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에도 언제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오스카 와일드

p28

 ..."죽음은 길의 모퉁이다. 죽는다는 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페르난두 페소아) ....

p36

...아리스티드 글뤼앙이 바람처럼 떠나가면 포도주에 절은 보리스 비앙독스가 콧물을 훌쩍이며 돌아오는 셈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환멸을 느낀 실존 원리들을 이렇게 간추렸다. "사는 버븡ㄹ 배울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신경안정제가 어느덧 비아그라로 바뀌었다." "뱃살이 흔들릴지언정 튼살은 있을 수 없다."

- 아리스티드 브뤼앙을 패러디한 이름으로, 브뤼앙은 벨 에포크 시대에 활약한 위대한 샹송 가수다. 검은 모자와 코트, 붉은 스카프를 걸친 브뤼앙을 그린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로도 유명하다.

- 보리스 비앙은 프랑스의 작가로, 음악가, 비평가, 뱅, 발명가 등 다재다능했다. 비앙독스는 오래된 역사를 프랑스식 간장 브랜드다. 보리스 비앙독스는 이 두 가지를 섞어서 패러디한 이름이다.

- 라틴어 문구 Fluctuant nec vergetures: Fluctuant nec mergitur(파도가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를 빗댄 말이다.

p67

 어...세상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말한 거였어요. TV에 출연하는 사람과 TV를 보는 사람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TV에서 자기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과 말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는 사람들은 말할 때도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방송된 모든 게 존재한다는 방송 논리에 따라 그들이 실제로 해애ㅑ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 면에서는 방속 속의 잣ㄴ이 실제의 자신보다 더 확실히 존재한다고 여깁니다. 그건 시체의 손톱과 수염이 자라는 것을 증명한 사실로부터 출발하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손톱과 수염이 자랐다면 당신은 죽었다는 뜻이고.....당신은....

p75

 ...그날 나는 또 다른 운명을 꿈꾸는 대신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은 것 같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를 살았던 나의 충만햇떤 시절처럼, 현재를 사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예전의 시간을 후회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처럼.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은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이며, 그 이유로 인해 진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대부분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앞만 보고 달려가는 데 사로잡혀 잇거나 공허하게 살아간다. 인간의 수명은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그 중간쯤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잇다. 순간만을 살기에는 너무 길고, 장기적으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짧다. 인간은 덧없는 존재다. 눈앞의 쾌락에 너무 일찍 날개를 태워버리거나 누릴 시간도 없는 '행복'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지 않으려면, 완전히 절충하며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통찰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더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리석게 행동한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까지는 헛된 기대를 품으며 자신을 속이고 사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겸손함이 부족하면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건 분명하다.

 갑자기 실소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체에서 가장 고귀한 기관이 바로 손이라고 자랑하던 내가 겸손함을 운운하다니! 발에다 천하고 어리석다는 낙인을 찍었던 내가!결국은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숙련된 손은 노예나 마찬가지다. 명령에 복종하여 하찮거나 사소한 무수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손의 기능이니 말이다. 그래서 손을 잘 쓰는 사람을 '잡엽부'라고도 부르지 않는가? 희열의 정점은 손이 아니라 발이다. 누군가를 '발밑'에 두면 '손안'에 두는 것보다 자신의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간다. 그러니 손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떠받들어야 한다던 내 생각은 틀렸다.

p100

 ...그 때 수갑이 내 검지에 철컥 채워진다. 드디어! 내가 인간의 몸과 다시 연결되었다!

p104

 ...그걸 사용하지 않아도 자신의 힘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신감 넘치는 아우라가 뿜어졌다....

p159

...서로를 의지할수록 떨어져 있는 시간은 지루한 유배 생활로 바뀐다.

p164

 이야기의 힘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몰입감이다.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참신한 설정과 구성,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 궁금증과 흥미 유발, 감동, 설렘, 놀라움, 생각거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요소들이 깊게 와닿을 때, 오히려 우리의 감상평은 단순해진다. "재미있다"혹은 "좋다"처럼. 이런 말 한마디에 모든 감상이 응축된다. 그러니 이외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잇을까? '엄청'이나 '진짜' 같은 수식어? 작가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라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길 것이다. 물론 길디긴평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 나도...그냥 궁금해하며 읽었다. 이게 바로 내 맘.

p169

 "인생의 초고에서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면 눈처럼 하얀 페이지만 남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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