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로버트 레슬러는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인물이라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조디 포스터 같은 일을 겪었다는 건 아니고 살인자들의 유형을 연구하여 범인의 대상을 좁혀가는 이른바 "프로파일링" 기법의 탄생에서 발전까지 중심에서 활동한 사람이고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정확한 수사기법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양들의 침묵"의 작가 토마스 해리스가 이 사람에게 배워서 소설적 상상을 더해 만들어낸 사람이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클라렌스"였단 얘깁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살인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많아섭니다. 책의 분류법에 따르면 살인자는 "조직적" 살인범과 "비조직적" 살인범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조직적"이라는 건 쉽게 말해 똑똑하고 의식적인 살인범을 말하고 "비조직적"이란 계획적이지 않고 아무 생각없는 살인범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조직적" 살인범은 우리가 영화에서 자주 보는 "한니발 렉터" 같은 사람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똑똑하고 치밀하며 심지어 매력적이기까지 한 말 그대로 악마 같은 사람들입니다. "비조직적" 살인범은 쉽게 말해 정신병적 살인마라고 보면 맞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고 치밀하지도 않고 그냥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유형입니다.

 물론 두 유형 다 살인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연쇄 살인범"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즉, 우발적인 살인범 말고 살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분류법이란 거지요. 연쇄 살인범들은 "조직적"이든 "비조직적"이든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대개 남자라고 합니다. 여자 연쇄 살인범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둘째,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불행하다는 건 경제적인 관점이 아니고 정서적인 관점입니다. 심한 가정불화, 결손가정, 아동학대 등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거지요. 특히 6세에서 12세까지 기간 동안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고아라도 누군가 사랑해 준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되지 않는데 부모가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방치 하거나 학대한 경우 사회성이 결핍되면서 나중에 살인충동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연쇄 살인범들은 대개 경제적으론 중산층이고 부모도 있으나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셋째, 살인충동은 성적인 충동의 다른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성적으로 문제가 있고 특히 이성을 자연스럽게 사귀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 문제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풀지 못하기 때문에 살인을 통해 성적인 만족을 얻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쾌감에 빠져들고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여자 연쇄 살인범은 드물다고 합니다.

 넷째, 따라서 주로 이런 살인마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기간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 사이라고 합니다. 역시 가장 성적인 충동이 강한 나이라는 얘기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사람들은 영원히 살인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개과천선이란 불가능하고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다중인격이라서 어떤 인격은 착하고 어떤 인격은 악해서 착한 인격이 악한 인격을 이기면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허구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살인마라도 사형을 시키는덴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사형시킨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차라리 이런 사람들은 사회와 영원히 격리하되 다른 살인자의 출현을 막기 위한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신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이런 유형의 살인자들을 연구한 결과 과학이라고 해도 좋을 성과를 거뒀고 많은 살인을 예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학문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지 의문스럽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연쇄 살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잔혹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모두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사회 속 소통이 단절되고 관계가 비인간화 되면 될수록 이런 범죄는 늘어나게 돼 있다는 얘깁니다.

 일선 경찰서의 형사분들은 이 책 한 번 꼭 읽어 봤으면 하고 정부에서도 이런 선진 수사기법과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일반인들도 이런 책 읽으며 자신의 자녀에 대해 ,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향해, 힘들게 범죄와 싸우는 일선경찰분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 많은 사랑을 베풀고 나누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지 깨달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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