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49

 숲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연 상태의 숲에서 나무는 아무 이유 없이 자라지 않는다. 여러 가지 생육 조건이 맞았기 때문에 자라난다. 지식이라는 나무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법학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법과 판례가 만들어질 리 없다. 어떤 제도가 만들어진 것에는 역사적 배경과 논리적 이유가 있다. 전체적인 법질서 속에서 개별 조항이 가지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걸 염두에 두면 개별 조항의 의의가 요건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숲을 아는 것과 나무를 아는 것은 상호 보완적이다. 개별 법 제도를 잘 이해할수록 전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역시 밸런스일 것이다. 특정 부분에 꽂히면 논문은 쓸 수 있어도 시험은 일찍 못 붙는다.

 숲을 보았으면 나무를 볼 차례다. 큰 나무, 작은 나무, 흔한 나무, 희귀한 나무가 있듯이 지식도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원칙적인 것과 예외적인 것이 있다. 공부를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은 지식을 잘 분류해서 구조화하는 일이다.

p152

...구조화한다는 것은 숲의 지도를 그리듯이 어느 쪽에는 어떤 동식물을 발견할 수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많이 쓰이는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지, 다른 내용과의 연관성은 어떤지, 실제 적용될 때는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꼭 알아야할 내용을 하나씩 쌓아 나가는 것이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새롭게 습득한 지식은 그 구조 안에서 쉽게 자리를 잡는다. 새로운 지식이라면 구조를 확장시킨다. 그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무너지더라도 쉽게 복구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남들이 잘 정리해 둔 것을 보는 것도 좋고 여러 번 읽어 보고 직접 정리하는 것도 괜찮다. 내 경우에는 시험을 보고 복기하는 것도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시험을 보는 중에는 모르는 것도 고민해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다시 살펴보면 잘 잊히지 않았다.

p154

 공부는 이렇게 숲에서 길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 검색하면 뭐든 나오는 시대라지만, 지식은 사고의 기반이 된다. 공부하는 과정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고력은 누가 떠먹여 준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열심히 배우고 생각해야 발전한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p163

 먼저 운동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하다. 공부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된다. 공부를 한 시간 덜 하더라도 운동을 하는 편이 전체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내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체력이 더 필요했다.

p186

 ...목적지도 여러 번 바뀌고 먼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느려도 좋으니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 내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 말도 진리다.

p199

...헌번재판에 쓰이는 기본적인 틀은 침해되는 기본권은 무엇인지, 평등권이라면 자의금지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비례의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비례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은 어떤지 차례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준비가 안 되면 기회를 놓친다.

p219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공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훈련에는 시간이 걸리고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시설에 오래 있기 어렵고 전문가도 부족하다.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처럼 집을 구해 주고 생활비를 준다고 자립이 되는 게 아니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정치권에서 매번 새로 법을 만들겠다고 나서는데, 법이 없는 게 아니다. 예산이 없고, 인력이 없고, 권한이 없고, 활용할 인프라가 없는 것이다. 전국 장애인옹호 기관 몇몇은 한 손에 꼽히는 인원으로 시와 도 전체를 관할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전국에 쉽터는 몇 개 되지도 않는다. 아동 학대 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즉시 분리를 하려야 할 수가 없다. 예산 주고 쉼터 만들고 사람 뽑아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지원을 해야 한다. 직원들을 감정 노동으로부터 보호할 제도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판을 깔아 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돈이 없어 못 하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다.

p226

...시간이 지나면 학대의 기억은 흐려지고 추억은 미화된다. 피해자들이 이전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지금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과거는 반복된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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