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5  

 사람이든 동물이든 힘든 시절이 필요하다. 그 시절을 겪어야만 좀 더 성숙해지니까. 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통을 참고 이겨 내는 방법을 깨닫기 때문이다. 

p26  

 야생 동물의 자유를 알아야만 사람도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사람들은 왜 모를까? 귀여워서 갖고 싶을수록 놓아 주어야 한다. 동물은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p35

 ...인간도 고양이 못지않게 우는 경우가 다반사인데다 이 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생물이 인간이라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억울해 땅을 칠 노릇인 것이다. 도무지 이 몸이란 짐승이란 역시 먹고사는 것을 제일로 여기는 처지, 먹고사는 일로 따지자면 어느 짐승의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지는 누구도 간단히 말할 수 없는데도, 자기들만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듯 아무데나 눈을 흘기는 인간들이 승하는 세게란 단지 시끄럽고 거칠 뿐이니 완파되는 편이 좋을 것이다.

p49

...사람이 바늘구멍만 한 구원의 여지도 없는 곤경에 빠졌을 때 신화는 갑자기 우리 앞에 그 신비의 문을 활짝 열고 그곳의 주인이 되라고 유혹한다.  

p78

불초자식: 아버지의 덕행이나 사업을 이어받지 못한 자손

읍참마속; 큰 목적을 위하여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림을 이르는 말

p82  

...차를 몰면서 알게 된 건 내가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면서도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밀리는 길 위에서는 더욱 그렇다. 꼭 나같은 인간들이 비슷비슷한 차 안에 앉아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럴 때는 환장할 것도 같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내게는 친구가 적고 적은 친구나마 잘 만나지도 않는다. 같은 인간끼리 모여서 우글거리는 게 싫은 것이다. 나는 차창을 열고 한숨을 쉰다. 한때 친구가 삼태기로 퍼 담을 정도로 많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비가 떨어진다. 조그만 빗방울이 차창에 맺힌다.

p103

추호: 가을철에 털갈이하여 새로 돋아난 짐승의 가는 털. 매우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p107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는 모두 다 거창해야만 하고 분명해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왜 자신으로서는 절실한 이유가, 문제가 타인들에게는 하찮고 우습고 그래서 짜증나는 것이 될까.

p116

만시지탄: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

p124

데탕트: 적대 관계에 있던 두 진영이나 국가들 사이에 지속되던 긴장이 풀려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태, 또는 그것을 지향하는 정책

p142

 "고딩이 되니까 심리적으로 쫓기나 봐. 이렇게 컴퓨터나 들여다보게 되고 책이 손에 잘 안 잡혀."

 윤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누나와의 대황에서 내숭을 떨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만큼 누나는 윤호를 잘 알고, 또 무언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

 "그래, 그럴 때가 있겠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되면 곤란하겠지. 자연스럽게 흥미와 열정이 되살아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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