는 아직 쓸모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몰트케의 네 가지 요소'에 또 하나의 요소인 '신념'을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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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코스톨라니 투자총서 1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한윤진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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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미술사 전공하고 피아니스트 되고 싶었는데 증권투자자가 된 사람.  

'인생을 즐기십시오'를 지쳤던 투자자.

하기 싫은 것을 안하겠다고 할 수 있는 제정독립 중요하게 여김.

돈에 대한 욕구를 토대로 형성된 자본주이 경제체제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사기다.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케이크의 가장 작은 조각이 공평하게 나누어진 작은 케이크 조각보다 크기에 자본주의가 선택되었다는 비유. 뼈때린다. 

돈: 자유세계의 가치 척도 돈은 건강 다음의 특권인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만장자란 자기 자본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행하는데 있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

개인적인 성향과 그에게 주어진 의무(예컨대 가족 부양 의무)에 따라 다르다.

수전노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백만장자일 수 없다. '독립적'일 수 없으니까.투자로 백만장자가 된 앙드레 코스톨라니

- 가능하면 스스로 살 집을 사기.

절대 빚내서 투자하지 말 것.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소신파 투자자에게는 돈, 생각, 인내, 행운이 필요하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내 돈으로 산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시세 하락에도 평안할 수 있고 또 실제로 평안하다.

10가지 권고사항

10가지 금기사항

이 마지막에 있다.


뭔가 체계가 없어보이지만 여러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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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또 한 번 오독하자면, 디킨슨의 고백은 이 시대 딸들의 선언이다.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삶의 한때를 바치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마침내 어머니의 뜻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한 딸에게는 '어머니가 결코 없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p13  

...사랑에, 연민에, 미움에, 상처에 집착하느라 엄마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엄마의 삶을 미화하거나 비하했을지도, 왜곡하거나 편집했을지도, 지나치게 긍정하거나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타난 엄마가 나의 상상과 염원을 뒤섞어 창조한 낯선 여인이라면 그것은 쓰는 사람으로서 나의 한계와 딸로서 나의 애증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한계와 애증 속에서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노라 말할 수밖에 없다.

p24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차근차근 배우면서 잘하는 거지. 배움의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서투름을 감당하지 않은 대가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 거야. 어리석고 어리석지.

p29

...나는 스스로를 모범생이었다고 말하고 너는 네가 불량했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10대는 어느 정도 닮아있지 않을까? 금지된 걸 원하고 억압받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p31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를 곱으라면 그때인 것 같아. 학생이었던 시절, 누구의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었던 시절, 내가 그저 나였던 시절.

p42 

 나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은 평범함을, 리베카 솔닛의 표현을 빌리면 '소멸하는 방식'을 깨우치는 여정이었다. 집단에서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법, 말하고 싶을 때 말하지 않는 법,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하는 법을 배웠다. 자기주장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고, 상냥한 표정을 짓는 법을 배웠고, 눈치를 살피는 법을 배웠다. 중요한 것은 간절히 '싫다'거나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상황에서 부드럽게 거절하거나 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그러나 많은 경우 완곡한 거절은 거절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것은 불운한 사건들로 연결되었으며, 나는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여성이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사회화인지도, 남이 원하는 모습이 됨으로써 자아를 분열시키는 일인지도, 자의식이 결여되는 과정인지도, 자신을 축소하는 방식인지도, 혹은 그 모든 것이거나 그 이상의 것인지도 모른다.

p64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어. 시집살이하면서도 선택권도, 결정권도 없었지만 내 정신만은 지킬 줄 알았지.

p75

 ...레베카 솔닛은 말했다.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 무관심. 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일 뿐 전체나 마지막이 아니다. 그러나 명명되지 않은 행위나 현상은 정의되지 않기에, 이름이 없으면 해방의 첫 단계로 진입하는 일조차 불가능하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설명하기 위해, 표현하기 위해, 연구하기 위해, 아니면 단순히 찬성하거나 반대하기 위해서라도 이름이 필요하다....

p77

..."다시는 하나의 이야기를 마치 유일한 이야기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p84

