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 My Way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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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웨이, 2011>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대작이고 상당히 공들여 만든 작품인데 흥행에 실패해 안타깝습니다. 볼거리 풍부하고 특별히 흠 잡을 구석 없는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만 관객을 설득하기엔 부족했습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자세히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한마디로 ‘주인공의 감정변화가 느닷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작영화들은 흔히 지나치게 볼거리에 치중해 정작 스토리의 개연성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마이웨이, 2011>가 딱 그런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13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이 됐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Avatar, 2009>는 러닝타임이 162분입니다. 같은 감독의 <타이타닉 Titanic,1997>은 무려 195분이나 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도 긴 러닝타임을 줄이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으리라 봅니다. 그런 고심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길어진 이유는 볼거리를 자르지 못해서가 아니라 드라마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타이타닉 Titanic,1997>의 앞부분은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해저탐사 과정과 여주인공 사연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사실 직접적인 스토리에 대한 부연설명에 불과합니다. 다 잘라버리고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어도 무리가 없었으리라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앞뒤로 할머니가 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붙여놓았던 이유는 스토리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할머니의 숨은 사연이 밝혀지며 감동이 배가되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에 대한 감정처리도 약간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아낌없이 충분히 묘사했음은 물론입니다.


 반면, <마이웨이, 2011>는 주인공 김준식(장동건)이 라이벌이자 철천지원수 사이인 타츠오(오다기리 조)를 왜 살려주는지, 둘이 어떻게 원한을 숭고한 우정으로 승화시키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가 억지스럽다곤 할 수 없지만 주인공들의 감정교환을 충분히 묘사해주지 못해 공감하기 힘들고 감동을 느끼기엔 부족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처럼 강제규 감독도 시나리오 작가 출신입니다만 두 사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길고 긴 러닝타임을 감수하면서까지 스토리의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반면 강제규 감독은 볼거리에 치중해 허둥지둥 스토리를 건너뛰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러닝타임을 지금보다 훨씬 늘여서 준식과 타츠오의 어린시절부터 우정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더 첨가하여 나중에 타츠오를 살려주는 이유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묘사해 관객의 감정을 끌어냈더라면 이런 참담한 실패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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