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5
혼자인 스무 살 청년은 아무에게도 빚진 게 없었다. 그는 싸워서 정상까지 올라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정상에 서서 자신의 <사려 없음>을 활짝 꽃피우리라.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희생된다 해도 조금도 문제 되지 않았다. 또 충분히 높기만 하다면 그게 어떤 정상이든 상관없었다.
p26
그리고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곳에서 놀아야 했다. 돈과 권력을 얻어야 했다. 산업계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정계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가망 없는 짓이었다.
미술 갤러리는 완벽한 발판이 될 수 있었는데, 왜냐하면 이 사회의 진보적인 파워 엘리트들을 이어 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오페라와 연극과 미술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알데르헤임이 파는 저 쓰레기 같은 현대 미술 작품들이었다. 여기서 빅토르는 고객들을 접하게 될 거고, 그들을 통해 무너가 괜찮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였다.
p76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따라서 삶의 조그만 것들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p116
...자기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복수는 전혀 복수가 아니었다.
p155
해결책은 후고가 그의 윤리적 나침반을 조정하는 거였다. 대략 말하자면 불법적이지만 합리적인 방향을 취해야 할 거였다. 엿 같은 짓을 시작한 자에게는 같은 양의 엿을 먹여야 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마저도 아닌 것 같았다. 형평성의 원칙에만 매달리면 돈을 충분히 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법이 어떻게 되어 있든 그리고 자신이 전에 얼마나 고통을 겪었든 수임료는 후고가 제시할 수 있는 데미지의 강도와 동등하기를 원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경 말씀을 좀 자유롭게 해석하자면 - 눈에는 눈들, 이에는 이들이었다. 인간은 끔찍하게 형편없는 동물이었고, 여기에는 많은 이들이 해당되었다. 후고도 자신이 예외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형 말테가 커피를 마시러 불쑥 찾아왔다. 담소 중에 후고는 요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게 되었다. 말케는 분쟁 중에 눈알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망가져야 한다는 개념에 부노를 금치 못햇다. 그 외에는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p321
...인생을 살면서 얻은 교훈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가지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고 그저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거였다. ...
p499
...공모한 치유사들의 계획은 결국 실패할 운명이었다. 적어도 천천히 자라나는 노간주나무 울타리보다도 더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그랬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모더니즘에는 항상 다시 일어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불사조간에 차이가 있다면, 불사조는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부활한다는 점이다. 예술이 자신의 재에서 다시 일어설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p512
...소설은 무엇보다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며, 사실이냐 아니냐는 차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p515
...세상은 완전히 순수하지 못하며 어느 정도는 악하고 모순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 이게 요나손이 세상을 보는 본질적인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섣부르거나 거짓된 환상을 심어 주는 여타 소설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양심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 또한 <유쾌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이게 바로 사바나의 현인 올레 음바티안이 그리고 스웨덴의 괴짜 소설가 요나손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