...감정적인 것을 여성의 영역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무감각하게 사회화된다. 타인에게 침묵할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본연이 자아에 대해 침묵한다. 남성다움에 사로잡힌 이가 생각과 감정을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구구절절하게'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나약함, 즉 여성성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나약함을 통제당하지만, 캐럴 길리건이 간파했다시피 "한때 여성의 것이었던 연약함은 인간의 특성"이다. 약함은 여성다움이 아니라 인간다움이다.

p96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다시 너를 키운다면 네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칭찬해주고, 안아줄 텐데. 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북돋워줄 텐데......산다는 건, 세상과 부딪친다는 건 자신감이 점점 꺾이는 일인데......네가 피기도 전에 내가 꺾어버린 것 같아.

p122

...고작 열일고여덟 살 때, '최고가 되라'는 말은 덕담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처럼 느꺼진다.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최고가 아니라도 존중해주는 사람이다. 나는 발레리나가 되지 않았고(못했고) 글을 쓰고 있지만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쓰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쓰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것이 최고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더는 나의 말과 몸을 실패작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그랬다면 나의 실패를 엄마의 실패(또는 엄마가 실행한 양육의 실패)로 바꿔치기했을 것이다. 세상은 한 사람의 성패를 자주 어머니의 공과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의미로든 패배했다고 여겨지는 이의 어머니는 이야기할 수 없을뿐더러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다....

p125

...페미니스트 학자이자 작가인 재클린 로즈는 <숭배와 혐오>에서 어머니는 딸이 불리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세상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마음과, 현재의 세상에서도 딸을 무탈하게 키우려면 자녀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말한다. 많은 경우 전자는 소망으로 그치는 데 반해 후자는 행위로 나타난다. 우리 관계에서도 이것은 반복되는 행위였다. 엄마가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늦게 다니지 마라', '노출이 많은 옷을 입지 마라', '밤에 남자와 단둘이 있지 마라') 나는 왜 그래야 하냐고 따지는 식으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소망과 딸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머니에게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은 가혹하다. 나아가 어미니의 실패만을 부각함으로써 세상의 실패를 숨긴다.

p126

...나는 덧붙여 묻고 싶다. 끝없이 요구받고 끝없이 책임지는 것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세상의 부조리를 외면한 채 어머니만을 처벌하는 것은 정당한가? 모성에 대한 단일한 주장은 여성이 자기 안의 다양한 정체성과 대면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가? 나아가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한 여성, 모성을 절대적 소명으로 여기지 않는 여성은 언제나 이기적 존재로 묘사되지 않는가?

p135

엄마의 노동은 개인적 포부나 의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기인한 것이었다.

p143

....너그러워질 수도, 여유로워질 수도 없는 거야, 악순환의 반복이었지. 불안하니까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니까 실패하고, 실패하니까 더 초조하고......

p148

 엄마가 생계를 위해 '바깥일'을 할 때도 '집안일'을 대신하거나 함께해준 사람은 없었다. 가족 모두가 가사노동을 엄마의 '일'로, 어쩌면 '역할'로 여겼다. 과거나 지금이나 집 안팎에서 이중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은 나의 엄마만이 아니다. 일하는 여성의 다수가 그렇다. 흔히 성역할을 생계 부양자인 남성과 가사 노동자인 여성으로 이분하지만, 이것은 중산층 가운데에서도 일부일 뿐, 많은 여성이 생계 부양자이자 가사 노동자로서 이중 굴레에 갇힌다.

p153

...장소는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가 범죄의 가능성을 떠올리는 곳에서 누군가는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곳에서 해야 하는 본연의 행위만을 생각한다. 배설, 이동, 걷기처럼.

