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
...요즘 젊은이들은 코앞에 가져다주는 것에 익숙할 뿐,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웠던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다 큰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잇을까? 정전이 된다거나 지역의 수도 공급이 멈춰버린다면 그들은 종잇조각처럼 힘없이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p37
칼레와 시선이 마주쳤다.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몸을 일으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고개만 끄덕였다.
p114
그를 바로 잡아주고 인생의 다른 길을 선택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스쳤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무언가를 가르쳐주려 하는 내 말에 귀를 기울였던 것은 너무나 오래전 일이었다.
"그렇게 소리 지르는 대신 한번 차분하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 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 한 번 만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p140
...한스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소리를 지르고 대드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가 속도를 늦추고 다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토르센 호수 아래 경사진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비록 그의 무례하고 건방진 태도는 여러 번 나를 화나게 만들었지만 나는 가끔 그런 그가 부럽기도 했다. 그는 내게 맞설 권리가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에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p197
원하는 대로. 요즘에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산다. 사물이 존재하는 데는 각각의 방식이 있다. 나는 커피를 계량하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남자들은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적합하지 않아요"나는 노인을 떠올리며 투덜댔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그의 보살핌을 받았떠라면 큰 재앙이 생겼을 것이다. 내 평생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바로 학교에 입학하기 전 몇 년 동안 어머니와 함게했던 날들이었다. 어머니는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중요한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노인이 오래 떠나 있을수록 내겐 더 좋았다.
p240
나는 쉰일곱 살이 된 우리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한 인간을 낳아 기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임신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것에 대해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를 갖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어떻게 이처럼 복잡한 일로 변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식스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 자신과 약속했던 것을 떠올렸다. 내 차례가 되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마지막 날이 왔을 때 우리 사이에 정리되지 않은 일은 남기지 않겠다고. 나는 그가 이런저런 것들을 고민하고 신경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한스는 재킷을 담은 봉지를 현관에 내려놓은 후 식료품ㅇ미 담긴 종이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갑자기 무기력해졌다. 이미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녀 너무나 지쳤지만 아직 하루를 더 돌아다녀야 이 일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 스쳤다.
......
그의 따스한 눈빛과 약간 비뚤어진 듯한 미소는 당신을 떠올리게 했다. 순간 당신이 잠시 여기에 있는 듯한 느낌이 스쳤다.
p295
...나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머니로서 당신 아들의 어깨에 손을 엊으며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그를 책망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떤 일이든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노인이 개자식처럼 행동했을 때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p309
..."어떤 일은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가 긴 한숨을 내놓으며 말했다.
p424
...하지만 교회 안에서 그 낯선 남자를 보는 순간, 내 감정은 심하게 동요했다. 비록 나는 투레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지만, 솔직히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투레의 삶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기분이 많이 상했던 건 사실이었다.
p437
...나는 말하지 않은 것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노인처럼 되고 싶지도 않았다.
이상하게도 더는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한스는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식스텐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