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품절


육십년 전쯤, 내가 젊었던 시절에 말이야, 한 처녀를 만났단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여덟 달 만에 끝장이 났어. 그런데 육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거든. 그때 나는 그 처녀에게 평생 잊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단다. 사실, 가끔씩 걱정이 됐지.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 많았고, 더구나 기억을 지워버리는 지우개는 하느님이 가지고 계시니, 보잘것없는 인간인 내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었겠니? 그런데 이제 안심이구나. 나는 죽을 때까지 자밀라를 잊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