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5
어떤 선택이든 휘회가 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고, 길을 잘못 들었으면 돌아가면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조금 방황하고 돌아가더라도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사실 나도 매사에 패기 있게 "도전!"이러면서 살지는 않았다. 틈만 나면 누워 뒹굴거리고 싶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이런저런 것들을 접하게 되고,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도전해 보라고 등 떠밀고 옆구리 쩔러주는 사람들이 있어 무엇인가를 시작하게 되고, 지치는 순간에도 응원과 격려의 박수 덕에 더 힘이 난다. 뭐든 해 보면 경험치가 쌓이고 인생이 풍부해진다. 그런 것들을 감사히 여기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찐게으름뱅이'이던 내가 어느샌가' 세상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다.
p46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을 잊게 한다. 온몸에 근육통이 생길수록 우는 시간은 줄었다. 열흘쯤 되자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신체는 적응한다. 살이 빠지고 다리에 근육이 붙었다. 점점 절하는 것이 가벼워졌다. ...
......
"몸이 덜 힘들어진 만큼 마칠 때의 감사하는 마음이 예전만 못한 것처럼 보인다."
p48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공자가 말하길, "그것은 바로 서(恕)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지 말아야 한다."
<논어><위령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恕(용서할 서)는 如(같을 여)에 심이 합쳐진 글자다. 마음은 다 같으므로 내 마음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성경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사자성어로 하면 역지사지라 할 수 있겠다.
....좋아하는 것은 조금씩 달라도 싫어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내가 하기 싫은 건 남도 똑같다. 나는 웬만한 건 다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싫은지는 분명하다. 그래서 이 말을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읽고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기로 했다.
p58
..."장애가 있으면 일정 수준에도달하는 것은 어렵지만, 거기 도달하고 나면 오히려 기회는 더 많다."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특히나 나에게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다. 시각장애가 꼭 핸디캡만은 아니었다.
p66
...이런 소소한 것들이라도 성공하고 나면 자신감이 쌓인다. 도전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잘 못하면 다시 하면 되고, 더 연습하면 된다. 무엇보다 예전에 할 수 있던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p68
생각을 좀 바꾸어 보자. 오늘 목표한 일을 다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오늘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 미처 다 못했다 해도 전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것도 괜찮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계속 갈 수 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가끔 대박도 터지는 것이다. 대박이 안 터지면 또 어떤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잠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괜찮은 삶이 아닐까?
p76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가? 힘들더라도 고비를 넘기면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인다.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하나씩 돌파해 나가면 결승점이 보인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나 자신도 더 발전하길 바란다. 남들보다 앞서건 뒤처진건 내 페이스대로.
p88
...장애인이 되었다고 하고 싶은 것, 예전에 할 수 있던 것을 모두 포기해야 할까? 눈먼 자가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개인이 그 상황에 적응하는 것, 두 번재는 사회가 접근성과 합리적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p97
현대와 같은 위험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사고 또는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 사람이 본인이 될 수도, 가족, 친구, 이웃이 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불편한 것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
p121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장이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것일 뿐, 우리는 남과 비교하면서 우월감에 기뻐하고 열등감에 좌절한다. 긴 시간을 공부해 오면서 나를 괴롭혔던 것도 비교하는 마음이었다.
상대 평가 시스템은 학생들을 비교하면서 점수를 매기고 줄 세운다. 과도한 경쟁교육은 공부에 대한 동기를 찾게 하기보다는 마과의 서열 싸움에 집중하게 한다. 그 결과 누군가에게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게 하고 공부할 의욕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p126
...나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누간가 내 및에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내가 잘해도 남이 더 잘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이 발전이다.
p143
나는 눈이 안 보이게 되고 나서 가장 먼저 공부 전략을 바꿨다. 남들이 눈으로 보는 시간에 귀로 들으며 공부하려니 같은 시간에 공부할 수 있는 양이 적어진다. 그렇다고 공부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론은 양을 줄이는 것이었다. 최대한 얇은 책을 고르고, 그 책에 안 난오는 것은 쿨하게 버렸다.
p145
...깊이는 없어도 수험생에게는 일단 붙고 보는 게 중요하다.
p146
이 전략이 유용했던 건 법 공부가 무진장 양이 많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 볼 수 없으면 중요한 것만 보고 나머지는 아예 안 보겠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만 보기도 벅차니 중간은 간다. 시험에 모르는 것이 나오면 '과감히 포기!'는 아니고 법전을 찾는다. 다행히도 선택형 시험이 아니라면 법전이라는 무기가 있다.
나는 내가 가진 여건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끌어내려고 애썼다. 듣는 것만으로 남들만큼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양을 줄여야 하고 양을 줄이려면 중요한 것부터 해야 한다. 당연히 고득점은 어렵다...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후회는 없다. 성격상 더 하려고 했어도 못 했을 것이다. 나는 할 만큼 했다.
공부는 그렇다 살다 보면 힘에 겨워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중요한 것부터 하고 나머지는 일단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다끌어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중요한 것은 챙기고 사소한 것은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나중에 여유가 되면 챙길 수도 있고 여유가 안 생겨 포기해도 타격이 적다. 욕심내서 소화하지도 못할 공부를 꾸여꾸역 하다 보면 중요한 걸 놓친다. 그래, 공부도 소화불량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