 그러나 어떤 장소보다 내가 빈번하게 폭력을 경험한 곳은 일터였으니, 나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곧 '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p162

...물리적이거나 성적인 폭력에 비해 언어폭력의 잔혹함은 자주 간과된다. 그러나 언어만으로도 누군가를 미치거나 죽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을 파괴하는 데에는 거대한 악이 필요하지 않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모욕과 조롱과 협박으로도 충분하다. 전화, 문자 메시지, 메일함, 음성사서함으로 날아드는 나에 대한 끈질긴 존재 부정. 나를 지워버리고 끝내 사라지게 하려는 말에 나는 질식해갔다.

p203

...엄마는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 독서를 자기만의 정신적 공간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가?'가두고 싶은 자'와 '자유로워지고 싶은 자'가 평생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p207

..."며느리- 아내- 엄마인 여자는 집 안의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하므로 집 안의 어느 곳도 소유해서는 안 되었다. 엄마는 장소 그 자체였다." '공간'에 대한 책을 쓰면서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를 떠올렸다는 것은, 집안에서의 권력관계가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 새삼 깨달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말씀과 노동일 수도, 장소와 장소 상실일 수도 잇다. 장소 상실은 한 사람의 자리를 지워버림으로써, 또는 모든 자리에 그 사람이 머물게 함으로써 누군가를 '있지만 없는 사람', '부재하는 존재'로 만든다. 이 책의 초반에 엄마를 '목소리와 자리가 없는 존재'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다.

p208

 그러나 가사노동은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귀하거나 천한 일이 아니라 그저 '살기 위해''누구나'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인간답게 생활- 생존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고 더러운 옷을 빨고 먼지를 털어내고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가사노동을 비하하거나("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거나 '부엌데기'라는 표현처럼) 반대로 상찬하지만(남성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어머니의 따듯하고 그리운 집밥'같은 말로 음식 만드는 노동을 추켜세우면 나는 채널을 돌려버린다), 두 관점 모두 편의에 따라 덧씌운 이미지일 뿐 가사노동의 본질은 아니다.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원하는 여성이 있다.- 많다는 것 역시 핵심이 아니다. '그 선택'말고 '다른 선택'이 가능했느냐가 핵심이다.

p212

....."사람이든 일이든 떠나는 것에 연연하지마. 더 나은 기회가 오려는 거니까"....그것은 지나가고 다가오는 것들 사이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꼿꼿하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온 이의 조언이었다."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어?"라고 묻자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라고 대답햇다. 그 말은 나에게 일종의 경구다. 열렬히 읽는 삶이 그녀를 그녀이게 했다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사는 한 타인이 나를 훼손해도 나는 훼손당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모욕해도 나는 모욕당하지 않으며, 타인이 나를 소멸시키려 해도 나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어?"라는 질문에 "살아가는 거야, 극복하는 게 아니라."라고 대답하는 엄마에게서 상처를 극복하지 않고 살아갈 가능성을 발견한다. 극복의 서사가 승리하는 자, 성공하는 자의 이야기라면 우리의 이야기는 극복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자, 상처에 의해,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p219

 ....언니야, 난 힘들게 살지 않았던 것 같아. 당시에는 힘들다고 느꼈던 일도 사는 게 그런 거지 나만 힘들었나 싶어.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고된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내가 나는 좋아.

p220

...행복이 대단한 건가, 매일매일 평범한 날이 계속되면 그게 행복이겠지.

p239

...걱정거리 없이 "매일매일 평범한 날이 계속되"었다. 엄마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파격적인 일을 시도하는 대신 한평생 그래왔던 것처럼 "집안 일하고 책 읽고 산책하고 너희와 통화하고 텃밭과 정원을 가꾸"었다. "어머님의 식사"라는 일생일대의 의무에서 벗어난 엄마는 "언니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점촌에 친정 가족도 보러 가"면서 뒤늦게 찾은 자유를 만끽했다. 엄마에게 "자유", "만족", "행복"을 주는 일상이 너무 소소해서 내가 쓰고 싶은 대단한 결말 따위는 오히려 대단하지 않게 느껴진다. 엄마는 창가에 앉아 황혼을 바라보며 삶의 유한성을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보다 훨씬 더 '괜찮은'결말, 우리의 '진짜'이야기다.

