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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직업의 개념으로 -혹은 나의 전혀 쓸모없는 선입견으로- 바라본 ‘시인(들)’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뭔지 모를 힘겨움과 ‘고군분투 생활기’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현실적인 고통이 더해진,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혹은 제목에서 나름 재미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전해져, 어느 정도 재미있는 요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이런 나의 생각들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었고,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꽤 재미있게 다가왔기 때문에 틀린 말이기도 했지만, 그 재미가 어느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진정한 재미가 아니었기에 맞는 말이기도 했다. 뭐, 어떻든, 읽는 동안은 그저 유쾌할 수 있었고, 책을 덮은 지금도 그 느낌이 남아있기에, 처음의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하는 것일까?! 음…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몰락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그 중에서도 ‘맷’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신문사에서 일하며, 한 가정에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 두 아이들을 아버지로 안정적으로 살아가던 ‘맷’은, 한때 유행하던 ‘닷컴’의 유혹에 넘어가서 신문사를 그만두게 된다. 자신 있게 시작한 사업(시와 금융정보를 결합한 뭐라나…)이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신문사로 돌아가지만 이내 해고당하게 된다. 고정적인 수입이 끊어지고, 그동안 야금야금 쌓아왔던 많은 빚들(그것은 미국 경제의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로 인해 길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마리화나가 그에게는 한 줄기 빛으로 느껴진다. 마리화나를 팔면서 빚을 줄여나가고, 다시 자신의 집과 가족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는… 뭐, 그런 상황들이 펼쳐진다. 

 

 내용만보면 한없이 축축 처지고, 짜증나고, 답답하고, 때로는 너무 불쌍해서 슬프기까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가인 ‘제스 월터’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을 상당히 위트 넘치게 풀어낸다. 절망 속에서 현실과는 전혀 다른 희망을 심어주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절망으로 밀어 넣지도 않는다. 사실, 주인공인 맷의 상황을 애처롭게 바라보면서 소설 속에서라도 그가 마약 왕으로 거듭나, 그렇게라도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제스 월터’는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맷을 마약 수사관들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럼에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에게 회복의 힘을 안겨줌으로써 현실적인 새로운 희망 속으로 다시 밀어 넣는 다는 사실에 또다시 안도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그 사이사이에, 비록 경제적으로는 위험에 처해있을지라도, 나름의 양심으로 복수를 해나가는 맷의 행동과 그래도 남편이라도 자신의 아내와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등의 행동들을 통해서 끊임없는 웃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이야기가 웃기지만 그 웃음이 진정한 웃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마냥 좋아서 웃는 웃음이 아닌, 씁쓸함에 기초한 웃음. 맷을 그런 처지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던 세상 앞에서 울기 싫어서, 그래서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웃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그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의 아버지가 겪는 모습인 것만 같아서, 그리고 언젠가는 겪게 될 나의 모습인 것만 같아서, 그렇기에 오히려 더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아, 이렇게 말하고 나니 더 슬퍼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지울 수 있는 맷의 한 마디가 있었으니… 

 

세상에.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은……
스스로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짓거리이다. -P419 

 

 그동안 가졌던 것, 지켜왔던 것들을 잃고 난 후에야, 사람들은 그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다. 소중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혼동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뭔가를 잃기 전과 잃은 후의 차이점은 내 몸뚱이가 소유한 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어떤 생각들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가 전해주는 것은 결국 ‘희망’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정말 형편없더라도, 그 어떤 절망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며, 너무나 당연하다고만 생각하는 그런 메시지를 이런 작품을 통해서 전해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말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에서 벗어나,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를 통해서 잠시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웃음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웃다가 그 마지막에는 다시 씁쓸함으로 남겨지더라도, 그동안 잊고 살아가던 ‘희망’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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