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  

 우리는 소설을 왜 읽을가요? 무엇인가를 새롭게 알기 위하여? 심심한 일상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 없이 그냥?

 사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요. 하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이 소설을 읽어 온 이유는 분명 소설의 어떤 매력 때문입니다. 그 매력은 삶들의 삶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 있지 않을까요?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재미를 느끼거나,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경험이 바로 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국어 교과서에 소설을 싣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소설을 읽으며 삶의 어떤 이면과 진실을 만나 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지요....

p38

숭벽 남과 겨루어 이기기를 좋아하는 성미나 버릇

단작스럽고 하는 짓이 보기에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고

p44

소부르주아 노동자와 자본가의 중간 계급에 속하는 소상인, 수공업자, 하급 봉급생활자, 하급 공무원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문선 활판 인쇄에서 원고 내용대로 활자를 골라 뽑는 일

창탈 무엇 때문이라고 핑계를 댐

천거하는 어떤 일을 맡아 할 수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쓰도록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p60

 ...어떤 사람들한테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자세를 교정해 주고 질책을 해 줘야 돼. 자기는 알량한 동정심 때문에 그걸 안한 거지.

p71

걔 불쌍하다고 잘 봐주려고 했었잖아. 가난하고 머리가 나빠 보이니까 착하고 약한 피해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봤던 거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걔도 알바를 열 몇 개나 했다며.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걔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자기나 나나, 월급 떼먹는 주요소 사장님이랑 멱살잡이해 본 적 없잖아?

p78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조금은 어리숙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황수건'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이 그 사회에서 어떻게 소외되어 가는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p80

합비 일본말로 '등이나 깃 따위에 상호가 찍힌 겉옷'을 이르는 말

p100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는 건 이래서 싫다. 상대방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없다. 눈빛의 흔들림이나 미묘한 입가의 흔들림을 보지 않고선 상대방이 어떤 속임수를 쓰는지 알 수 없다. 나는 그가 본론을 꺼내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p109

 ...나는 음악 선생에게 맞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음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대부분의 음치들은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더라. 자신이 알아낸 게 아니고 들어서 아는 거지. 평생 그렇게 세뇌를 당하는 거야. 나는 음치다, 나는 음치다.

p140

 난바다 육지로 둘러싸이 아니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p152

아츠러운 소리가 신경을 몹시 자극하여 듣기 싫고 날카로운

버럭

 광석이나 석탄을 캘 때 나오는, 광물 성분이 섞이지 않은 잡돌, 남한 표기로는 '버력'이다.

침광 문맥상 '광물을 액체에 담가 특정 성분의 광물질을 뽑아냄'으로 보임

p205

 ...투이네 식구 모두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던 일, 그 환대에 기뻐하던 엄마의 모습, 어떤 조건도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따뜻한 기분과 우리 두 식구가 같은 공간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던 공기를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호의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고작 한 명의 타인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어른이 된 나로서는 그때의 일들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진다.

p216

 ...그녀의 말은 아빠를 설득하려는 말도 아니었고,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 말은 아빠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간, 그 일을 겪은 이후로 애써 살아온 응웬 아줌마 자신에 대한 쓴웃음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아빠의 태도에 실망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라는 마음이 그날 밤, 아줌마와 우리 사이를 안전하게 갈라 놓았다. 그건 서로를 미워하고 싶지도, 서로로 인해 더는 다치고 싶지도 않은 어른들의 평범한 선택이었다.

p219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투이의 유치한 말과 행동이 속 깊은 애들이 쓰는 속임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애들보다도 훨씬 더 전에 어른이 되어 가장 무지하고 순진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연기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각자의 무게를 잠시 잊고 웃을 수 있도록 가볍고 어리석은 사람을 자처하는 것이다. 진지하고 냉소적인 아이들을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는 투이의 깊은 속을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p222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대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족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p223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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