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 SIU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뜻밖의 즐거움도 많이 주지만 실망감도 많이 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의 맛깔나는 대사와 한 템포 빠른 장면전환은 기대감을 상승시킵니다만 얘기가 진행될수록 뭔가 어색해지기 시작합니다. 마무리는 거의 자살골 수준. 이런 이야기는 대개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의 내용은 완전한 허구입니다. 실감나는 사실적인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철학적인 느와르도 아닌 어정쩡한 색깔의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볼 땐 그럴 듯 한데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해보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설정투성이인지라 속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경찰이 살해되고 특수본이 꾸려지는데 범죄심리학 박사라는 호룡(주원)이 특별히 파견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고 사실, 호룡이 범죄심리학적인 능력을 그다지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호룡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설정도 억지스럽습니다. 그런 사람이 뭘 믿고 주인공 성범(엄태웅)에게 다짜고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박인무팀장(성동일)이 범인인 듯 전개해 가다가 선인으로 밝혀지는 부분도 석연치 않습니다. 박팀장이 굳이 그렇게까지 진범을 보호해주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진범의 동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단지 돈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게 공감하기 어려울 뿐더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더 강력한 동기가 있었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초중반에 이미 반전이 예상되는 바람에 막상 진범이 밝혀질 때도 그다지 놀라지 않게 된 점도 불만입니다. 한마디로 드라마가 총체적으로 부실합니다. 감각적인 대사나 감정처리는 훌륭한데 스토리를 좀 더 깊고 풍성하게 다듬는덴 실패했습니다. 사회적인 메세지를 억지로 주입하듯 외치는 마무리도 보기 거북했습니다. 사회고발이라기엔 억지스럽고 리얼리티가 떨어집니다. 실제사건을 다룬 이야기가 아닌 영화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사상을 드러내는 건 민망한 느낌만 줄 뿐입니다.
 촬영이나 편집의 수준은 훌륭합니다. 한국영화는 이제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나온다는 느낌입니다. 기분 좋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주인공 성범의 캐릭터가 좀 밋밋하긴 하지만 그건 배우들의 잘못이 아니죠. 엄태웅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배역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이라 보기 즐겁습니다. 튈려고 목에 힘주는 배우들이 많은 풍토 속에 보기 드물게 오래 갈 수 있는 우직함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원의 눈빛도 신선하고 성동일, 김정태 등 조연들의 연기가 눈부십니다. 연기만 봤을 땐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줍니다.스토리를 제외한 연기와 표현의 기술적인 면에선 한국영화의 한결 두터워진 힘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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