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0

...운명이란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의 결과물임을 이해했다. 그리고 또 알아차렸다. 내 의지로 그런 환경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억울해할 수 없다는 것을. 설사 지고한 존재의 선택이었다고 해도, 그런 선택의 배경에는 내 영혼을 위한 배려가 있었을 터였다.어쩌면 아버지야말로 내게서 오래도록 거절당해 온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이르면, 인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진실이 더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겸손하게 두 손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p188

...전인류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부모와 평화롭게 지내는 데는 서투를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되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려 애쓰며 나아갈 뿐이다.

p214

 "청빈과 극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압니까? 스스로 그 길을 택해 검소하게 살면 청빈입니다. 극빈은 내 욕망은 그렇지 않은데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돈에 대한 조급함에 사로잡히면 반드시 실수를 하게 됩니다.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하거나 큰 병에 걸렸거나 문맹이 아니라면, 그 이상은 더 잘 먹고, 더 건강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남과 비교해 얻는 고통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약이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악한 생각입니다."

 '더, 더, 더'를 추구할수록 무엇인가 '더'해지기느커녕 오히려 자신을 갉아먹는 욕망, 집 한 칸이 불러일으키는 10만 8000가지 번뇌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지. 이럴 때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려면 얼마만 한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할까.

p250

기운 빠지고 만사가 심드렁해지고

누군가가 몹시 미워지는 날이 있다.

마음이 싸늘하게 식고, 모든 걸 끝장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 날이.

이런 날은 내 삶에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느림과 텅 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동은

이 두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생긴다.

.........

...

"인생은 그렇게 고민할 가치가 없다. 그냥 살면 된다.

아무렇게나 산다는 뜻이 아니라 가볍게 그냥 산다는 뜻이다.

인생은 아주 단순하다.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먹을거리.

햇빛과 추위를 가릴 의복,

몸을 가릴 지붕만 있으면 된다.

그 이외의 것을 채우느라

오늘 그처럼 마음을 다쳤다.

마음을 쉬어라.

자연은 빈 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채워 준다.

네 안에 이미 모든 것이 있다.

완전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느림과 텅빔.

이 두 가지로도 마음이 쉬어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는 방법 하나.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먹고, 푹 자기.

p254

기억도 못 하는 자잘한 순간들이 모여 지난날이 되는 것.

소동과 자극이 주연 자리를 꿰차는 동안

기꺼이 잊히고 말았던 조연의 시간들 속에

내 인생의 비밀이 차곡차곡 빻아져 흩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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