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다 - 진보에 홀린 나라 대한민국을 망치는 5가지 코드
조우석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용은 상냥한 짐승이다. 가까이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는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비늘이 거슬러서 난 것이 하나 있는데, 만일 이것을 건드리게 되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만다. 군주에게도 또한 이런 역린(逆鱗)이 있다." <韓非子>에 나오는 말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 군주는 없습니다. 하지만 역린은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주는 곧 국민이죠. 그 국민, 정확하게 말하면 대중의 역린을 건드리면 역시 죽음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수천하 같지만 실상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는 출판문화 속에 그 동안 이렇게 제대로 좌파들의 역린을 건드린 책은 없었습니다. 이문열 못지 않은 핍박과 화형이 뛰따를 테죠. 저자는 그걸 뻔히 알면서 이런 책을 썼습니다. 더구나 저자의 직업은 정치인이 아니고 저널리스트입니다. 대중의 의식을 읽고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저널리스트가 이런 책을 썼다는 건 대단한 용기입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예전 충신은 군주의 역린을 건드릴 땐 목숨을 걸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도 걸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생명을. 

 대한민국 역사는 파란의 드라마입니다. 너무나 어려운 환경에서 태동한 나라였기에 숱한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자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똥도 묻고 피도 튀었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았고 이젠 똥도 피도 닦아내는 중입니다. 숨어 있던 번듯한 인물이 드러나면서 어느새 세계의 찬탄을 듣는 나라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중입니다.똥 묻고 피 튀었다고 사람을 버릴 순 없듯 어두운 역사가 있다고 국가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됩니다. 때가 묻었다면 씻어내고 어두운 구석이 있다면 밝히면 되지 더러우니 그냥 죽여버리자고 하면 안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자칭 진보좌파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자는 사람들입니다. 

 잘못된 역사가 있다면 바로잡으면 됩니다. 대기업이 법을 어기고 부도덕하다면 징계하면 됩니다. 부정부패한 사람이나 집단이 있다면 처벌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역사 전체를 부정하고 대기업,부자와 내가 아닌 남은 모두 악이니 없애버리자고 하면 안 됩니다. 무 자르듯 세상을 이분해 선과 악의 싸움으로 규정해선 안 됩니다. 그런 생각이 적의 적은 동지라는 단순 논리에 빠져 온 세계가 비판하는 북한정권을 긍정하는 어리석음으로 나타납니다. 

 책 제목은 노골적이지만 내용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하는 충언입니다. 오랜 시간 언론에 몸 담은 사람답게 넓고 깊은 사회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자는 좌우를 편가르고 싸우자고 이 책을 쓴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날자고 좌우의 날개로 함께 날자고 고언합니다. 미래를 보고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 얘기합니다. 그 충언이 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다섯 가지 "슈퍼밈"은 말 그대로 질긴 생명력을 지닌 "슈퍼밈"이니까요. 고질병이 잘 고쳐질까요? 역린만 건드린 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저자의 용기와 충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출판사의 무성의만 아니었으면 별 다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을 책인데 아쉽습니다.최소한의 교정도 보지 않아 오.탈자와 비문이 속출합니다. 내용으로 보아 저자가 일필휘지로 상당히 서둘러 쓴 글인데 그럼에도 내용은 중심을 잃지 않고 있어 저자가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에 대한 불만은 없는데 출판사의 무성의엔 화가 납니다. "나는 보수다"라는 제목도 출판사의 의견으로 보이는데 저자가 처음 생각했던 "디스토피아:한국의 몰락"에 비해 마케팅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심하게 오해를 사기 좋은 제목입니다. 저자는 한 쪽에 치우친 사람이라기보다 균형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보이는데 제목이 저자의 의도를 곡해하고 있습니다.저자의 후기를 보니 잘은 몰라도 출판사 사장이 좌파인사 같은데 의도적인 태업 내지 곡해를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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