p247

....봄의 마음으로 겨울을 보면, 겨울은 춥고 비참하고 공허하며 어서 사라져야 할 계절이다. 그러나 조급해한들,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한동안 떠날 것이다. 고통이 그런 것처럼.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고통 위에도 계절이 지나간다. 계절마다 다른 모자를 쓰고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는 어쩌면 바뀌는 모자를 알아채주는 정도의 일만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p253

...그러나 한편으로 그 말은 스스로를 돌본 적이 없는 남성, 여자 없이는 기본적 생활조차 어려워하는 '영원한 돌봄의 대상'을 떠올리게 한다.

p256

...돌봄의 책무를 가족, 가족 가운데에서도 특정한 사람이 전담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질병 이후에도 계속될 관계에 대해 더 자주, 더 깊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p263

...."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과 말이 세상의 변화를 거드는 걸 보는 것은 작가이자 또한 생존자인 내게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네 덕분에 또 조금 성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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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플라즈마 상태라는 것은 벌거벗은 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도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로 상태가 바뀌는데 매우 높은 온도가 되면 원자 간의 결합이 다 해체되고, 원자 알갱이도 전자와 핵이 분리되는 단게에 이르게 됩니다. 이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합니다. 이 플라즈마 상태의 수소가 모여서 하나의 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플라즈마 고온에서 원자의 결합이 해체되어 전자와 핵으로 분리된 상태

p45 

...당신이 아는 그 고체와 액체와 기체는 알갱이들이 모여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말이지. 알기 쉽게 말하자면 고체는 수업 시간, 액체는 쉬는 시간, 기체는 방과 후 같은 상태야. 

이 알갱이들이 원래 자유롭기 때문에 모이려면 외부 압력이 필요한데,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이 다 고정된 자리에 앉아서 잘 있잖아. 이렇게 알갱이들이 고정된 상태가 고체지. 이제 왜 액체가 쉬는 시간인지는 알겠지? 그래, 맞아. 수업 시간 같은 구속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 움직이는 놈들도 있고, 그래도 앉아 있는 놈들도 있고, 뭐 그렇거든. 고체인 수업 시간의 구속을 벗어났지만 기체가 못 되는 그런 게 액체 상태지. 기체는 물론 방과 후니까 아무 구속 없이 다 뿔뿔이 흩어지는 그런 상태를 말해.

p86

그게 저 사람이 살아남는 법이지. 적응하고 변화하며 다수가 되거나, 힘 있는 소수가 되거나 하면서 말이지.

저 책에는 정말 소행성과의 충돌, 운석, 기아 등등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을까?

없지. 그걸 누가 알아. 결국은 후일담이 될 뿐이지. 인류든 다른 종이든 살아남는 자가 남기는 후일담.

p114

...그 과정에서 지구보다 왜소한 달은 지구의 기조력에 의해 자전 에너지를 빨리 잃게 된 겁니다. 느려진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아졌고, 그래서 우리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은 볼 수 없게 되었지요......

p175

우주 배경 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 우주 공간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강도로 들어오는 전파로 가장 오래된 '태초의 빛'

p181

 "아인슈타인을 아십니까? 시간과 공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느껴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고, 4차원의 구조 속에서 시공간으로 통합된다고 한 아인슈타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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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은 '휘어진 공간'을 생각했지요. 뉴턴에 의하면 중력은 한 물체가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지만, 아인슈타인에게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 때문에 생긴 시공간의 만곡'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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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어져서 움푹 파이는 거 같은 거야. 여기 편평한 고무판이 있다고 쳐. 그리고 그 위에 볼링공이나 당구공 뭐 이런 걸 올려. 그럼 공의 무게 때문에 고무판이라는 공간이 휘겠지? 그렇게 생긴 게 '휘어진 공간'이야. 예를 들자면 태양이 자신의 무게 때문에 주변의 공간을 휘게 하고, 지구는 태양이 만든 휘어진 공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대략 이게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중력이야. '물질은 주위의 시공에 어떻게 휘어져야 하는지를 지시하고, 휘어진 시공은 그 속의 물질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지시한다'는 멋진 말도 있지."

p184 

 "아이슈타인 - 로센 다리는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두 개의 우주를 연결해 주는 통로를 말해. 일종의 벌레 구멍, 웜홀 같은 거지. 우주를 사과라고 할 때 사과의 위아래를 관통하는 구멍 같은 거. 구멍을 통과하면 빙 돌아갈 필요가 없지. 이 시공간의 터널을 바로 아인슈타인- 로센 다리라고 보면 돼. 지구에서 베가성으로 사는 지름길 같은 거.

