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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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도망을 가는 것이든, 잠깐의 휴식을 위한 것이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단 며칠간의 짧은 여행이라면 그리 어렵지만도 않겠지만, 며칠이 달로 바뀌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더군다나 이미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여기, 60이 넘은 나이에,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졌던 많은 것들을 손에서 놓아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은 소설가이자, 김동리의 세 번째 아내로 알려진 소설가 ‘서영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유언장까지 남기고 성지 산티아고로 향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순례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ㅡ.
산티아고를 향하는 그곳에서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길이다. 직선의 외길인데도 불구하고 화살표가 보이지 않음에, 이렇게 계속 가기만 해도 되는 것일까, 혹시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단지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길인데도 이런 의구심이 생기는 마당에, 우리는 인생이란 길 위에서 얼마나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 유언장을 써놓고 떠나면서
진정으로 그 길 위에서 나를 바꾸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도했었고,
그 결과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 작가의 말 中에서…
삶을 살면서 ‘나를 바꾸어야 겠다’ 는 다짐을 수없이 하고는 한다. 하지만 말처럼 나를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그렇게 쉽다면 누군들 멋진 나로 살아가지 않겠는가. 어쨌든, 나는 작가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는 말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큰 부러움을 느낀다. 과연 어떤 일을 계기로 나 자신이 바뀌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작가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우리 삶에 들어와 있는 노란 화살표를 떠올린다. 감사하다는 표시도 제대로 못하고 얼굴만 스친 고마운 사람들,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평소에 만난 노란 화살표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꼭 진짜 노란 화살표를 찾아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소중한 노란 화살표들을 어쩌면 더 진짜 노란 화살표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는 산티아고 순례기이지만, 이로 인해 어디론가 떠나야 겠다는 생각보다도 우리에게 지금 주어진 현실을 더 소중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ㅡ. 노란 화살표가 향하는 곳은 다시 우리 현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