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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기억들 ㅡ. 너무나도 소중해서 결코 남들에게는 누설 할 수 없는, 누설해서는 안 되는 기억들 말이다. 그런 기억들은 누설해버리면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들기에 더더욱 꼭꼭 숨겨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소중한 기억을 묻어둔다. 침묵의 시간 속으로 ㅡ.

 

『침묵의 시간』은 “우리는 눈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 자리’라는 것은 ‘슈텔라 페테르젠’ 선생의 추모식이다. 소설 속 ‘나’인 크리스티안은 김나지움 13학년 학생이고, 슈텔라는 그 학교의 영어 선생이다. 슈텔라의 추모식 장면을 시작으로 이야기되는 이 소설은 ‘나’, 크리스티안의 시선으로 그가 사랑했던 슈텔라 선생을 기억하며, 그녀와의 시간들을 추억해 나가는 내용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13학년 학생과 영어선생님의 사랑을 담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ㅡ. 흔히 말하는 연상 연하 커플의 모습이 아니라, 제자와 선생이라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나타나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그 속에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ㅡ. 

 

아무리 절절 끓던 사랑도 시간 앞에서는 무뎌지기 마련이라는 이치에 공감하던 옮긴이가 이 소설을 통해서 사랑의 식지 않음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절정의 순간에 사랑을 끝냄으로써 그 절정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다는 사실과 이루지 못하는 것, 손에 넣지 못한 것의 애틋함이 만들어 내는 사랑의 영원성을 말이다. 그렇게 옮긴이는 시간의 정지라는 수단을 통해 사랑의 영원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소설을 표현했다 ㅡ. 

“크리스티안, 살다 보면 백 마디 말보다 침묵이 효과적일 때가 더러 있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 p81 

 

사랑이 불의의 죽음으로 끝나게 되고, 그로써 사랑은 침묵의 시간으로 빠져 들게 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침묵’이라는 말이 사랑에 적용되는 순간, 사랑은 더없이 애절한 느낌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저기 떠가는 꽃들이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상실의 아픔을 보듬는 크나큰 위안이 되리라는 것을.” - p148 

 

제목에 ‘침묵’이라는 말이 들어가다 보니, 나의 생각들도 그와 연결 지어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크리스티안의 깨달음처럼 침묵의 시간이 비극으로 기억될 수도, 훗날 삶의 위안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려본다. 전자로 기억되든, 후자로 기억되든, 혹은 그 두개 모두이든 상관없이 ‘사랑’의 기억은 우리 삶의 많은 시간 중에서 아름다움으로 남겨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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