 강력한 중력과 반물질이 만들어 내는 밀어내는 힘이 존재한다면, 이 웜솔을 타임머신처럼 이용해서 시공간의 이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지. 하지만 자연은 웜홀이 만들어지도록 두지 않는다고 해. 웜홀의 입구가 생기면 또 어떤 원리에 의해 저절로 파괴된다고 하더군. 스티븐 호킹은 '시간 순서 보호 가설'이라는 게 있어서 타임머신은 자연에 의해 존재가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어. 하지만 또 모르지."

p193

 가모브의 우주는 이렇습니다. 우주가 아주 먼 옛날에는 밀도가 아주 높고 뜨거운 어느 한 점이었을지 모른다. 이 순간이 태초였을 거다. 그리고 이 태초에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우주가 생긴 거다. 초기 고온의 우주에서는 원자핵과 전자들이 분리되어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을 거다. 그리고 빛조차 자유롭게 다니지 못해서 우주는 아주 불투명한 곳이었을 거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그래서 밀도와 온도가 내려가면서 원자핵과 전자들이 결합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주는 투명해지면서 그동안 갇혀 있던 빛들이 자유롭게 분출되었을 것이다. ....

p209

모르지. 우주에 있는 물질과 에너지에 달린 거니까. 우주의 임계 밀도는 대략 1세제곱미터당 수소 원자 다섯 개 정도가 들어 있는 경우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수소 원자가 다섯 개 이상이면 우주는 수축하는 닫힌 우주가 될 것이고, 다섯 개보다 적은 수소 원자가 있다면 팽창하는 열린 우주가 되겠지.

p212

중력 렌즈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중에 은하단 같은 거대한 천체들의 중력장의 영향을 받아 굴절되어 보이는 현상

p252

...생태계처럼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도 하나의 문제는 다른 분야의 문제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지. 말하자면 과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로, 종교적인 문제로,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적인 문제로 다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야. 생명의 존엄성이 문제가 되고, 하나의 생명으로 잉태되어 자라야 할 씨앗이 다른 생명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어쩌면 그것이 돈 있는 생명을 위한 도구가 될지도 모르고.

p263

우리는 이미 과학의 자동차 위에 올라타고 있어. 그 바퀴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할 때야. 단순히 움직이기만 해서는 곤란해. 제대로 움직여야지. 그러려면 물론 좋은 자동차가 필요해. 그런데 좋은 자동차가 어떤 자동차인지에 대한 생각도 필요하지 않을까?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도 고민할 때고. 그리고 운전을 잘하려면 자동차의 성능뿐 아니라 운전자의 가치관, 철학, 윤리 의식, 경제적 효과, 정치적 경향까지 모두 필요한 시대가 된 거야. 이제 과학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줄지 두려움을 줄지도 역시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 거지.

p270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 무슨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이 이득을 주는지 아닌지를 생각하기 전에 그 일이 옳은지 아닌지를 생각하라. 저 우주를 보라. 지구와 우주가 소통하는 방식이 우리에 의해 달라진다면 우리 마을은 파국을 면치 못하리니, 우리는 또한 각각이 우주의 원소를 물려받은 사람들인 까닭이니라"...

p271

...저 너머에 있는 진실 찾기, 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문제. 그래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존재의 방식도 결정할테니까, 이 세상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면 그 안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응 방식도 생겨나겠지. 인간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그 존재 방식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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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세상의 은유를 찾아내어 세상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삶의 통찰을 해 나가듯이 과학을 통해서도 세상의 암호를 풀어내려는 노력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 중이다. 과학과 소설의 접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삶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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