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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폭파하라
구소은 지음 / 검은모래 / 2025년 9월
평점 :
서평 썼어야 하는데 누락됐었네....
재미있게 읽었다.
보들보들...착해지는 이야기.
여러가지 이야기가 겹친다.
등장인물은 파스칼, 한울. 기타등등.
문제가 생겼는데도 그냥 두는 에펠탑을 제대로 다시 하기 위해 폭파하는...
그 과정에서 파스칼과 한울의 개인사...그리고 살짝 등장하는 파스칼의 지인들...
그냥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부른다.
그린 듯한 파리풍경.
파스칼의 생각 빌어 얘기하는 자폐이야기.
검은 모래라는 출판사...페북에서 봤다.
스물셋에 국제 미아가 된 자폐 청년 한울이 12년 노숙자 파스칼을 만나게 된다.
말도 안통하는데도 한울을 데리고 다니는 파스칼.
아버지가 목사였는데...씁슬하다. 가족이 자폐면 힘들긴 하겠지...나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뭐라 할 순 없지만....
식구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존재였는데 파리에서 파스칼, 미루, 자끄를 만난거?
파스칼의 과거, 파스칼이 꾸는 꿈. 한울이 꾸는 꿈....
자꾸만 에펠탑이 무너지는 꿈을 꾸는 파스칼.
에펠탑이 무너질가봐 폭파시키기로 하는건가...
파스칼의 아프고 슬픈 과거.
결국 해내고 해피엔딩.
난 좋았다.
따스한 파스칼, 한울도. 새로운 에펠탑도 보러 가고 싶다.
p53
...자네가 내 친구 파스칼을 만난 건 행운이야. 꽤 섬세하고 지적이면서도 자상한 친구지. 뭐, 예전엔 자상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말이야. 사람은 늙을 필요가 있어. 대체로 순해지거든. 물론 정반대로 변하는 사람도 있지만.....
p91
장, 살다 보면 해선 안 되는 말이 있고, 할 수밖에 없는 말도 있어. 그것이 바로 거짓말이라는 거야. 안 하는 게 좋지. 그러나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어. 그건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어. 말하자면 좋은 거짓말이라는 뜻이야. 거짓말이 꼭 필요할 때가 있거든. 어떤 위험한 상황이나 어려움에 처한 경우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지. 말하자면,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예를 들면 이래. 어떤 거짓말로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슬픔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또 싸움을 말릴 수 있다면, 거짓말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p102
살아오는 동안 자폐증을 앓는 사람이 내 주위에 별로 없었다. 오래전 친구의 아들에게서 봤고, 한동네 살던 소년을 가끔 만난 게 전부다. 자폐는 증상이지 결코 병이 아니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우리가 소위 일반적이라고 규정한 것들과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일 뿐이다. 장애는 인내심과 시간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어떤 연유로 이 세상과 사회와 사람을 향한 문이 고장 난 것인지도 모른다. 고장 난 채로 자기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 그런 삶도 있다는 걸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결함이 있는 문은 고치면 된다. 다만 무리하게 고치려다가 오히려 망가뜨릴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고장 났다고 고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자폐증을 지닌 사람들이 정상이고 우리가 심하게 고장 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인 셈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는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극만 없으면 전혀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아주 조용하다는 걸 봐왔다. 게다가 그들이 가진 재주나 재능이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외눈박이 마을에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들어가면 정상인 취급을 받지 못한다. 말하자면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도 어느 순간 비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어쨌든 장애를 가졌다는 것으로 나는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럴 권리가 내게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p146
...이미 결정해서 진행 중인 일에 지나버린 가능성은 무의미하다. 다른 말로 하면 후회라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후회는 어리석은 짓이다. 궁하면 통하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러니 계속 직진하는 거다.
p169
...자폐란 당사자가 처한 환경이나 심리적 상황에 따라 최악의 상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소위 정상이라고 하는 삶을 순조롭게 살 수도 있다. 정상이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상황에 따라 감정기복이 심하거나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폭발했다가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자폐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감정과 행동을 보여줄 뿐인데 환자 취급하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결례다.
p253
제가 용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운명이 우리 모두에게 불행을 던졌던 거예요. 그것도 한순간에. 그때는 아빠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지만, 살다 보니 세상에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아주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운명으로 돌릴 수 밖에 없는 일도 있잖아요.
p285
...굉장히 추운 겨울이 왔어. 얼어 죽지 않으려면 벽난로에 불을 피워야 돼. 그러니까 불을 피워 따뜻해지는 것이 소원이야. 벽난로에 불을 피우려면 장작이 필요할테고, 나는 그 장작을 희망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하잖아. 소원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희망이 이루어지길 소원한다는 말은 안 하지.
......
그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 그렇다고 어려운 것만도 아니야. 마음먹기에 달린 일도 충분히 많거든. 아마 나중에라도 소원이 생기면 넌 꼭 이룰 수 있을거야.
p299
...나는 이제 알았다. 행복은 토막토막 느끼던 기쁨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걸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모르는 게 유감이다.
p374
내가 진짜로 수호천사면 좋겠네. 참,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장, 한국으로 돌아가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해. 그리고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 하고 싶은 일과 가장 잘하는 일이 일치할 때, 넌 반드시 성공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꼭 합니다. 약속합니다.
p376
괜찮습니다. 살다 보니 세상에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아주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일도 있습니다.
p382
이틀의 자유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작별은 언제나 슬프다. 그렇다고 슬픔만 있는 건 아니다. 작별 속에는 다시 만날 희망도 있다. 희망이 있는 한 소원을 이룰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