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1살에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축구장에 갔다 축구와 사랑에 빠져 버린 사나이,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긋지긋한 팀 아스날과 사랑에 빠져 버린 남자, 닉 혼비! 이 사람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원작 소설을 쓴 영국작가라고 하는데 25년 대책 없는 축구 사랑 아니, 아스날 사랑이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립니다.
 
사람은 누구나 뭔가에 빠져 들고 미치곤 하지요. 그게 축구일 수도 바둑일 수도 십자수일 수도 TV드라마일 수도 연애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뭐가 됐던 빠져 들고 미칠 수 있는 일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합니까! 도무지 이성적.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는 맹목적인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아닐런지요!
 
경기장 갈 때마다 불량한 애들에게 맞는데도 다음 시합에도 도저히 가지 않곤 못 배기고, 애인이 기절했는데도 축구를 보느라 경기장을 뜨지 못하고, 진정한 아스날 팬이 되고자 런던 교외의 백인중산층 말투 말고 런던 북부 빈민가 말투를 흉내내다 말투가 완전히 고착돼 여동생과 배 다른 남매 사이로 오인받고, 아스날의 경기 결과에 따라 자기 인생의 행.불행 마저도 좌우되는 사람.
 
소심하고 사려 깊고 페미니스트에 인종차별을 혐오하고 평화주의자지만 축구장만 가면 어린애가 되어 욕하고 비난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버리는, 그러나 경기장만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다시 온순해지는 사람. 죽으면 화장해 뼛가루를 아스날 홈구장인 하이버리에 뿌려주길 바라는 사나이....
 
닉 혼비의 지독한 축구사랑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아스날 팬이 아니라도, 프리미어 리그 한 번 안 본 사람이라도, 아니 아예 축구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잘 난 것도 잘 날 일도 없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이 책을 읽고 모두 축구를 사랑하게 되고 삼류 축구팀이라도 응원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아니 축구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신의 못난 인생을, 더 못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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